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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종이 잡지의 매력
  • 최은혜
  • 승인 2019.09.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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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이 잡지의 세계를 알게 된다면, 지금 당장 살롱에 비치하는 잡지를 바꾸고 싶을지도 모른다.

독립 잡지의 영역이 생겨나면서 누구나 에디터와 편집자가 될 수 있게 되었고, 한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잡지는 세련되어지고 특별해졌다.

“살롱에 놓인 잡지가 우리를 말해줍니다. 그래서 비치하는 잡지 한 권도 신중하게 고르죠.”

언젠가 한 살롱을 방문했다가 원장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살롱 한편에는 각종 디자인 서적과 <매거진 B> 몇 권이 놓여 있었다. 이렇듯 최근 살롱을 다녀보면, 특히 살롱의 개성이 뚜렷한 경우 살롱 내 비치하는 잡지가 남달랐다.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인테리어에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바이블이라고도 할 수 있는 <킨포크>만 놓인 살롱도 있었고, 원장이 촬영차 각국을 돌며 사들인 각종 패션, 뷰티 전문지 를 쌓아놓은 살롱도 있었다.

유명 잡지의 폐간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종이 잡지의 종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잡지에서 트렌드를 찾지 않은지 오래다. 오히려 그 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독립 잡지의 영역이 생겨나면서 누구나 에디터와 편집자가 될 수 있게 되었고, 한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잡지는 세련되어지고 특별해졌다.

시간이 흘러 쌓이면 처치 곤란인 일회용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이전보다 다양한 주제의 잡지를 만나는 즐거움이 생겨난 것이다. 책장에 꽂아두어 수시로 읽을 수 있고, 일반 잡지에서 보기 힘든 세련된 편집과 디자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인테리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미 헤어 디자이너 사이에도 유명한 <매거진 B>를 비롯해,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쓸(SSSSL)>, 딱 한 편의 영화만을 주제로 하는 <프리즘오브>, 다양한 일상의 주제를 담은 A6 사이즈의 작은 잡지 <컨셉진>, 먹고 사는 일인 식(食)과 주(住)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부엌> 등이 그것이다. 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각 종 분야의 잡지를 읽을 수 있는 서울 합정동의 <종이잡지클럽>이라는 공간도 이색적이다.

새로운 시즌을 맞아 식상한 살롱 서비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오늘부터 대기실에 비치하는 종이 잡지부터 다양하게 바꿔보는 건 어떨까? 

테마가 있는 독립 잡지 인터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잡지 <쓸>  

<쓸> 매거진 
<쓸(SSSSL)>은 쓸 수 있는 자원에 대해 생각하며 생활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zero-waste life)를 담은 잡지이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란 물건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부터 버려지는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하여 낭비를 줄이는 생활이다. 이를 통해 물질적인 소비를 줄이고, 느리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한다. 

독자층
연령이나 성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환경과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다. 환경 관련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종종 쓸의 구독자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기획 단계이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거나 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쉽고 공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누군가 <쓸>을 보고 ‘나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쓸>을 즐겁게 보는 팁 
기본적으로 환경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조금씩 줄여나간다고 생각하면서 잡지를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종이 잡지의 매력 
전자기기와 종이로 읽는 책의 느낌이 다르듯이 종이 자체가 주는 물성이 종이 잡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종이의 무게감과 향, 질감, 각자 다른 사이즈에 맞는 레이아웃 같은 요소가 잡지마다 고유한 특징이 된다. <쓸>과 같은 환경 매거진의 경우 코팅되지 않고 색감이 일반 종이와는 다른 친환경 종이를 사용한다.

영화 잡지 <프리즘오브> 

<프리즘오브> 
<프리즘오브>는 한 호에 한 영화만을 다루는 계간 영화잡지이다. 2015년에 창간해 현재 13호까지 발간했다. 매 호마다 160페이지에 걸쳐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정보, 비평, 감성, 인터뷰 등을 싣는다. 백색광이 프리즘을 통과 하면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이 펼쳐지듯 한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고자 한다. 

독자층 
처음에는 특정 영화의 팬으로서 <프리즘오브>를 접했다가 나중에는 다른 영화를 다룬 호수까지 찾아보는 분들이 많다. 매 호마다 독자층이 영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건 '영화를 활자로 음미하고 싶어하는 관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여러 편의 기사가 동시에 한 편의 영화를 다루므로, 콘텐츠의 밸런스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선 가장 먼저 주제 영화의 중요한 면모를 잘 조명하고 있는지, 빠트린 포인트는 없는지 살펴본다. 그 이후에는 한 작품에 대해 충분히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기사끼리 겹치는 분석이 있는 건 아닌지를 제작 과정에서 끊임없이 체크한다. 

<프리즘오브>를 즐겁게 보는 팁 
매 호마다 Light, Prism, Spectrum이라는 3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 하는 과정을 목차에 적용했다. 그래서 잡지가 아니라 단행본을 보듯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차근차근 읽고 목차를 따라 순서대로 읽다 보면 영화의 흐름과 잡지의 흐름이 잘 느껴질 것이다. 

종이 잡지의 매력 
잡지에 실린 글이 온라인에 넘쳐나는 정보가 아닌, 내 눈앞의 종이에만 존재하는 정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터넷에 더 재미있는 정보가 많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정보는 희소성은 없다. 그 잡지 말고는 어디서도 보고 들을 수 없는 이야기와 목소리를 담은 종이 잡지는 생명력이 있다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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