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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업자 표기 논란 '재점화'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19.10.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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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제조업자 표기 논란 '재점화'
'제조업자 표기 의무'를 둘러싼 화장품 업계의 논쟁이 또다시 격화될 조짐이다. 화장품에 표시할 기재사항들을 규정한 화장품법 제10조를 손보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이다.
 
현행 화장품법은 화장품의 1차 포장(내용물과 직접 접촉하는 포장용기) 또는 2차 포장(1차 포장을 수용하는 1개 이상의 포장과 보호재)에 제품 명칭, 성분, 용량, 제조번호, 사용기한, 가격,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업자의 상호 및 주소'도 필수 기재사항 가운데 하나다. '영업자'는 화장품제조업자, 화장품책임판매업자 및 맞춤형화장품판매업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화장품 용기나 패키지에 해당 제품을 실제로 만든 OEM·ODM 등의 제조업체와 이들에게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브랜드사 등의 판매업체 정보를 반드시 병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부천 소사구, 보건복지위원회)이 지난 22일 화장품법 10조 2항의 '영업자의 상호 및 주소'란 문구를 '화장품책임판매업자·맞춤형화장품판매업자의 상호 및 주소'로 바꾸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앞으로 화장품에 제조업체 정보는 기재할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제조업자 표기 의무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각자의 신념과 기업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사안이다.
 
제조업자 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들은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주장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다.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에 사용할 화장품을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아는 것 또한 소중한 권리라는 것이다.
 
아직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가 의무화되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제조업체를 알 수 없다면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란 의견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같은 맥락에서 제조업자를 표기할 필요가 없다면 마진을 높이는 데에만 골몰한 판매사들이 값싼 공급가의 제조사만 찾게 되고 이는 결국 안전사고 및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모 화장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화장품에 제조원이 명시되니까 제조사들도 책임감을 갖고 제품을 만들고 R&D에 투자도 하는 것이다. 제조원이 표시되지 않는다면 원가 절감 외에 제조사가 어떤 노력을 하겠냐"라고 반문했다.
 
제조업자 기재 의무를 철폐하자는 이들은 화장품 품질관리 및 판매 후 안전관리 의무가 결국 판매업자에게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법 규정이 그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화장품 사용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의 클레임도 판매사를 통하기 마련인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오히려 제조사 정보를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의견이다.
 
제조업자 표기가 화장품 산업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막강 인지도를 가진 상위 제조사 몇몇이 판매사 물량을 쓸어 담으면서 중소 제조사들이 설 곳을 잃고 OEM·ODM 업계의 과점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K-뷰티'의 지속성장에 제조원 표기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원성 또한 높다. 제조원 표기가 의무인 나라가 몇 되지 않아 수출 절차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다는 것. 또 판매사가 어렵게 수출망을 구축해도 해외 바이어가 제품에 기재된 제조사와 직접 접촉해 비슷한 제품을 만들거나 제조원가를 파악해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다반사란 지적이다.
 
수출 제품의 경우, 제조원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있긴 하지만 판매사 입장에선 내수용과 수출용을 따로 만드는 것 자체가 비용이 드는 일인 데다 해외 업체가 내수용 제품의 제조원을 알아내는 게 어렵지 않은 만큼 무소용이란 설명이다.
 
김상희 의원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같은 입장을 취했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 제안의 이유로 "화장품에 제조업자 정보 표기가 의무화돼있어 주요 수탁 제조사의 독점이 발생하거나 해외 업자들이 유사품 제조를 의뢰해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현행법령 상 유통 제품의 품질·안전 책임이 판매업자에게 있고 외국과의 규제 조화를 위해서도 제조업자의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표시될 필요는 없다"라고 밝혔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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