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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와 우주의 음악, 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⑥
  • 최은혜
  • 승인 2019.08.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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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와 예술 5 피타고라스

안톤 라파엘 멩스(Anton Raphael Mengs), 아폴론과 아홉 뮤즈, 18세기 중반

우리는 오르페우스와 헤르메스, 판 등을 통해 음악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감정과 본능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 중 상당수가 이처럼 음악의 마술적인 힘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음악을 포함한 예술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 해보면 그리스 신화에 드러난 음악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는 비합리적이고 마술적인 음악(관악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고귀함을 강조하는 음악(현악기)의 흐름도 존재했습니다. 오르페우스 편에서 봤듯이 현악기는 아폴론을 상징하는 악기입니다. 아폴론은 현악기 리라를 연주하는 것과 더불어 서정시를 주관하는 신이었습니다. 서정시를 의미하는 리릭(Lyric)은 바로 리라를 연주하면서 읊는 시라는 뜻입니다.

서정시는 아폴론과 9명의 뮤즈 중 몇 명이 주로 관장했습니다. 음악(Music)은 뮤즈를 뜻하는 그리스어 무사(Musa)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들의 기술 활동을 의미하는 단어가 무지케(Musike)였죠. 이 때 기술이란 즉흥적이지만 잘 정돈된 리듬과 음정 등을 다루는 능력을 말합니다. 리듬과 음정은 박자 및 음높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수(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뜻이죠. 음악의 본질에 수가 있다는 것은 음악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위로 바라보는 관점의 기원이 됩니다.

물론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동떨어진 숫자만의 유희는 아니었으며, 잘 조직된 수학적 질서가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서는 온건하고 고귀한 것이었죠. 그리스 신화에서 거의 끄트머리에 잠깐 다루어진 인물이지만 서양 음악사의 근간을 이루는 음악론을 제시한 사람이 피타고라스(Pythagoras, BC 580-500)입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한 인물로 그는 수학과 음악, 천문학은 본질적으로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수가 만물의 본질이자 원리라고 생각했으며, 수가 있음으로 물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수는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인 것이다. 그는 우주의 여러 형태와 현상의 기초와 본질이 수라고 생각했다. 1은 모든 수의 근원이다. 2는 불완전하여 증가와 분할의 원인이 된다. 3은 처음과 중간과 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수이다. 4는 정사각형을 표시하는 수로서 가장 완전한 수이다. 그리고 10은 이 네 개의 기본수의 합계 (1+2+3+4=10)이므로 모든 음악적, 수학적인 비율을 포함하며, 따라서 우주의 체계를 나타내는 수이다.

우리가 오늘날까지 잘 사용하는 십진법, 그러니까 10을 기본 단위로 여기는 셈법의 기원을 볼 수 있네요. 우주 만물의 기초가 수라는 생각이 서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피타고라스는 서양 문화 특유의 정확성과 수량적인 사고방식의 밑바탕을 본격적으로 다져놓았습니다.

피타고라스는 어느 날 대장간 옆을 지나다가 서로 무게가 다른 쇠망치의 음높이가 다르게 나는 것을 듣고서 망치의 크기를 비교했더니 간단한 정수비를 이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보고 그는 나무판에 하나의 줄을 매단 악기인 모노코드를 만들고서 음과 음 사이의 정수 비례를 이용해 여러 음정을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옥타브 음정은 2:1, 5도 음정은 3:2, 4도 음정은 4:3, 온음정은 9:8이다. 이들 중 1부터 4까지의 숫자에 해당하는 음정이 완전한 협화음으로 간주된다.

오늘날의 악기 조율법과는 차이가 있지만, 음정을 수의 비례로 계산하여 음계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놓은 최초의 인물이 피타고라스입니다. 음악이 수와 관련 있다는 합리적 사고방식은 바로 현악기를 조율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죠. 그렇기에 현악기의 신인 아폴론의 음악이 관악기의 비합리적 광기와 대조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피타고라스의 조율법은 5도 음정(3:2)을 기준으로 하여 음계를 산출합니다. 가령 C(도)음을 기준으로 하여 5도 위의 음정을 차례로 쌓아 나가면, C(도) - G(솔) - D(레) - A(라) - E(미) - B(시) - F# - C# - G# - D# - A# - E#(= F, 파) - C, 이렇게 한바퀴 돌아 모두 12개의 음이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피아노를 보면 한 옥타브가 모두 12개의 건반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그런데 오늘날의 악기 조율법과는 달리 피타고라스 음계의 음정들 간격은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고대의 음악은 현재처럼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악기를 하나의 방법으로 조율할 필요도 없었고, 따라서 단순하게 리라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정도에 최적화 된 조율법이 바로 ‘피타고라스 조율법’이었습니다.

피타고라스는 등배수를 이루는 진동에서는 협화음이 생기고 그렇지 않은 것에서는 불협 화음이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의 비례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는 물론,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현상의 각 부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그는 우주의 중심에 생명의 원리인 ‘중심의 불’이 있고 이 불은 지구와 달과 태양과 다섯 개의 행성에 둘러싸여 있으며, 각 행성 사이의 거리는 음정의 간격과 일치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행성들은 그 안에 거주하는 신들과 함께 이 중심의 불 주위를 돌면서 노래를 부르며 군무를 추고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피타고라스가 생각한 음악은 귀로 들을 수 있는 음향만이 아니었습니다. 태초에 우주의 비례와 조화라는 ‘우주의 음악’이 있었고, 그 조화의 원리는 자연과 인간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실제 음향의 아름다움에도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조화로운 우주의 원리가 반영된 음향으로 이루어진 음악은 우리의 인격과 정서 함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고방식이 여기서부터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뿐만 아니라 현대에까지 계승되면서 예술에 등급을 매기고 표현의 수위를 정하는 등 제도적 측면에도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지혜만 대표 (주)빗경 대표, 비아이티살롱 대표, 한성대학교 한디원 미용학과 겸임교수, 지혜림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석사), 한양대학교 음악사(박사과정), 다수의 음악사 강의 및 칼럼 연재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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