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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급 뷰티의 성지 '청담'에서 미용을 한다는 것 ②
  • 최은혜
  • 승인 2019.03.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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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의 메카이자 고급 뷰티의 성지 청담동. 청담동에서 성장해 리더가 된 범호, 신후, 서일라 원장이 말하는 청담에서 미용하는 이야기. ②
 
컬처앤네이처 청담점 신후 원장, 라라피엠 서일라 원장, 아쥬레 범호 원장.
청담동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범호(아쥬레): <그라피> 인터뷰요!(웃음)
 
일라(라라피엠): 그렇네요. 일본에 있을 때 일본 특파원으로 임명되어 핫 플레 이스 사진 찍어서 보내면 <그라피>에 소개되었어요.(웃음) 예전에 박승철헤어스투디오 청담점에서 일할 때 운 좋게도 연수의 기회가 많았아요. 말을 잘한다고 본사에서 소문이 나서 23세부터 강의를 했고, 공부를 위해 짧은 시간 내에 5개국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라뷰티코아 교육 담당자가 되어서는 각종 헤어쇼에 참여하고 독립하고 나서는 뷰티 방송, 홈쇼핑, 잡지에서도 활동했고요. 청담에서 일을 했기에 미용을 통한 다양한 것들을 대부분 해볼 수 있었지요.  
 
범호: 청담은 일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가 생겨요. 일반 매장에서는 일반적인 살롱워크만 하죠. 연예인 머리도 하다가 살롱워크도 하고 웨딩도 하고, 해외도 나가고 같은 숍 안에서 아티스트로서의 감성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요. 지금이 숍을 오픈하고 3번째 자리인데 오랫동안 머리를 해주고 있는 한 연예인이 “강남만 벗어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방송국은 여의도에 있고 그 쪽이 뷰티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죠. 방송은 거기서 하더라도 머리는 꼭 강남에서 하고 가죠. 웨딩도 이대, 신촌이 중심이었지만 굳이 강남으로 온다는 것은 그만큼 핫 플레이스라는 거죠. 이곳만의 깊이가 있어요.
 
신후(컬처앤네이처 청담점): 작년에 일본에서 열린 시세이도 프로페셔널 뷰티콩그레스에 서 쇼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일본 주최측에서 청담에서 K뷰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일본 시스템이 워낙 체계적이기도 하고 대선배들 앞에서 쇼를 한다는 게 긴장됐어요. 보통 해외에서 하는 쇼는 현지의 모델과 스타일리스트를 연결해주는데 저희는 한국에서부터 모든 스태프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현지에서 만난 브랜드 측 스태프들도 런던, 파리에서 쇼를 주관하던 전문가들이어서 부담이 컸죠. 한국이라면 편하게 했을 텐데, 쇼를 하는 동안 눈앞이 캄캄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더라고요. 내가 언제 이런 대단한 사람들의 서포트를 받으면서 쇼를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기회를 가질 수 있던 건 청담이기에 가능했죠. 
 
청담동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 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범호: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왜 청담동만 겨냥하는지 모르겠어요. 청담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가십도 한몫한다고 생각해 요. 저는 이런 것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이들에게 미안한 일이라 생각해요. 꿈을 가지고 청담으로 와서 열심히 미래를 만들고 있는 사람에게 “그만큼 받고 일해?”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디자이너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움직이며 작업을 하는건데, 이것을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로 보는 것 같아요. 미용은 도제식이고 선생과 제자의 관계예요. 요금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가치가 반영된 거예요. 우리가 하나의 스타일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들여야 가능해지는 만큼 그 노력과 열정만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일라: 공감해요. 그런 지적은 좀 억울해요. 청담동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건 전체의 1%예요. 청담은 신규 창출도 힘들고, SNS로 뜨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요. 청담에서 입봉하면 고난의 시간을 겪게 되죠. 그러다 의욕을 상실하고 떠나는 것이 안타까워요.
 
범호: 작년까지 제가 일일이 스태프 면접을 봤는데 한창 방송을 많이 할 때 우리 숍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을 때 “화려해지고 싶어요” “방송 나가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는 이들에게는 이 일의 힘든 과정을 설명하고 돌려보냈어요. 예전에는 머리 잘하는 곳을 찾아 발품 팔아 이력서 들고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지금은 메일로 이력서 보내고 인스타그램만 찾아보고 혹하는데 힘들게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곳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 외에 숨은 고수들도 정말 많아요. 내가 알맹이가 되어야지 껍데기가 되면 안돼요. 진정한 장인 같은 사람이 오래갈 거예요.
 
