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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8만원에 미용실 무제한 이용?! 미용실의 넷플릭스화, 월간헤어 김정수 원장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19.10.0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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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꽃, 맥주, 차량 등 일정한 서비스나 상품을 거래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고객마다 객단가가 다르고 헤어 작업에 변수가 많은 미용업계에도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을까?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자신 있게 미용실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실현한 사람이 있다. 바로 월간헤어의 김정수 대표다. 넷플릭스처럼 월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간단한 드라이부터 커트, 염색, 펌, 클리닉 등 대부분의 미용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경험할 수 있다.
 
월간헤어 김정수 원장
월간헤어 김정수 원장
미용실 정기 구독 서비스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으로 홍보가 이뤄지고 사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기 구독 서비스에 가입한다. 정기 구독자는 월 18만원에 미용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구독을 취소하지 않는 한 지정된 날짜에 자동으로 구독료가 결제된다. 100% 예약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용실에 도착한 고객은 기다릴 필요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나가면서 결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현재는 압구정에 위치한 엘본 헤어 하우스에서 월간헤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구미가 당기는 서비스지만 미용실에도 메리트가 있는 시스템인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은 이상적인 시스템을 찾았고 1년 반 동안 문제 없이 운영하고 있다. 미용은 디자이너가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해야 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굉장히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탈색이나 디자인 컬러는 정책에 따라 추가 요금을 측정하고 하루에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 가능하다. 다음 예약은 이용이 종료된 다음 날 오전 10시부터 신청 가능하다. 이 외에도 디자이너를 지정할 수 없는 등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부분은 제한하고 있다.

압구정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면 원장 커트가 1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펌이나 컬러까지 한다면 18만원 이상 지불하고 가는 고객이 많을 텐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른 살 초반에 살롱을 오픈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디자이너는 살아남지만 그 외 많은 디자이너들은 도태된다. 기술만 뛰어나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자신을 포장하고 알리는 업무까지 배워야 하는데 해나갈 자신이 없어 미용을 그만뒀다. 그 후 미용과 전혀 관계없는 영업 업무로 이직해 4년 동안 일했다. 당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그때부터 마케팅이나 경영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미용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니 예전에는 안 보이던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고객들은 항상 미용실에 가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돈다. 그 고객들을 모두 나에게 오게끔 한다면 탄탄한 수익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럴싸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3년 수원에 있는 미용실에 점장으로 들어가 경영을 관리하면서 미용을 다시 시작했다.

미용실 정기 구독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다시 미용을 시작했을 때 경영 쪽에서 일하는 지인이 “미용업계에도 넷플릭스처럼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우선 비용 면에서 용납이 안 됐다. 대부분의 헤어 디자이너들은 고객에게 합당을 요금을 받는 것이 그들의 자존감이고 기술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정 금액을 받고 무제한으로 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은 기술력은 배제하고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100% 고객에게만 맞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인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온 디자이너로서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정기 구독 서비스를 받아들인 계기는 무엇인가?
미용으로 실패를 맛본 후 크리스천이 되면서 봉사활동을 다니게 됐다. 한번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가 맞닿은 삼각지대에 다녀왔는데 그곳에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많았다. 국적이 없어 지원받기도 어렵고 성장해도 살아갈 희망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곳에 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용 기술을 가르쳐줬고 정기적으로 후원도 하고 있다. 후원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지만 프리랜스 디자이너의 수입은 불안정하다. 장기적인 후원을 위해서는 먼저 수입이 안정되어야 했고 이 부분을 타협하면서 기술에 대한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만큼 미용실 정기 구독 서비스가 비즈니스 모델로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월간헤어 김정수 원장의 트레이
월간헤어 김정수 원장의 트레이
현재 정기 구독 신청자는 몇 명 정도인가?
약 230명의 정기 구독자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5만9천원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구독자가 유입됐다. 한달에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기 구독을 신청했다. 두 달 뒤 요금을 올렸고 60% 정도 이탈했다. 기본 요금은 18만원이지만 종종 행사를 진행하며 9만원에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누적 구독자는 1,600명이다.

디자이너는 어떤 형태로 계약하나?
100% 연봉제다. 인센티브를 없앤 대신 복지를 확대할 수 있었고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보장할 수 있었다. 디자이너는 신규 고객을 유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기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요금을 높이기 위해 고객과 눈치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는 직원 평가 기준을 마련해 평가에 따른 성과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월간헤어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용실 구독이라는 생소한 서비스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시스템을 안정화하면 1,000개 지점까지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봉사에 집중해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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