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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생’은 지금부터, 77세 은발의 패션모델 최순화
  • 최은혜
  • 승인 2019.11.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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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패션모델 최순화. 시크한 백발과 170cm의 큰 키에 젊은이들보다 더 꼿꼿한 자세가 감탄을 자아내는 그녀는 이렇게 인생 느지막이 꿈을 이룬 그녀는 나이가 들었어도 꿈을 이룰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준다.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를 위해 사이드는 왁스로 붙이고 프런트 부분은 모발을 세워 활동적인 느낌을 주었다. 
목걸이 오키디루포@occhi_di_lupo_official
요즘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럼요. 길을 가다가도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들도 있으니 가족들도 너무 좋아해요. 손자들은 할머니 멋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뒤늦게 모델이 되니 어떤가요?
모델로 지내는 지금이 즐거워요. 가족과 살 때는 나만의 생활이 없었는데, 이제는 온전히 나만의 삶을 누리고 있어요. 일주일의 스케줄이 오직 모델 활동에 맞춰져 있죠. 늘 하고 싶었고 적성에 맞는 일이니까 얼마나 즐겁고 기쁘겠어요. 오히려 나이가 들어 모델이 되니 더 좋은 것 같아요. 자식들도 다 성장하고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요. 젊었을 때는 어려운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70대 후반이 되고 보니 그 고난과 고통이 지금의 나를 빛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 지금의 행복과 꿈을 누리려고 이런 고난을 헤쳐왔구나’ 싶어요. 인생은 하나라도 헛되게 흘러가는 게 없더라고요. 지난날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이 보상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죠. 단순한 기쁨을 넘어 ‘환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나이대의 분들에 비해 키가 크고 옷거리도 좋으세요.
초등학교 2, 3학년 때 할머니께서 마산의 한 극장 앞에서 식당을 하셨어요. 극장 사람들이 식사하러 자주 오다 보니 할머니는 극장 관람이 거의 공짜였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항상 저를 데리고 극장에 다니셨어요. 외국 영화와 악극단을 보며 새로운 문화를 접했고 지금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런데 왜 할머니가 어린 나를 데리고 극장에 다니셨을까 싶었는데, 지금 저의 꿈이 이루어진 걸 보니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어릴 때부터 모델이 너무 하고 싶었고 예쁜 옷을 무척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때는 좋은 옷을 찾아보기가 힘들어 마음에 드는 천이 있으면 옷을 만들어 입었죠. 그 당시 양장점에 가면 맞춘 옷을 소개하는 잡지가 있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모델들을 보고 얼마나 동경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 시절 부모님들이 대부분 그렇듯 모델이라는 말만 꺼내도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라는 대답만 들었어요. 여군이 되고 싶어서 아버지께 말씀드린 적도 있는데 “여자가 군대라니 말도 안 된다”라며 단번에 반대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결혼은 내 마음대로 했지요. 연애는 부모도 못 말려요.(웃음)

구체적으로 모델에 뛰어든 계기가 있나요?
결혼을 하고 힘든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모델의 꿈도 잊었어요. 아이들이 대학 다닐 때부터 간병 일을 했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되면서 간병을 그만두고 손자들을 봐주고 있었죠. 그러다 저의 실수로 빚이 생겨서 다시 간병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누군가 모델을 하면 잘 어울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어릴 적 꿈이 생각났어요. ‘아, 맞아 나의  꿈은 모델이었어!’라고요. 어느날 우연히 TV에서 당당하고 멋지게 워킹하는 시니어 모델들을 보게 됐고, 간병을 대신해줄 사람을 알아보고 모델 학원에 등록 해 병원과 학원을 오고 갔죠. 힘든 여건이었지만 마음먹고 애쓰니까 되더라고요. 그러다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이 시니어모델학과를 개설해서 그곳으로 옮기고 간병은 주말 아르바이트로 하게 됐어요. 병원에서 밤이면 환자를 재워놓고 워킹 연습을 하기도 했죠. 그렇게 빚을 모두 갚고 여유를 되찾았어요. 빚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모델을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견딜 수 있었어요.
 
스타일리시하고 펑키한 헤어로 변신한 모델 최순화
인생은 하나라도 헛되게 흘러가는 게 없더라고요. 지난날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이 보상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죠. 단순한 기쁨을 넘어 ‘환희’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처음 모델을 할 때는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어요. 빚도 있고 간병 일을 하면서 모델을 하겠다고 하면 바람만 잔뜩 들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 같았어요. 모델 일을 배운 지 5년째인데 가족들도 3년 만에 알게 됐고, 간병을 함께 했던 동료들은 작년에 알게 됐지요. 최근에 누군가 인스타그램으로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봤는데 ‘용기를 얻었다, 열심히 살겠다’라고 적어놨더라고요. ‘내가 늦게나마 필요한 존재가 됐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보고 힘을 얻는 사람이 생겼으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꾸미지 않아요. 모델을 하려 해도 나이 70세라고 포기했을 거예요. 저는 모델을 시작하면서 늘 저의 생각과 목표를 메모하고 수시로 꺼내봤어요.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에요. 단, 열정과 노력,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저의 새로운 목표는 외국 모델들과 런웨이를 걸어보는 것이에요. 모두 나보다 키가 크겠지만, 얼마나 좋을까요!

