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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객 힘들어요" 미용실 '블랙 컨슈머'-1편
  • 김수정 에디터
  • 승인 2019.03.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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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인들이 전하는 각양각색 JS 고객과의 스토리!
 
일러스트: 임동균
일러스트: 임동균
라빠헤어 홍대3호점 준 디자이너
 
라빠헤어 홍대3호점 준 디자이너
라빠헤어 홍대3호점 준 디자이너
‘얼굴에 침을 뱉었던 초등학생 고객’
초등학교 2학년쯤 되는 학생의 커트를 하던 중이었어요. 커트를 하기 싫었는지 하는 동안 너무 심하게 움직이더라고요. 달래고 달래다가 “자꾸 이러면 커트 안 끝나요! 오늘 집에 못 간다?” 이 두 마디를 한 이후로 학생이 잠잠해졌어요. 그래서 순조롭게 커트를 하다 앞머리를 자르기 위해 앞으로 가는 순간 엄청난 양의 침을 제 얼굴에 뱉는 겁니다. 잠잠했던 게 입에 침을 모으고 있었던 거죠. 학생이라고 용서하기에는 너무 무례한 행동을 한 것 같아 어머님께 학생이 제게 침을 뱉었다고 하니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학생에게 “왜 그랬어~” 이 한마디로 끝나더라고요.

‘욕설을 했던 커플 고객’
남성 커트를 하기 위해 커플 고객이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남성분과 커트 상담을 하고 있던 중 여자친구가 이런 스타일로 해달라고 사진을 가져왔는데, 사진 속 모델은 처지는 모발을 가진 서양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성분은 쭉쭉 뻗는 직모였고, 사진대로 하게 되면 스타일이 나오지 않으니 정 원하면 다른 시술도 같이 진행해야 될 거라 추천을 드렸지만, 막무가내로 커트만 해달라고 하셨죠.
 
결국 모든 동의를 얻고 커트를 했는데 옆에 서 보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이렇게까지 이상할 거 같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렸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소리 지르더라고요. 황당해서 분명 말씀을 드렸다고 다시 한번 얘기했더니, 여성 고객께서 욕설과 함께 무슨 디자이너가 이렇게 줏대가 없냐며 심한 욕을 하셨어요. 그 와중에 남성분은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지켜보기만 하더라고요.

사월의양 박나래 원장
 
사월의양 박나래 원장
사월의양 박나래 원장
‘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맘카페에 글을 올린 여성 고객’
아파트 상가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미취학 남자아이를 둔 한 30대 여성 고객이 찾아왔어요. 남편, 아이, 본인을 포함한 세 식구 모두 아토피가 심해 매사에 매우 민감했어요. 하루는 아이의 커트를 마음에 들지 않아 했고, 이후 아파트 맘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자신이 쓴 글에 올라오는 댓글마다 대댓글을 달아 매장을 곧 집어삼킬 기세였죠. 맘카페에 올린 글의 내용은 아이의 왼쪽 귀보다 오른쪽 귀 뒤쪽 길이가 더 길어 ‘커트를 너무 못하는 거 아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마녀사냥이 시작된 거죠.
 
‘시간이 약이겠지 하고 넘겨야 할까? 고객의 반응은 약이라고 생각하고 넘겨야 할까?’ 글이 올라온 날부터 이틀 동안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3일째 되던 날, 용기를 내어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머리 자르고 많이 불편하셨나 봐요. 혹시 아이 머리를 다시 봐드려도 될까요?”에 돌아온 답변은 “됐어요. 이제 거기 안 가려고요. 아이 커트를 너무 못하는 것 같네요”였습니다.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아파트에서 뵙게 되면 언제든지 반갑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하며 전화를 끊었어요. 카페 글을 내려달라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했죠.
 
그런데 통화 후 다음 날 카페 글은 삭제됐어요. 6개월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 고객으로부터 예약 전화가 걸려왔어요. 안부 인사를 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자연스럽게 예약을 받았습니다. 방문 후 고객은 “아이가 사월의양 가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다시 왔어요. 커트하고 돌아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레고 블록 키트를 선물 주는 게 좋았나 봐요. 여기는 샴푸도 좋은 것 쓰니까 아토피가 심한 우리 식구들에게 안심되고요. 저는 여기 커피 맛이 그리웠어요.”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꾹 참고 친절한 미소로 세 식구를 응대했습니다.
 
고객이 귀가한 다음, 저는 고객에게 방문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죠. 다행인지 이후 고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태도였고, 6개월 전 잠 못 자고 끙끙댄 나는 뭐지?라는 생각에 씁쓸하더라고요. 그래도 악성 후기가 올라왔을 때, 인내하고 차근히 고객의 불만을 경청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려 했던 노력 덕분에 그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 돌린 것 같습니다.
 
‘경청, 진심 어린 사과, 해결책 모색’은 꼭 잊지 말아야 할 서비스 덕목이라 생각해요. 최근 ‘매너 소비자’ 라는 말이 화두입니다. 모바일과 SNS 매체를 중심으로 조직화된 소비자의 갑질. 직원들을 위해 악성 손님에 대한 명확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직원들에게 합당한 권한을 위임해 고객과 직원 간의 워커밸(work-customer balance)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앤제롬 제롬 원장
 
마지앤제롬 제롬 원장
마지앤제롬 제롬 원장
‘밤 12시에 찾아온 고객’
저희 매장은 밤 11시 마감인데 예전에는 늦게까지 근무해서 밤 12시에 마감을 할 때가 있었죠. 한 고객이 10시쯤 전화를 해서 급하다며 12시에 커트가 되냐고 예약 문의가 왔죠. 그래서 그 시간은 안 된다고 하자 왜 안 되냐며 부원장을 통해 제 전화번호를 알아내셨더라고요. 그때 외근 중이었는데 저한테 잘라달라며 막무가내로 말 하는 거예요. 다른 직원은 불친절했다며 가위로 자기 목을 긁거나 귀를 자르면 어떡하냐고 떼를 썼습니다. 원장이면 책임지고 12시라도 커트해달라고 고집을 부려서 마지못해 잘라드렸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만 생각하면 울컥합니다.
 
에디터 김수정(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사재성, 신정인 일러스트 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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