일라: 맞아요. <그라피>도 실력있는 고수를 찾아내듯이 6~7년 유명한 숍에서 스태프로 일했으니 “난 최고야” 하면서, 청담 외의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만큼 노력도 하지 않는 기세등등한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죠. 지역은 다르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는 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신후: 화려한 모습만 비치니 안 좋은 기사도 나오는 거 같아요. 화려함을 기대하고 개인적인 욕심에 청담동으로 왔다가 실망하는 이들이 오히려 근무 환경을 지적하는 것 같아요. 요금도 청담동이 비싸다는 건 편견이에요. 외곽이 더 비싼 경우도 있어요.
 
범호: 청담동에 와서 생각보다 싸다고 하는 분들도 계세요, 내가 이 요금을 부끄럽지 않게 받는다면 당당할 수 있는 거예요. 저의 가치에 대한 대가이니까요. 과연 비교 대상은 누구인가요? 2년 배우고 동네에 살롱 차려서 비싸게 받거나 터무니없이 요금을 내리는 이들과 저희를 비교하면 안 되죠. 미용 요금을 지적하는 건 미용의 특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에요. 물론 같은 미용사가 봐도 저 사람 저렇게 비싸게 받나 싶은 사람이 있기도 해요. 선택은 결국 고객의 몫이죠.
 
일라: 요즘 스태프는 정확히 따져요.(당연한 일이지만요.) 단 한시 간도 손해보려하지 않고 일에 대한 정확한 댓가를 원해요. 청담동은 웨딩과 엔터테인먼트 일도 해야하고, 경험에 있어 배움과 노동력의 경계가 아직은 애매하죠. 가끔은 부모님들이 전화하셔서 급여나 휴무 일수에 대해 직접 확인을 하시기도 해요.
 
범호: 저희도 그래요. 주먹구구식이 아니에요. 
 
청담동에서 디자이너가 되었다면 어떻게 자리를 잡는 게 좋을까요?
범호: 초디는 스태프 생활의 결과물이 나오는 때예요. 초디가 되면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나의 고객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1명을 10명 만들고 100명 만들어가야 하죠. 소개 고객은 다 같은 머리가 될까봐 걱정하기도 해요. ‘나는 당신에게 제일 어울리는 걸 찾아주는 사람’이란 점을 어필해야 해요. 그리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공략하세요. 예를 들어 뿌리펌을 잘하면 하루 종일 뿌리펌 고객만 받아봐도 좋아요.
 
일라: 초디가 되면 시간은 많고 할 일이 없어요. 그런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해요. 자기개발을 하고, 좌절하더라도 도전해보고, 많은 경험(모델 작업 등)을 해야하는데 안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어진 시간을 나의 발전, 연습의 기간으로 활용한다면 앞으로 어디서든 잘 자리 잡을 거예요.
 
신후: 지금은 자기 PR시대예요. 자신의 색깔을 보여줘야해요. 청담동의 디자이너라면 모든 이들이 노력하는 것에 나만의 플러스가 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청담동은 뭔가 다르다 는 것을 느끼죠. 고객을 끄는 나만의 무기를 만든다면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2018년 청담컬렉션의 컬처앤네이처 무대.
2018년 청담컬렉션 무대에 오른 신후 원장.
청담동에서 미용을 하길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일라: 고생의 뜨거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신후: 저는 숍을 자주 옮기는 디자이너들을 안타깝게 봐요. 개인의 성공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함께 올릴 수 있는 애사심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찾는 열정이 있고 레드오션보다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사람, 다양성을 개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청담동의 왔으면 좋겠어요.
 
범호: 우리나라 대학은 들어가기 힘들지만 외국은 반대로 나오기 힘들다죠. 청담동에 내 이름으로 된 자리를 얻는다는 게 굉장히 힘들고 경쟁자들이 많아요.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져요.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는 사람만이 이기는 거죠. 대신 끝은 없다는 것.
 
앞으로 청담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일라: SNS와 1인 미디어 시대라지만 진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본질이 흐려지는 느낌이에요. 저도 물론 영상을 활용하지만 모든 홍보는 기본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무조건 하고 보는 거죠. 청담=명품 브랜드처럼 거품이 빠지고 기본에 충실하며 정말 머리를 잘하는 곳, 고객 서비스도 남다른 곳이 되었으면 해요.
 
