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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바버샵, 베를린에서 온 '소년이발사'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19.07.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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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한적한 골목의 오후 4시, 저녁의 시작을 알리는 햇살이 소년이발사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시간이다. 새하얀 건물로 노란 햇살이 길게 자리 잡은 그 시간에 소년이발사를 만났다. 자신을 그냥 소년이발사라고 불러달라던 바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의 인스타그램을 몇 번이고 훔쳐봤는데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 굉장히 궁금했다. 직접 만난 그는 뿜어내는 오라와는 달리 수다를 좋아하고 인간미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않는 소년처럼 자유롭게 사고하고, 처음 다짐했던 마음을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닉네임을 소년이발사로 정했다”는 그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첫 다짐에 대해 물었다.
 
소년이발사
처음 바버를 시작한 곳이 베를린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좋아하는 것도 없을 무렵 3년 정도 외국에서 떠돌이처럼 혼자 지내던 시기가 있었다. 베를린에 친구들이 살고 있어서 잠시 머물러 갔었는데 우연히 바버와 인연을 맺게 됐다. 아무것도 갖추지 않고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베를린의 바버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곧 한국으 로 돌아와 1년 정도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서 친구의 바버샵에서 무보수로 일했다.

떠돌이 생활을 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레스토랑 디렉터였다. 주변에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내 스타일을 높게 평가하고 간혹 자문을 구했다. 그러다가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1년 정도 디렉터로 근무했다. 당시 전 세계를 다니며 소위 좋은 것은 모두 경험했다. 그렇게 화려한 생활을 하다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는데 모두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방황을 하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출장을 다니면서 베를린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좋아서 가게 됐다.

구체적으로 베를린의 어떤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나?
우연히 집에서 머리를 자르는 광경을 보게 됐다. 호기심이 생겼고 그들이 바버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더 많은 관심이 생겼다. 프로페셔널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에 매료됐다. 내가 한국에서 경험한 이미용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오랜 기간 훈련을 받아 바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있는 사람이 바버를 한다.
 
소년이발사 내부
베를린 바버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한국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바버 문화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베를린에서 가보고 싶은 바버샵을 모두 돌아다니며 그들의 문화를 보고 느꼈다. 굉장히 친절했는데, 잘 모르는 나라 사람이 자신을 보러 왔다고 하니 더 잘해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일해본 적 없이 바로 소년이발사를 오픈한 건가?
맞다. 내가 처음 바버를 접한 건 베를린이었고, 실력을 키운 것도 베를린이다. 대신 소년이발사를 오픈하기 전에 1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종로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다양한 분들의 머리를 잘랐다. 그러면서 서양인과 동양인의 모질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를 많이 경험했고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소년이발사의 가위와 클리퍼
한국에서 첫 오픈인데 반응이 뜨겁다. 이미 잡지에도 두 번 소개됐고 매일 7~8명의 고객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다양한 곳에서 소년이발사를 듣고 찾아온다. 인스타그램이 원래 비공개였는데 소년이발사 준비를 시작하면서 공개로 바꿨다. 그 후로 함께 뭔가를 하자는 DM을 종종 받곤 한다. 봉사활동을 할 때는 알렉스더커피 대표에게 팝업 제안이 와 카페에서 며칠간 팝업 매장을 열었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도 있었고, 자신도 바버가 되고 싶은데 자격증을 취득하고 찾아오겠다는 분도 있었다. 한번은 방송을 듣고 찾아 온 분도 있었다. 소년이발사가 방송에 소개된 적이 없는데 무슨 방송이냐고 물었더니 로레알 관계자가 팟캐스트를 진행하는데 그 방송에서 소년이발사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알려졌다.
그 영향력이 좋은 쪽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소년이발사에 처음 온 고객들은 심하게(?) 자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바버라면 올드스쿨 스타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는 것 같다. 올드스쿨은 바버의 한 장르일 뿐 나는 고객 니즈에 맞게 자른다. 바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다양한 바버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라피>도 인스타그램에서 소년이발사를 처음 봤다. 관리 비법이 있나?
인스타그램을 공개로 바꾼 이유는 소년이발사를 알릴 수 있는 사이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으로 홈페이지를 대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하기 위해 해시태그를 달거나 특별하게 홍보하지 않는다. 해시태그를 검색해서 찾아오는 분들보다 내 스타일과 느낌이 좋아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멋스러운 소품으로 가득한 소년이발사
소년이발사를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이 공간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는 평이 있다.
감사하다. 어릴 적부터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소품에 재미로 가격표를 적어놨는데 실제로 사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소년이발사에서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충분히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가 굉장히 깔끔하다.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인테리어는 베를린의 바버샵, 아인 프리주아(Ein Friseur Berlin, 한 명의 미용사)를 모티브로 인테리어했다. 밖에서 1시간을 서서 그 바버샵을 바라봤을 정도로 그곳의 인테리어가 좋았다. 앞에 턴테이블이 있고 고객 음악 취향을 물어본 뒤 음악을 틀어준다. 거실에서 커트를 하는 느낌이 좋았다. 소년이발사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해 거실처럼 꾸몄다. 바닥도 타일인데 모두 마루인 줄 안다. 일부러 높낮이도 다르게 해 마루처럼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아인 프리주아처럼 신발을 벗고 들어오게 할까 생각도 했지만 고깃집 느낌이 나서 포기했다.
 
소년이발사 입구
자유로운 영혼인 것 같다. 바버샵 오픈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힘들어 졌을 것 같은데.
그래서 일상이 무료해질 때쯤 친구들과 팝업 매장을 기획한다. 요즘은 바빠져서 혼자 일하기 버거울 때가 있다. 예약 전화가 많이 오니깐 지인들이 직원을 한 명 채용하든지 아이팟을 사서 커트하면서 전화를 받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순간 혹했지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에 내가 의도했던 바버샵은 프랜차이즈 느낌의 바버샵이 아니다. 베를린의 바버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롭고, 프로페셔널한, 사진 직업을 사랑할 줄 아는 바버가 되고 싶다.

커트비가 3만원이다. 바버샵 중에는 저렴한 편 아닌가.
고객들도 언제 올릴 거냐고 자주 물어보지만 적당한 요금이라고 생각한다. 바버 문화가 더 대중화되기를 바라기에 앞으로도 요금을 올릴 생각은 없다. 더 다양한 고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부담 없는 요금일지라도 고객이 나에게 받는 서비스는 언제나 그 이상일 것이라 자신한다. 이렇게 조금씩 바버 문화를 알려나가는 게 내 소망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그 문화의 중심은 아닐지라도 소년이발사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그 문화의 중심은 아닐지라도 소년이발사를 방문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좋았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한다.
바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직업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나는 그 마음을 새기기 위해 머리에 가위 모양 문신을 했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것을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아야 실력이 향상된다. 나는 외국 바버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데 추천해주고 싶은 바버는 Ben Ko(@hellobenjamin)다.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사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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