첫 런웨이의 기억은 어떤가요?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KIMMY.J(키미제이) 무대가 첫 런웨이였어요. 젊은 모델들 틈에 내가 당당하게 설 수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지요. 초보 모델이다 보니 워킹을 실수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을 정도로 많이 긴장했어요. 최근에는 강남패션페스티벌 무대에 섰어요. 가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반응도 좋더라고요. 롤모델이라고 말해주는 후배들도 있고 정말 기뻐요.  
 
시니어 모델로서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시니어 모델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대우가 좋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시니어 모델을 취미로 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서서히 시니어 모델을 본격적으로 기용하거나 전면에 내세우려는 시도가 보이더라고요. 시니어 모델이 취미와 희망사항을 넘어 사회적으로나 패션계에서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보람됩니다. 저 같은 선배들이 왕성하게 활동함으로써 시니어 후배들에게도 큰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고요.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세요?
원피스는 화려하고 꽃무늬가 있는 것, 정장은 원색을 좋아해요. 학원에서 가끔 쇼를 하는데 그때는 드레스나 투피스를 입어요. 모델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옷을 맞춰 입기도 해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있으면 천을 끊어 35년 동안 알고 지낸 분에게 옷을 맞춰 입고 있어요. 기성복이 잘 안 맞기도 하고 워낙 어릴 때부터 맞춰 입다 보니 더 편해요. 

건강과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최근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만 조금 올랐을 뿐 건강하더라고요. 원래 기운도 세고, 건강 체질이기도 해요. 4년 전만 해도 아침에 식빵 두 조각에 커피만 마셨는데 빵이 점점 소화가 안되고 배가 나와서 과일로 바꿨어요. 채소,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달걀과 닭고기를 먹고요. 원래 고기는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식단을 바꾸니 배가 들어가고 머리 뒷부분으로 검은 머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제 트레이드마크가 은발인데 말이죠.(웃음) 아마도 꿈을 이루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일반 아이론 대신 불고데기로 풍성하고 리드미컬한 볼륨을 만들어 고혹적으로 연출했다. 
귀걸이와 목걸이 오키디루포 @occhi_di_lupo_official
시니어 모델이 이제야 각광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는 60대 이후의 시니어가 사회를 움직이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그런 부분에서 한 몫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요. 
염색을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50세부터 염색을 해왔고 모델 공부를 한 후로도 젊어 보이려고 염색을 했어요. 흰머리를 유지하게 된 건 2017년부터예요. 소속사 대표님이 지금 패션계에서는 흰머리를 선호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는데도 내내 검은 머리를 고집하다가 나의 이미지를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염색을 그만뒀어요. 사실 백발의 헤어를 만드는 게 의외로 힘들어요. 염색한 후 시간이 지나 뿌리가 자라면 사람이 굉장히 초라해 보여요. 그걸 못 견뎌서 또 염색하는 거거든요. 그 과정을 견디고나니 지금의 멋진 백발이 되었네요. 근데 검은 머리가 나다니 청개구리도 아니고 말이에요.(웃음)

현재 다니는 미용실이 있나요?
청담 디오드뷰티 이찬 원장님께 머리를 하고 있어요. 학원에 오셔서 미용에 대해 강의하셔서 알게 되었는데, 헤어 모델도 했었어요. 커트를 정말 잘하세요.

헤어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약간 곱슬인데, 젊을 적에는 머리숱이 많아서 빗이 안 들어갈 정도였어요. 지금도 나이에 비해 모발이 건강하고 풍성한 편이에요. 천연 샴푸로 머리를 감은 후 툭툭 털어내고 말리고 빗으면 끝이에요. 헤어 제품도 샴푸, 트리트먼트 정도만 쓰고 있어요. 

앞으로 시니어에 대한 사회 환경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시니어 모델이 이제야 각광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는 60대 이후의 시니어가 사회를 움직이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40~50대에는 한창 아이들도 커가고 일을 할 때라 여유가 없지만 은퇴 후 여유를 되찾은 사람들 중심으로 많은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고 사회적인 대우도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제가 그런 부분에서 한 몫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요.
 
꿈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가요?
도전에 나이를 생각하지 말 것!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라고 하면서도 도전하려면 나이가 걸림돌이 되죠. 남의 시선에 신경쓰며 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열정, 목표, 노력, 계획을 갖고 시작하길 바라요. 하고 싶은 것을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에디터 최은혜 포토그래퍼 사재성 헤어 린다(제트 살롱) 메이크업 구다연(보보리스) 액세서리 오키디루포@occhi_di_lupo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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