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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 뷰티콩그레스 2019 ⑦업스타일을 예술로, 케라 히로후미 Hirofumi Kera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19.04.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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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조명 아래 케라 히로후미(Hirofumi Kera)가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했다. 첼로의 느린 선율과 피아노의 청량한 반주에 케라의 손이 반응한다. 특이하게도 그는 게이샤처럼 기모노를 입고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인형에 빨간 립스틱을 그리며 헤어쇼의 서막을 알렸다. 케라가 사라 진 후 3명의 닌교츠카이(인형을 조종하는 사람)가 등장했고 인형에 마치 생명을 불어넣기라도 하듯 움직이며 연기를 시작했다.

5분가량 이어진 인형극이 잠시 중단되고 모델과 케라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적막했던 무대는 첼로와 피아노 연주로 가득 채워졌고 그의 스타일링 시연을 관객이 오롯이 보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인형과 모델의 연기, 라이브로 연주된 배경음악, 그리고 케라의 예술적인 감각이 더해져 진한 여운을 남긴 무대. 뷰티 콩그레스 2019의 피날레를 장식한 시세이도 프로페셔널의 톱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케라 히로후미는 무대가 끝난 후 채 가시지 않은 여운을 되새기며 인터뷰에 응했다.
 
스타일링 시연을 선보이는 케라 히로후미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이번 헤어쇼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조루리’라는 일본의 전통 인형극에 헤어쇼를 접목했다. 최근 인형에 관심이 많다.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 내가 만든 인형이 조루리에 쓰이기도 했다. 인형은 원래 생명이 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인형에 메이크업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정돈하고, 몸을 움직이게 하면서 생명을 불어넣는다. 반대로 사람은 생명이 있지만 가끔 인형보다 더 생명이 없거나 인형처럼 보일 때도 있다. 무생물이 유생물 처럼 보이고, 유생물이 무생물처럼 느껴지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이번 무대에서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일본 전통극 '조루리'를 헤어쇼에 접목했다.
최근 인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2년 전 3D 프린트로 만든 플라스틱 인형에 메이크업 작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플라스틱 인형이었기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 인연을 맺은 감독과 좀 더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자는 의견을 나눴고 지속적으로 조율한 끝에 오늘의 무대가 탄생했다. 감독과 함께 알게 된 닌교츠카이 3인도 오늘 무대에 함께 해줬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현대적인 예술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조루리는 일본 전통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피아노와 첼로로 재즈풍 음악을 연주했다.
 
헤어쇼에서 라이브는 생소하다.
그렇다. 개인적으로 무대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스럽다. 피아노와 첼로로 연주해준 두분은 감독과도 친분이 있어 그 인연을 음악적으로 표현하자고 했다.
 
모델과 케라상의 의상을 흰색으로 통일해 순수, 무해한 느낌을 전달했다. 
오늘 무대에서 흰색이 많이 쓰였다. 흰색을 메인 색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흰색은 순수, 무해함을 상징한다. 이러한 흰색의 상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반면 닌교츠카이와 무대 뒤편에서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의 의상은 검은색으로 통일해 흑백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출했다.

뷰티 콩그레스에서 무대를 선보인 것은 몇 번째인가?
뷰티 콩그레스는 30년 전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후 몇 년간 행사를 중단했고 7년 전 새롭게 시작했는데 그 후로 참여한 것은 두 번째다.

자신의 전 무대와 이번 무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온고지신의 정신을 새겨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자 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4년 전 뷰티 콩그레스에서는 음악으로 디제잉을 선보였고 오래된 재료를 사용해 헤어스타일을 완성했다. 올해는 앞으로 수십 년 후면 사라질지 모르는 전통과 현대적인 헤어쇼를 접목해보았다.
 
스타일링이 끝난 후 이어진 조루리.
모델, 닌교츠카이, 연주자 등 많은 사람들의 호흡이 중요한 무대였다. 준비 기간에 어려움은 없었나?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특히 무대 위에서 여러 예술가들과 합을 맞추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표현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무대 전날과 당일 연습을 할 때 까지도 어떤 방향으로 무대를 끌고 나갈지 고민했다. 무대에서 슬픔, 희망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무대 전날까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걱정이 많았지만 본 무대가 끝난 지금은 홀가분하다.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무대였기를 바란다.

올해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사이타마 현립 근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미술관에서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개인전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화보, 패션 디자이너나 플로리스트와 협업한 작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도쿄=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사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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