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기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매장 직원들 "한 목소리로 뭉쳤다"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19.11.11 10: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식 공간(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 이상돈 의원실에 제출한 사진)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식 공간(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 이상돈 의원실에 제출한 사진)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장품 매장. 그러나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팀이 전국 백화점 및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의 근무환경과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조사에는 랑콤,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샤넬 등 유명 화장품과 시계 등 명품 브랜드 매장 직원 2,806명이 참여했는데 조사 대상 중 59.8%는 근무 중 화장실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객용 화장실은 사용이 금지돼있고 직원용 화장실은 멀리 있어 바쁜 근무 시간에 이용이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42.2%는 일부러 물을 마시지 않을 정도다. 화장실조차 제때 가지 못하면서 응답자의 20.6%는 최근 1년 사이 방광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연령대 여성 노동자 평균(6.5%)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근무 시간 중에는 고객이 있든 없든 잠시 쉬는 것도 어려웠다. 27.5%는 매장 내에 의자가 아예 없고 37.5%는 의자가 있어도 사용이 금지돼있다고 응답했다. 그 결과 하지정맥류(15.3%)나 족저근막염(7.9%)을 직업병으로 얻었다. 구두를 벗지 못해 생기는 무지외반증에 시달린다는 응답자도 6.7%에 달했다. 이 또한 동일 연령대 여성 노동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인데 하지정맥류는 25.5배, 족저근막염은 15.8배, 무지외반증은 무려 67배나 많다.

이같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진정을 받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지만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 증진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로서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인권위 권고사항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검토 중' '모니터링' '사업장의 자율적인 이행 권고' 등 미온한 대책만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수많은 여성 판매직 근로자들이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근무하고 있다. 사용자는 고용노동부의 정책권고 이후에도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등 이 같은 현실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고용노동부가 판매직 근로자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효과적인 제도적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6개 수입 화장품사 노조 모여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결성
 
로레알 등 수입 화장품사 노조가 모여 '백화점면세점판매서미스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로레알코리아와 샤넬, 록시땅코리아, 클라란스코리아, 부루벨코리아, 한국시세이도 등 6개 수입 화장품기업 판매직 노동자들이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판매하는 브랜드가 다르고 근무지도 제각각이지만 기업별 노조를 넘어 산별노조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산별노조의 조합원 수는 3,000여 명에 이른다.
 
각 기업별 노조는 지난 10월 30일과 31일, 총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률로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했다. 이어 지난 9일 서울 신당동 공감센터에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출범대회가 열렸다.
 
산별노조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하인주 로레알코리아 노조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데 험난한 가시길이 있을 것이다. 가시길을 꽃길로 만들자. 서비스노동이 진정한 노동으로 존중받는 시대를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에 출범대회에 모인 500여 조합원들은 열띤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산별노조는 판매직 노동자들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원청사업자인 백화점, 면세점 등에 책임을 요구하고 갑질고객 즉각응대중지권 쟁취, 정기휴점제 쟁취, 영업시간 단축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산별노조를 세운 만큼 화장품 판매직원뿐 아니라 백화점과 면세점, 대형쇼핑몰 등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함께 조직해 나갈 계획이다.
 
11월 9일 서울 신당동 공감센터에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출범대회가 열렸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