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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미용실 인테리어 ⑫ 미니멀리즘은 완벽해야 가능하다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18.09.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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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모든 프로젝트에 평정심을 가지고 똑같은 마음으로 임해야 하지만 더 애착이 가고, 더 정성을 다하는 작업이 있다. 진미장이 그랬다. 작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의뢰를 받아 완성한 작업이다. 완공 이후에도 여러 가지 민원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로젝트여서 그만큼 의뢰인 원장과의 교감과 연대가 더 끈끈해졌다고 할까. 처음 의도한 바를 완벽하게 실현해내고 싶었고, 그 완성된 가치가 오랫동안 지속하길 바랐다. 
 
진미장(眞美粧), 진실한 마음을 담다
의도되지 않은 혹은 우연한 아름다움은 디자인이 아니다. 클라이언트와 명확한 소통을 바탕으로 끈질긴 의지로 만들어 낸 것, 그것이 바르고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스투디오올라의 철학이 ‘진미장’에 가장 어울리는 글이 되었다.
 
진미장이 될 공간에 처음 들어섰을 때 현장에 대한 첫인상이 눈에 선하다. 버려진 듯 망해버린 곱창전문점 자리, 큰 오피스텔 건물의 1층 상가에서 가장 구석진 곳이었다. 꼼꼼히 현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진한 파란색이 인상적인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늦은 봄날이었다. 브랜드 헤어살롱 출신이었던 원장이 독립해서 운영했던 1인 미용실의 서러움 가득한 에피소드를 듣게 되었고 가까운 미래에 이뤄내고 싶은 소중한 꿈과 소망도 하나하나 귀담아들었다.
 
의뢰인 부부의 진실한 마음, 세상을 향한 올바른 태도, 그리고 따스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단순한 아름다움, 순결한 화이트의 파사드 디자인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롯이 진심만을 담은 공간이 태어나길 바랐다. 꾸며내거나 치장하지 않아야 했다. 진실한 마음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수많은 임의의 대상들로 가득한 도시 속에서 거대한 건물 한귀퉁이에 무심한 듯 순수한 진심을 심어두고 싶었다.
 
진미장의 외관 
진정한 아름다움을 고객에게 선사하는 공간 ‘진미장’. 참 ‘진’ 아름다울 ‘미’ 단장할 ‘장’. 진실로 아름다움을 단장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완성된 공간을 사진에 담을 무렵, 평소 원장의 따스한 마음을 알리려는 듯 길고양이 한 마리가 문 앞에 앉아 있었다. 간판은 여기가 미용실이라는 것을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리 높여 억지로 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들여다보고 싶고 궁금해서 찾아오는 장소이길 바랐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완벽한 기능의 이해와 세밀한 시공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어설퍼지기 일쑤다. 작은 요소 하나라도 간과한다면 그 흠결이 여지없이 드러나버리기에 마감 소재가 아닌 바탕의 시공 과정에서부터 치밀하게 집중해야 한다. 단순한 아름다움은 치열하고 철두철미한 노력을 통해 그 의미가 꽃피워지는 것 같다. 그렇게 아무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없는 ‘진미장’만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각각 다른 모양의 거울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에서 알 수 있듯이 문 앞에 카운터를 지워버리고 가장 깊숙한 곳에 카운터를 두었다. 시술경대는 모두 3개, 샴푸대는 2개소이다. 시술 경대 하나하나에 대한 존중을 공간 속에 디자인 요소로 표현하고자 했다. 원래의 회색 벽에 화이트를 덧대고 그 위에 거울을 또 덧대었다. 거울에 비친 낮은 벽은 샴푸대 공간이다. 화이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컬러는 바로 회색이다.
 
회색은 단색의 말끔한 재질보다 약간은 거칠고 무작위로 터치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원형 거울 위 조명 박스는 판보다 묵직한 덩어리로 표현했다. 네모난 작은 구멍은 샴푸실에서 외부와 소통하기 위한 창이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의뢰인의 의견을 토대로 적용한 요소이다. 정사각형의 프로모션이 나머지 조형 요소와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제품 진열대는 카운터 옆에 두었다. 세번째 정사각형 거울 경대이다.
 
카운터는 매장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두었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시술 경대의 거울 모양이 직사각형, 정원, 정사각형으로 각각 다르다. 그리고 마지막 정사각형 경대는 가로로 긴 거울과 레이어드했다. 이 경대는 화학 시술 2좌석이 함께 있는 곳이다. 원형 시술석에서 외부를 향한 광경이다. 이렇게 세 자리가 이 작은 공간에서 제각각 떨어져 있다. 경대 각각의 독립성을 지키는 한편 함께 머리하는 고객의 지인은 오히려 가까이 앉아 있을 수 있도록 했다.
 
헤어 디자이너는 머리하는 과정에서 거울에 반사된 다른 경대를 바라볼 수 있지만, 정작 고객은 다른 좌석의 고객을 바라 볼 수 없는 교묘한 각도를 치밀하게 고려했다. 샴푸실에서 나오면 헤어 제품이 바로 보이도록 전시했다. 화이트, 회색 그리고 내추럴 우드, 이 3가지 컬러가 전부인 공간. 이 3컬러의 소재가 선과 면을 이루며 공간을 한정하고 기능을 담아내면서 완벽한 동선으로 순환된다. 작지만 가장 큰 공간이 완성되었다.
 
거칠고 무작위로 터치한 느낌의 벽
미니멀리즘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일종의 ‘자신감’ 같은 것, 비우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으로 여기는 불안함으로는 감히 만들어낼 수 없는 것, 디자인의 과정에서 명확한 의도의 위계에 맞춰 철저하고 치열하게 완성해낸 후 다시 또 비워내는 노력과 정성없이는 함부로 표현할 수 없는 것, 의도의 완벽함이 실현되어야 하는 것, 바로 그런 것.

 
과거의 어느 날을 회상하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사람이 있다. 전화벨이 울리고 휴대폰 화면에 쓰인 이름만 봐도 반가운 사람이 있다. 이렇듯 서로 감사한 마음을 나눌 누군가를 의뢰인으로 둘 수 있다면 공간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행복이자 보람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인연들도 이 작업의 의뢰인 같은 한분 한분이 쌓여가길 소망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친다.
 
미니멀리즘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하는 것이다.
 
칼럼을 마치며
그동안 ‘소형 살롱의 진화’라는 주제로 칼럼을 진행해왔습니다. 벌써 이번이 마지막 12회 차네요. 그동안 다뤘던 소형 헤어살롱 공간 디자인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는 작은 공간 속에 큰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던 시도였습니다. 앞으로 헤어살롱 공간 디자인에 작은 의미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칼럼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스투디오올라 이동헌 올림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글, 사진 이동헌 대표(스투디오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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