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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소영의 예술 세계
  • 최은혜
  • 승인 2019.07.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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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서양화가인 장소영 대표. 얼굴과 그림, 실용예술과 순수예술을 오가는 그녀의 이야기.
 
profile 장소영 현 페이스갤러리(FACE GALLERY) 대표, 한국컬러 유니버설디자인협회 이사, 2017년 12월 첫 개인전 2017년 Invited Winter International Design Exhibition(Taiwan) (국립 타이베이과학기술대학교, 타이완) 전시, 2018년 5월/2019년 5월 개인전 개최, 2018년 The end and the beginning展(갤러리 뷰테 두 마르탱 칼르메 galerie beaute du matin calme, 프랑스) 초대전, 2019년 카루젤 드 루브르 아트쇼핑(Carrousel du Louvre Art Shopping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초청 부스 개인전, 2019년 10월 미국 LA 부스 개인전 예정.
지난 5월 진행한 개인전 <심안여해 展>은 어땠나요? 이번 개인전의 작품은 그동안의 작품과 다르게 작품 형식이 조금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화면 전체에 균일하게 페인팅한 올오버 형식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화면을 반으로 나눠 하단부에 수직으로 드리핑해 풍경이나 인물을 연상케 하는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그동안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실험적인 시도를 했는데 이러한 도전과 변화가 대중에게도 어필하더 라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화가 말고도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메이크업과 색채 강의, 공연 기획, 지역 홍보대사도 하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모토의 기획 강연인 드릴쇼(드림릴레이강연쇼)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10월 출간 예정인 자전 에세이 준비로 정신이 없고요.
 
주제를 심안여해로 한 이유와 작품에 사용한 기법은 무엇인가요? 심안여해(心安如海)의 뜻은 ‘마음이여 바다처럼 평안하라’라는 뜻입니다. 요즘 현대인들에게 가장 결여되어 있는 게 휴식과 평안이 아닐까요. 제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안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심안여해’라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작품은 대부분 드리핑이나 액션페인팅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틀이 정해져 있는 구도가 아닌 자유롭게 뿌려진 물감의 물상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감정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뷰티 전공 후 미술을 전공한 것인가요? 화가가 되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 미술을 배우긴 했지만 취미일 뿐이었어요. 뷰티를 전공한 뒤 그림을 나중에 배우게 된 케이스이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메이크업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 많은 영감이 떠오르곤 하는데, 메이크업만으로는 저의 영감을 모두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무래도 메이크업은 사람의 얼굴에 하는 것이다 보니 색감이나 질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메이크업의 대상을 사람의 얼굴에서 캔버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대학원도 미술과 뷰티를 모두 배울 수 있는 곳을 선택했는데, 뷰티보다 미술 수업을 더 많을 들을 정도였어요.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누드 크로키를 그리는데, 교수님께서 그동안 제가 스케치한 작품을 보시더니 그림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전시회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우여곡절 끝에 2017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막상 해보고 나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메이크업과는 또 다른 세계였어요. 메이크업은 메이크업을 받는 한 사람만을 만족시키는 작업이라면 미술은 하나의 작품으로 그것을 보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화가가 되고자 결심하게 된 이유입니다.
 
심안여해,2019,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162.2×97cm
처음 작품이 팔렸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처음 팔린 그림은 미색 바탕 위에 아이보리와 연한 노란색 등의 선이 어우러진 추상 작품이 었어요. 첫 개인전이다 보니 그림이 팔릴 것이라는 기대도 없었고 그저 개인전을 갖는 것에 의의를 두자 했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이 나와서 꿈꾸는 듯한 기분이었죠. 대부분의 미술을 전공한 전업 작가들도 첫 전시에는 작품이 안 팔리거든요. 더군다나 저는 미술 전공자도 아니었고요.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받는지요? 혼자 여행을 많이 하는데 여행 을 하며 사색을 하다 보면 뭔가 떠오르기도 하고, 메이크업하면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미세한 감정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실제로 메이크업이라는 일이 그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많은 미술평론가들과 컬렉터들에게 그림의 색감에 대한 호평을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메이크업을 하면서 트렌드 컬러나 패션 컬러, 컬러의 조화 등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다루다 보니, 색감에 대한 다양한 감각이 그림에서도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잭슨 폴록이에요. 드리핑 기법에 많 은 영감을 받은 작가인데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좋아했어요. 또 고흐의 붓 터치와 색감을 좋아해서 고흐 작품을 보러 일부러 프랑스로 여행을 간 적도 있어요. 전시는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골고루 보는 편이고 순수미술뿐만 아니라 조각도 좋아해요. 
 