범호: 실력없는 사람들은 떨어져 나갈 거예요. IMF 시절 압구정 세리 미용실에서 2년간 막내로 일하면서 호황을 경험했어요. 미용실이 그렇게 잘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미용 역사를 공부하는 분을 봤었는데 앞으로는 세상이 발전할수록 머리, 마사지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직업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용실이 정말 많이 늘어났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돈을 쓰는 사람들은 냉정해져요.
실력없는 이를 가려낼 수 있죠. 분명 머리를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아요. 실력은 없는데 인스타그램을 잘해서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몰리면 이내 실력이 들통나요. 기본기가 없는 사람은 고객이 몰릴수록 두려울 거예요. 그렇게 호황이던 청담과 압구정의 숍들도 10년이 후 싹 정리됐죠. 무조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해야 하는 시대라고 해서 기본기 없이 그것만 바라보면 안돼요.
일 끝나고 마네킹 꺼내 연습하다가 집에 가려고 하면 옆에 친구가 더 늦게 남아 연습하는 거 보고 다시 마네킹 꺼내 연습하던 시절에서 일을 배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커트나 시술 스터디하고 연습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이 영상, 사진 연습만 하고 있죠. 어느 순간 실력자만 살아남을 거예요. 그리고 진짜 실력자는 고객들이 알아보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고 고객들이 다른 분들에게 갔다가 돌아오기도 해요.
 
일라: 요즘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으로 검색해 방문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어요. 영상 시대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무서운 게 유튜브는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 보죠. 유튜브를 안 하면 안 되니까 영상을 하는데 이것도 기본기가 있어야 하죠.
 
범호: 예를 들어 영상 2개를 올렸으면 기술 공부 5개는 더해야 한다는 거예요. 내공이 있다면 어느 순간 빛을 받을 거예요. 사람들은 올라가는 순간 평지인 줄 알지만 내리막길이 기다려요. 왜 빨리 가는 걸 선호하는지 모르겠어요. 멀리 봤으면 좋겠어요.
 
신후: 청담동에서도 다양한 SNS 콘텐츠로 마케팅을 하는데 디자이너의 색깔이 안보여요. 청담동은 블루오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서로 레드오션으로 들어가려 해요.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앞장서야 하는데 말이죠. 여러 숍마다 고유의 색이 있는 트렌디한 디자인이 많이 나왔으면 해요. SNS에서 많이 보이는 미니멀한 헤어디자인은 고객상담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때 어려움이 많아요. 현재의 추세보다는 감각적이고 세련되며 다양성있는 새로움을 청담동에서 유지했으면 합니다.
 
범호: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많이 검색되는 게 유행인 줄 알아요. 이름도 어쩜 그렇게 잘 지어요. 가끔 고객들이 “이거 무슨 펌이 에요?” 물으면 전 고객 이름을 붙여줘요. 그 사람만의 펌이니까요. 고객은 시안을 가져올 때 그 분위기를 원하는 거고 각자의 조건은 다르니까 완전히 같을 수가 없어요. 이런 부분에 대한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사진 보고 똑같이 하려고 해요. 그러면 감성이 없어져요. 오히려 몇몇 여성 고객은 나만의 비밀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어요. 내가 다니는 미용실을 숨기는 것이죠. 나만 알고 싶어 해서 제가 SNS 하는 걸 싫어하기도 해요.
 
신후: 맞아요. 제 고객 중에도 제가 SNS 많이 하는 걸 싫어하는 분들도 계세요.  
 
청담동에서 계속 미용을 할 건가요?
신후: 디자이너로 남거나 나만의 집단을 만들어 평생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나의 고객, 나의 후배, 팀원과 함께 오래된 맛집처럼 발을 디딘 이곳에서 나만의 색으로 남아 있고 싶어요.
 
범호: 장담 못하겠어요. 길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에요. 저는 커트가 너무 좋아서 가위놓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어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어디든 가위 하나 들고 떠날 수 있고요.
 
일라: 영원히 청담에 있을 마음은 없어요. 제 인생 대부분이 일에 얽매이는 데에 좀 지쳤어요. 디자이너인 남편도 생겼고, 아이도 낳을 텐데 일과 제 생활의 조화를 맞추고 싶어요. 1년에 한 번은 문닫고 공부하러 가고도 싶고, 삶의 어느정도 여유를 누리며 디자인에 임하는게 훨씬 풍부한 디자인력이 생길 것 같아요. 고객을 리드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곳을 만들고 싶어요. 지역에 상관없이 체계적으로 할 자신이 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요.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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