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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미용실 인테리어 ⑪ 무채색 헤어 살롱의 매력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18.08.0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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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소형 살롱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 작아서 더욱 빛을 발하는 소형 공간의 매력.
 

미니멀리즘 헤어살롱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공간 디자인은 무엇일까. 인테리어가 철저하게 배경이 되면 어떨까. 헤어 작업을 공연으로 생각하고 인테리어를 주인공으로 강조할 무대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번 작업은 헤어 작업 자체가 작품이 되고 공간은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로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완벽히 비워낼 수 있을까. 이번 작업의 화두였다.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극도의 간결함을, 치열한 미니멀리즘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헤어살롱 공간 디자인에 있어 단순함의 미를 표현하고 싶었다. 무제(無題). 헤어숍의 이름마저도 제목 없음. 바로 무제다. 의뢰인 원장이 첫 만남 때부터 이미 지어온 이름이었다.

 

노란빛 컬러의 쇼트커트를 한 원장에게 매니시한 느낌을 받았다. 쾌활하고 밝은 분위기의 남편과 함께 나왔다. 많은 대화로 어지럽게 설명하기보단 압축된 문장으로 본인이 희망하는 공간 디자인의 이미지를 설명하던 원장의 깊은 눈망울이 떠오른다. 몇 마디 대화 속에서 프로페셔널한 열정과 함께 예민함과 세심한 성향도 느껴져 조금은 어려운 의뢰인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일류 브랜드 대형 숍에서 무려 15년을 종사했다는 말을 듣고 존경스러웠다. 한 곳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점만 봐도 헤어 디자인에 열정과 진중한 태도를 알 수 있었고, 다른 공간 디자인팀을 알아보지도 않겠다는 말에 감사의 마음이 샘솟았다. 첫 미팅 이후, 두 번째 스튜디오 미팅에서 계약을 하고 착공에 들어갔다.

컬러와 장식을 배제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비워두고자 했다. 경대 4개와 샴푸대 2개로만 구성된 공간. 무채색으로 이뤄진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배경 역할을 하고 헤어 디자이너를 주인공 삼아 일종의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헤어 작업이 하나의 공연 장면처럼 표현되길 바랐던 것. 무슨 치장이 필요하랴. 오롯이 순수한 기능에 집중되어야 할 장소, 헤어살롱이다. 화이트 가벽을 설치해 시술 공간을 나누고 독립적인 샴푸 공간을 만들었다. 헤어를 받는 고객은 앉아 있는 눈높이에서 보면 분리된 공간으로 보여 프라이버시한 공간감이 형성된다. 헤어 작업을 보좌할 트레이를 위한 공간은 거울 오른쪽 벽 속에 매입했다. 경대 간격은 여유 있게 떨어져 놓았다. 100% 예약제 헤어살롱이기에 대기석은 필요 없다. 중화와 화학 시술을 위한 기다란 테이블을 중앙에 놓고 순수 대기석은 생략했다.
 

고객 한 명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헤어 디자이너의 시선은 넓게 확장하는 것. 이 공간 디자인의 가장 핵심적인 의도이다. 샴푸 공간 내부 벽은 브라운 거울을 설치해 공간을 풍부하게 왜곡했다. 그리고 서서 샴푸를 하는 헤어 디자이너의 시선은 외부를 향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 샴푸실에 있어도 항상 외부와 소통하고 관리할 수 있다. 카운터가 가장 깊숙이 있다. 카운터 좌측 최소한의 공간에 약제실과 스태프실을 마련했다. 단 올림 공간 속 샴푸대 또한 두 개의 화이트 가벽 안에 있다. 이 공간 속 화이트로 꾸며진 소재는 모두 내구성과 화학약품의 저항성이 매우 뛰어난 마감 재료다. 왼쪽 벽은 광이 적은 화이트 포쉐린 타일이고 샴푸실 벽체와 카운터 그리고 긴 테이블은 모두 이탈리아산 석재이다. 어떤 산성에도내성이 있고 충격에 강해 스크래치와 자국이 남지 않는 소재지만 기능이 뛰어난 만큼 그 단가도 어마어마하다.

