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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미용실 인테리어, 북유럽과 일본 미용실이 만나다
  • 그라피매거진
  • 승인 2018.07.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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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은 인테리어를 의뢰한 고객과 공간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온 전문인들은 그 일을 사랑하는 만큼 업무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다. 공간 디자이너는 그 로망을 이해하고 공간에 담아내고자 한다.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은 고객이 있다면 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림을 디자인으로 완성해내는 것이 공간 디자이너의 일이다.

헤어살롱은 참 ‘주거’스럽다. 상업 공간 중에서 ‘주거성’이 가장 높은 공간이다. 건축가로서 헤어살롱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주택과 같은 주거 공간을 의뢰받은 것처럼 접근한다. 필자가 오랜 기간 주택을 설계하고 건축했던 습관 때문이기도 하고, 헤어살롱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헤어 디자이너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러한 간절한 소망을 공간 속에 표현하는 방법이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 프로세스와 닮았다.



첫 미팅에서 “예산은 얼마 정도 생각하시나요?”, “경대는 몇 개 배치할까요?”라는 질문보다 의뢰인의 삶에 대해서 물어본다. 차분히 귀 기울여 듣다보면 의뢰인이 꿈꾸는 공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작업은 대학가 주변에서 10평 정도의 헤어숍을 운영하다가 30평대로 확장 이전한 경우이다. 의뢰인은 오랫동안 스투디오올라의 작업을 지켜봐왔고, 디자인에 호감을 느껴 작업을 의뢰하고 됐다고 한다. 첫 번째 실측 미팅에서 의뢰인 부부와 스투디오올라의 협업적 시너지가 높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1인 소형 미용실부터 시작했기 때문인지 의뢰인 부부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디자인을 원했다. 3배나 넓은 공간으로 확장하지만 시술 경대를 최대한 많이 늘리기보다 시술 공간을 여유 있게 설치하고 대기석은 여성 고객을 위한 셀프 파우더룸 형식으로 구성했다.

시술 경대 6개, 샴푸대 3대 중 1대는 헤드 스파용 샴푸대를 배치했다. 샴푸대 3대가 줄지어 놓인 형태가 아니라 한 대씩 따로 배치해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카운터 옆으로 셀프 파우더룸을 구성하고, 헤어살롱의 전문성을 강조한 컬러 바와 제품 진열장을 배치했다. 공간 디자인의 톤앤매너는 화이트 배경에 블랙으로 포인트를 주고 매트한 그레이를 조화롭게 사용했다. 블랙&화이트의 단조로움을 없애기 위해 여성성과 클래식한 이미지를 곳곳에 녹여뒀다. 일본 미용실에서 느낄 수 있는 정갈함에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 화이트 클래식과 미니멀리즘의 조화를 추구했다. 의뢰인이 부부라는 점을 고려해 남성성과 여성성의 하모니도 고려했다.


시술 경대는 매우 깊숙이 위치해 있다. 줄지어 서 있는 사물함은 카운터로 가리고 컬러 바, 제품 디스플레이, 음료 바, 셀프 파우더룸을 모두 한 곳으로 구성했다. 대기석과 카운터를 지나 내부로 들어오면 시술 공간의 밀도를 느낄 수 있다. 중앙에서 가장 깊이 위치한 곳이 대표 원장의 시술 공간이다. 공간 왼쪽에는 2개의 시술 경대를 배치하고 전등으로 빛의 라인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하는 한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시술 경대와 화학 시술석 사이 문으로 들어가면 헤어 스파가 가능한 샴푸실이 숨어 있다.

열린 듯 나누어진 공간으로 구성해 헤어 시술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숍 전체를 지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화학 시술 자리를 추가로 구성해 고객이 몰려오는 시간에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대표 원장의 시술 공간 바로 옆에 화학 시술석이 있어 한 번에 여러 명의 고객을 시술할 수 있고 대기석으로 활용 가능하다.


동선을 짧게 만들고 넓은 시술 공간에서 여유로움과 고급스러움을 더욱 높였다. 이동식 펌 기기를 수납할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헤어살롱 고급화에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평면 계획에서부터 미리 이동식 펌기기의 종류와 수량, 그리고 천장형이나 벽식 기기들을 어떤 위치에 구성할 것인지 정교하게 계획해야 한다.

 


이 공간의 조명 디자인은 직접조명은 거의 쓰지 않았다. 동일한 조도를 연출해 점의 광원인 직접조명을 없애 헤어 디자이너의 눈의 피로를 현저히 줄였다. 반면 면으로 이뤄진 간접조명을 메인 조명으로 활용, 사진 촬영 작업의 조명판 같은 역할을 하게 해 고객 시술이 완성된 순간,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에 심도 깊은 고민과 정성을 다했다.


주거(reside)의 개념이 달라졌다. 과연 ‘정주’라는 의미만 ‘살다’라고 할 수 있을까. 집이 아니라도 도시의 모든 상업 공간에서 잠시 머무는 것도 주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시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모두 ‘주거’라고 생각한다. 머무르는 시간의 차이일 뿐.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 그리고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진 도시 속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잠을 자는 장소 이상이 아니다.


헤어살롱은 잠시 머무르더라도 주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도시 속 응접실 같은 공간, 도시 속 거실 같은 공간. 갑자기 시간이 남아 머리나 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미리 시간을 비워 자신을 가꾸기 위해 할애하는 시간인 만큼 나 자신을 위해 작은 사치를 선물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설렘을 안고 방문하는 공간이 헤어살롱이다.



이번 작업은 2~3년 유지할 미용실 인테리어가 아닌 20~30년의 지속할 주택 같은 헤어살롱을 만들고자 했다. 의뢰인 부부의 소중하고 간절한 꿈, 그 꿈을 키워나갈 시작과 바탕이 되는 공간이 탄생했다. 이 공간과 더불어 지속적인 성업과 발전을 기원하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에디터 김미소
글, 사진 이동헌 대표(스투디오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