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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칼럼] 프로슈머
  • 성재희
  • 승인 2019.01.1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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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미용계 행사가 줄어드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행사’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게 되는 메이커의 중대형 이벤트가 과거 몇 년 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어도 미용계 행사는 다른 식으로 변화 중이다.
 
이는 경기 위축과 매출 하락 등에 따른 마케팅, 영업비 감소 때문일 것이다. 특히 헤어쇼나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 영업에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미용인 고객을 위한 이벤트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일이다.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미용인들의 움직임이다. 메이커가 준비한 행사에 초대받던 미용인들이 이제는 스스로 행사를 만들고 메이커를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홍대컬렉션으로 시작해 이제는 디자인엣지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감동적인 헤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미라클 팀이 대표적이다. 미용사라면 오디션을 통해 누구든 무대에 올라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한 이들의 행사는 혹여 기득권이 생겨 취지가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해체하고 다음 행사에 앞서 다시 결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미용인들이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는 이 컬렉션에 프로페셔널 제품 회사들은 기꺼이 협찬한다. 애초 제품 회사 주도로 출발했지만 역시 미용인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청담컬렉션도 있다. 서울 청담 지역 살롱이 참여하는 청담컬렉션은 지난해 3회를 맞이했는데 과감한 시도와 완성도로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서울 강서 지역에서 시작해 강북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프로젝트 라빠헤어는 최근 라빠헤어 브랜뉴데이 쇼를 마련하고 주니어 디자이너들의 데뷔 무대와 함께 세바스찬프로페셔널 글로벌 아티스트인 일본 히데카츠 하야시 초청 무대로 이슈를 일으켰다. 두 이벤트 또한 메이저 제품 회사들의 협찬이 눈길을 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낸 책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견하며 ‘프로슈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최근 미용인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하는 미용 행사를 보며 문득 이 단어가 떠올랐다. 프로슈머(prosumer)는 ‘생산자’를 뜻하는 ‘producer’와 ‘소비자’인 ‘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혹은 ‘전문적인’이라는 뜻의 ‘professional’과 ‘consumer’를 합쳐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라는 뜻으로도 통한다.
 
물론 앞서 사례가 ‘프로슈머’에 딱 맞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메이커 혹은 유통사가 정보와 트렌드를 전달하고 미용인들이 주로 수용하는 편이었다면 현재는 미용인들이 미용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떠올릴만하다. 정보량에 의해 생산자, 유통, 소비자 간 역할이 결정되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시대 정보 격차가 줄어들면서 소비자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행사의 경우 미용인들이 살롱워크를 하며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전문 기획사에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진행 과정 등에서 미숙한 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용인이 무대에 서고 게스트가 되는 행사임에도 홍보 타깃이 매스 미디어 쪽에 편향되거나 외부 인사 접객에 치중된 진행으로 내부 구성원들이 소외되는 등의 개선점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오모테산도 컬렉션처럼 역사가 쌓이고 운영의 묘를 살리기만 한다면 동시대 모든 미용인이 자부심을 갖게 되는 이벤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믿는다. 2019년 새해에도 미용인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editor 성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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