 
신소재로 애를 많이 먹었다. 국내 수입처가 한 곳밖에 없었는데 이 업체가 연신 실수를 해댄 것이다. 작년 추석을 끼고 진행한 공사였는데 처음 사용하는 재료이다 보니 실수 없이 시공하기 위해 새로운 시공업체에 실측과 시공을 의뢰한 것이 화근이었다. 신소재 전용 톱날이 수입이 안 되었다는 둥, 약속한 날을 지키지 못하고 계약 완공일을 지나 납기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오픈을 위해 100% 유리로 선시공해 임시방편을 해두고, 영업 개시 이후 야간 작업을 하며 마감하기로 했다. 유리 비용만 해도 상당했지만 완공 날짜를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다. 한 판이 한 장으로 재단된 방식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재단이나 수정이 불가능했기에 완벽한 실측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었다.
 
공장에서 재단된 석판재가 현장에 반입된 그날 밤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실측 자체가 엉망이었던 것. 선시공된 유리를 모두 깨버리고 돌을 시공하려는 순간 “이거 안 맞는데요”라는 시공팀의 말을 들었다. 그 이후 또다시 몇 번의 납기일을 어겼고 우여곡절 끝에 여러 날 여러 번의 밤샘 시공 끝에 결국 마감을 완성했다. 위 사진의 샴푸 벽은 석재판이 무려 세 겹이다. 돌이 세 겹이라니, 지금 봐도 정말 어처구니없어 웃음만 나온다. 미니멀 디자인은 흠결과 단점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한 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 뼈저린 교훈을 얻은 현장이었다.
 

여러 가지 미용 도구를 넣어둘 수납공간도 곳곳에 숨겨뒀다. 같은 소재로 마감해 수납장과 벽을 하나로 보이게 디자인했다. 샴푸실 안에서 외부의 공간을 바라볼 수도 있다. 소형 공간 헤어살롱에서 샴푸실을 하나의 밀실로 만드는 것보다 예전에 고안해낸 이 방법을 소형미용실 규모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곤 하는데, 원장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샴푸대 하나하나를 분리해 다른 샴푸대를 써도 한 공간이 아니므로 따로 잘 어우러지는 장점도 있다. 헤드스파가 가능한 대형 자동 샴푸대 하나와 빠른 템포로 샴푸 시술을 할 수 있는 콤팩트한 모델 하나 각각 그 기능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구성하는 방법이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3가지의 기본이 필요하다. 기능에 대한 이해, 마감을 위한 하부 구조 디테일의 치밀함, 마감 재료의 미려함이다. 소재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마감 소재가 필수다. 라이트 그레이는 포르투갈산 발크로 멧, 화이트는 인조대리석 단가의 3배가 넘는 이탈리아산 석재. 블랙은 독일산 우드 플로어링 다크 그레이, 바닥 또한 60cmX120cm 규격인 이탈리아산 복합 세라믹 패널 마감재를 사용했다. 미니멀한 공간 디자인에서는 마감재의 격이 직관적으로 드러나기에 소재 선택에 고심해야만 한다. 처절한 노력과 계획에도 불구하고 오픈 일자를 겨우겨우 지켜냈지만 계속된 보완 공사로 완공일을 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감 3일 전, 자정이 가까운 시간 불안한 마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전화를 걸었다는 의뢰인과의 통화에서 자신만만하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던 내 말은 모두 거짓이 되어버렸다. 수입 자재 거래처의 어처구니없는 납기일 실수로 인한 것이지만, 이는 오롯이 우리의 실수다. 만회를 위해 끝까지 매달려 완벽하게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현장 소장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교차했다. 그리고 겨우 안정을 되찾은 날, 원장에게 사죄의 말을 전했다. 공간 디자이너에게 이런 사건, 사고는 일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충격을 고스란히 의뢰인에게 전한 것은 ‘죄’이다. 죄송한 마음을 전하자 대범한 아량으로 이해해줬다.

과정의 고통 만큼이나 이 작업은 내게 특별한 애착을 갖게 했다. 이젠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이 된 ‘무제’. 만고의 노력 끝에 완성해낸 스투디오올라 식구들과 끝까지 믿고 지켜봐준 의뢰인에게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공간 디자인은 설계가 끝났다고 해서 완성이 아니다. 그리고 공사가 끝났다고 완성된 것이 아니다. 공간을 디자인한 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때, 그 순간 비로소 완성이라는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 이제부터 이 원칙을 꼭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에디터 김미소 글, 사진 이동헌 대표(스투디오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