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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② 오르페우스와 아폴론
  • 최은혜
  • 승인 2019.07.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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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와 예술 1 - 오르페우스와 아폴론
 
고대 그리스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의 맥락을 함께 따라가야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그리스 예술 작품이 신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들이니까요. 그리스 예술의 본질을 보여주는 신화의 내용은 바로 오르페우스에 대한 것입니다.
 
이 내용을 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예술이 얼마나 강하고 광범위한 힘을 가졌는지, 그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리고 그리스 신화가 후대 서양 예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번 편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아폴론의 관계와 유사성을 다루는데 먼저 오르페우스를 다룬 그리스 신화의 원문을 보시죠.
 
‘오르페우스는 아폴론과 칼리오페의 아들이었다. 오르페우스는 아버지 아폴론으로부터 수금 한 대와 연주하는 기술을 전수받았는데, 그 솜씨가 어찌나 훌륭했던지 매혹당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짐승까지도 오르페우스가 고르는 가락을 들으면 그 거친 성질을 녹이고 다가와 귀를 기울이곤 했고, 나무는 그가 있는 쪽으로 가지를 휘었고 바위는 그 단단한 성질을 잠시 누그러뜨리고 가락을 듣는 동안만은 부드러운 상태로 있었다.’
 
오르페우스의 아버지인 아폴론은 미남인데다가 악기 연주와 의술, 무예에도 탁월했다고 합니다. 어머니 칼리오페는 뮤즈 여신 9명 중 막내인데 다른 뮤즈들보다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답니다. 이렇게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부모에게서 태어난 오르페우스가 가진 음악적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만하지요.
 
롤란트 사베리(Roelandt Savery, 1576-1639), 오르페우스, 1628년.
위 그림에서 오르페우스가 연주하는 수금은 바이올린처럼 활로 켜는 형태로 묘사되어 있어요. 그리스 이름으로는 리라(lyra)라고 하는데, 이 악기는 활로 켜는 형태뿐 아니라 손으로 뜯는 형태로도 있었답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오르페우스의 주위에는 항상 여러 동물들과 산천초목이 등장 합니다. 그의 음악이 인간뿐 아니라 자연 및 신적인 존재들까지도 감동시켰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자연과 인간을 감화시키는 오르페우스는 기독교 전통에도 그대로 계승됩니다. 양을 치는 목자의 이미지, 사울을 진정시키는 다윗왕의 수금 등에서 오르페우스와의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답니다. 영혼 숭배 사상인 애니미 즘과 유사한 사상 중에 오르피즘(Orphism)이 있는데, 바로 오르페우스의 종교라는 뜻입니다. 생명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정신을 내세우는 오르피즘은 세상 만물을 감동시키고 치유해 하나가 되게 한 오르페우스의 예술적 영향력을 종교화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있는 풍경, 1651년.
옆의 그림에서는 오르페우스의 악기인 리라가 손으로 뜯는 형태로 그려져 있네요. 활로 켜는 형태보다 손으로 뜯는 것이 더 오래된 악기라고 합니다. 리라는 음악의 신이자 오르페우스의 아버지 아폴론을 대표하는 악기이지요. 길고 우아한 손가락으로 고고하게 연주하는 현악기는 옛날부터 귀족적인 이미지를 상징했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결혼한 지 열흘도 안 된 새색시 에우리디케는 어느 날 친구들과 올림포스 산기슭의 템페 계곡으로 꽃을 꺾으러 갔다가 꿀벌치기 아리스타이오스의 눈에 들어버렸다. 말 좀 여쭙자고 다가오는 청년을 피해 달아나다가 그만 풀밭에 숨어 있던 독사에게 발꿈치를 물려 죽고 만다.
 
아내 잃은 슬픔을 달래다 못한 오르페우스는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왕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여보기로 결심했다. 스튁스 강을 건너간 오르페우스는 망령들 사이를 지나 이윽고 하데스와 저승 왕비 페르세포네 앞에서 수금을 타며 자신의 슬픈 사연을 노래했다.
 
오르페우스가 노래를 부르자 핏기 없는 저승의 망령들까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계속 될 동안, 탄탈로스가 마시려고 하면 물러나버리는 물도 달아나지 않았고 그도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영원히 돌아가는 불바퀴에 매달려 있던 익시온도 바퀴가 멈춘 탓에 잠시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티튀오스의 간을 파먹던 독수리는 잠시 그 부리질을 쉬었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했던 다나오스의 딸들은 잠시 앉아 쉴 수 있었으며, 굴러내리는 바위를 올리던 시쉬포스도 바위에 앉아 쉴 수 있었다.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와 천벌의 여신 네메시스도 난생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얀 브뤼헐(Jan Brueghel, 15681625), 저승의 오르페우스, 1594년.
위 그림은 저승의 신 하데스 부부 앞에서 삼각형 모양의 리라를 연주하는 오르페우스입니다. 형벌에 고통 받던 이들이 모두 그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네요.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저승에 들어간 최초의 존재가 오르페우스입니다. 오르페우스의 아버지인 아폴론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은 아폴론에게서 배운 것인데 죽은 사람도 살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죽음을 삶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과 예술, 그리고 의술이죠. 그리스 신화 곳곳에 등장하는 아폴론은 엄청난 연애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폴론은 사랑과 예술과 의술 모두에 능통했던 것이고, 그의 아들 오르페우스는 역시 사랑과 예술, 치유의 아이콘이 된 것입니다.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Baptiste-Camille Corot, 17961875),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는 오르페우스, 1861년.
드디어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저승에서 데려오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저승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겼고, 결국 비극의 주인공이 됩니다. 다음에는 금기, 죽음, 축제 등에 대한 얘기를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연관지어 풀어보겠습니다. 
 
지혜만 대표 (주)빗경 대표, 비아이티살롱 대표, 한성대학교 한디원 미용학과 겸임교수, 지혜림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석사), 한양대학교 음악사(박사과정), 다수의 음악사 강의 및 칼럼 연재.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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