자신의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모든 작 품에 애착이 가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었던 ‘심안여해’입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제 스스로 많은 위안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고, 완성되고 나서는 더욱 애착이 갔습니다. 곡선의 형태를 이루며 뿜어 오르는 푸른색의 물줄기에서 드넓은 바다의 품 에 폭 안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지친 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 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팔지 말고 거실에 걸어둘까 고 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전시 첫날, 제일 먼저 팔리더라고요.( 웃음)
 
기억에 남는 전시회가 있나요? 작년에 프랑스의 한 갤러리에서 초청을 받아 한 전시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돈이 있거나 재테크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프랑스 사람들은 좀 달랐습니다. 어떤 프랑스인이 작품을 구매했는데, 모습이 약간 초라해 보였어요. 한국에서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딱 봐도 부자처럼 보이거든요. 옆에 있던 통역사를 통해 왜 작품을 구입하려 하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그녀가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이 그림을 제 방안에 걸어 두면,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행복할 것 같아요.” 저는 다시 한번 질문을 했습니다. “이 작품의 가격이면 지금 들고 계신 가방보다 더 좋은 명품 가방을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작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다음 그녀의 대답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명품 가방은 다른 사람의 부러운 시선을 받을 순 있겠지만 저의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아요. 하지만 작품은 집에 놓고 볼 때마다 제가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삶에 있어 명품 가방은 필수가 아니지만 예술 작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실제로 작품을 구매한 프랑스인 몇몇에게 같은 질문을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놀랍게도 비슷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프랑스를 괜히 예술의 도시라고 하는 게 아니란 걸 다시 한번 느꼈죠. 
 
Untitled, 2019, Acrylic and gel medium on canvas 50×72.7cm
그림을 그리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그림이 마르면 색이 좀 달라지는데 말랐을 때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해서 마를 때까지 계속 조색을 해야 하는 때가 있어요. 전시를 못하는 작품도 많고 버리게 되는 것도 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자신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얼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제가 지향하는 바이자 저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메이크업을 하면서 고객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대화를 하다 보면 고객이 가진 콤플렉스가 보입니다. 단 순히 얼굴만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습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의 콤플렉스까지 커버해주고 싶어요. 그래야 진정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지 않을까요?
 
쇼트 헤어가 산뜻한데 헤어는 어디에서 하나요? 사실 저는 미용실을 한 군데만 다니지 않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각 매장의 분위기나 스타일을 비교하기 위해서지요. 저마다의 경영 스타일, 디자이너의 성향과 실력이 모두 다르니까요. 그러다 보면 지역별 미용시장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어요.
 
문화가 뷰티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미술을 자주 접하면 감수성이 풍부해져요. 인간의 감정을 다양한 방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이런 경험이 머리를 하든, 메이크업을 하든 나타나게 되어 있어요. 헤어 디자이너라면 커트 디자인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해내는 식이죠. 전시를 많이 본 사람은 감수성 자체가 달라요. 같은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서 더욱 예술적일 수밖에 없죠. 
 
인생의 롤모델이 있나요? 대학 때 만난 뷰티 디렉터 오민 교수님입니다. 열정적인 강의 모습에 매우 놀랐죠. 교수님께서 수업 때마다 “현장은 전쟁터다. 지금 학교에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라고 강조하셨어요. 교수님의 그러한 말씀 덕분에 더욱 이를 악물고 노력한 것 같아요. 그리고 패션쇼의 백스테이지에 제자들을 많이 데리고 가서 현장이 어떤 곳인지 체험하게 해주죠. 현장에서도 힘이 넘치고 열정적인 교수님을 보며 저를 돌아보게 되었고 아티스트로서의 꿈을 키워나갔어요. 때로는 자상한 아버지처럼 때로는 무서운 호랑이처럼 변신하는 오민 교수님께 뷰티뿐만 아니라 인생까지도 배웠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오민 교수님께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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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진줏빛 펄이 들어간 수분 베이스로 얼굴뿐만 아니라 몸에도 사용할 수 있어 요. 특히 여름에 팔이나 다 리 등 노출된 부위에 바르면 은은하게 광이 올라와서 더 욱 건강한 피부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사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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