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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 간 헤어 디자이너 임진옥
  • 성재희
  • 승인 2019.06.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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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의 수상 자리에 함께 한 스타일플로어 임진옥 원장의 칸 동행기. 
 
mini talk 임진옥 원장(스타일플로어 대표 원장) 
칸에는 어떻게 가게 되었나요? 칸 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이벤트죠. 마침 송강호 배우의 헤어를 담당하고 있어서 함께 갈 수만 있다면 동행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왠지 느낌이 좋더라고요. 
 
스타일플로어 임진옥 원장
헤어를 담당하고 있는 연예인은 누구죠? 故 김주혁, 송강호, 지성, 이성민, 김무열, 조동혁, 이준호, 황찬성, 김우영, 준케이, 닉쿤, 전도연, 이보영, 문근영, 이영자, 수애, 정소민, 최유라, 윤정희 등이 있어요. 
 
송강호와 이선균 배우
배우 송강호의 헤어를 담당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송강호 배우는 모발이 전체적으로 가늘고 힘이 없는 편이라, 적당한 볼륨과 스타일링이 최대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에요. 포멀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 내추럴하면서도 격식을 갖추는 것이 헤어 디자이너로서 고민이죠. 
 
송강호 배우와 함께 ^^

칸 레드 카펫 행사에서 헤어 스타일링에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낯선 곳에서 스타일링할 때, 힘든 점은 없나요?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세계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였죠. 송강호 배우의 칸 레드 카펫 헤어는 엠파이어 스타일로 연출했습니다. 젊어 보이기도 하고 명예와 책임감, 황제를 상징하는 최고의 남성 스타일이지요.

황금종려상 수상을 발표하는 순간 어땠나요? 감독, 배우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매우 초조한 순간을 보냈어요.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벅찼죠. 일단 너무 행복하고 기뻤어요. 아마 대한민국 국민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칸 황금종려상을 올림픽 금메달에 비유할 건 아니지만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감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 <기생충> 출연 배우들
영화 <기생충>은 어떻게 보셨나요? 영화가 금방 끝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흥미로웠어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때문인지 1분 1초가 지루하지 않았죠. 동시대인으로서 빈부격차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봉준호 감독은 천재인 것 같아요. 이런 영화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다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것 외에 칸에 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계 두 거장인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와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큰 영광이에요. 제가 2018년 ‘드라마 어워즈’ 때도 칸에 참석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인 만큼, 해외 유명 배우들을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신기했죠. 평소 좋아하던 해외 배우를 만났는데, 저도 모르게 소리를 꺅 지르고 말았어요. 오랜만에 소녀 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정말 행복했어요.
 
해외 배우 중에서 저 배우 머리를 내가 해주면 훨씬 잘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배우가 있었나요? 단연 브래드 피트요.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해보고 싶어요. 이번 레드 카펫 스타일이 멋지긴 했지만 저였다면 좀 더 클래식한 느낌으로 가르마를 타고 스타일링했을 것 같아요. 그 생각이 머릿 속에 계속 맴돌더라고요. 그저 한 사람의 팬이자 헤어 디자이너로서 제 견해예요. 헤어에 정답은 없으니까. 사실 브래드피트는 뭘 어떻게 해도 멋지죠.
 
브래드피트에게 가르마를 타주고 싶다~
임진옥 원장이 송강호 배우만큼 좋아하는 브래드피트
칸의 행사 진행이나 참석자들의 분위가 궁금합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 참석한 만큼 위엄 있고 클래식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든 배우와 감독, 영화 관계자들이 레드 카펫을 밟기 위해 드레스업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칸 레드 카펫은 스태프들을 포함해 모든 참석자가 드레스업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어요. 덕분에 저도 난생 처음 드레스를 입어 봤죠. 오랜만에 신은 힐 때문에 발이 아파 고생 좀 했어요. 남자는 무조건 턱시도, 여자는 드레스를 입습니다. 경호원들이 복장검사를 철저히 하죠. 세계적인 영화제인 만큼 행사 진행이 매끄러워요. 체계가 잡혀 빈틈이 없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는 칸 영화제처럼 멋진 시상식이 개최되겠죠?
 
칸의 배우들
영화인이나 배우의 헤어스타일을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이나 즐거움이 있다면요? 저로 인해 누군가가 더욱 빛이 난다면 그 자체가 저의 행복입니다. 전 제가 좋아하는 헤어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보람을 느껴요. 미용하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헤어가 너무 재밌거든요. 계속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헤어 디자이너들이 요즘 어떻게 커트하고 스타일링하는지 SNS를 통해 부지런히 찾아봐요. 쉬는 날 카페에 가서도 어느 순간 헤어 영상을 찾아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죠. 늘 헤어 디자인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제게 헤어 디자인은 일이기보다 즐거움이에요. 이번 칸 영화제에 동행하면서 두 거장을 보며 배운점이 많아요. 두 분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2019 칸 영화제 레드카펫
2019 칸 영화제에 참석한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아내 다니엘라 픽
 
에디터 성재희  사진 임진옥(본인, 송강호, 이선균 사진), flickr(Boris Colle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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