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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화장품사들 “K-뷰티, 못 막는다면 먹어서라도”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19.11.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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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 2015년 10월 에스티로더와 해브앤비 간 지분 투자 계약 당시 모습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 2015년 10월 에스티로더와 해브앤비 간 지분 투자 계약 당시 모습
2018년 매출액 기준 세계 3위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 로더 컴퍼니즈(이하 에스티로더)가 한국 기업 해브앤비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해브앤비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 남성 화장품 브랜드 ‘디티알티(DTRT)’로 잘 알려진 회사다.
 
양측은 2015년 10월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에스티로더가 해브앤비의 창립자인 이진욱 대표의 지분 33.3%를 인수하면서다. 2015년 863억원이던 해브앤비의 연매출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2018년 4,898억원(연결제무제표 기준)까지 늘었다. 올해도 지난 11월 11일 중국 광군절 프로모션을 통해 하루 만에 177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연매출 6,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양 사는 지난 4년간의 파트너십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에스티로더가 이진욱 대표의 남은 해브앤비 지분 66.7%를 마저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해브앤비의 기업가치는 17억 달러(한화 약 2조원)로 평가됐고 인수 절차는 오는 12월경 마무리된다.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기업가치와 지분 잔량을 감안할 때 11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이진욱 대표는 향후 해브앤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맡기로 했다.
 
에스티로더는 1946년 설립 이래 크리니크(Clinique), 랩 시리즈(Lab Series), 아베다(Aveda), 바비 브라운(Bobbi Brown) 등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를 인수하며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넣은 건 해브앤비가 처음이다.
 
에스티로더 측은 해브앤비의 간판 브랜드인 닥터자르트가 ‘피부과학과 예술의 독특한 조합’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다양한 소비자층에 어필하며 미국 및 아시아 지역 밀레니얼 세대에게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보습 라인 ‘세라마이딘’과 진정 라인 ‘시카페어’ 등을 통해 신속한 제품 혁신 속도와 빼어난 제품 출시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향후 스킨케어 부문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아시아·태평양, 북미, 영국 등의 지역에서 타깃층을 넓히는데 닥터자르트가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에스티로더 윌리엄 로더 회장은 “닥터자르트의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이 우리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며 “소비자들이 점점 더 스킨케어에 관심을 갖고 전 세계적으로 스킨케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닥터자르트와 같은 과학 중심의 첨단 브랜드의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스티로더에 앞서 한국의 화장품 기업을 인수한 로레알그룹과 유니레버 또한 이와 유사한 노림수를 뒀다.
 
세계 2위 화장품 기업인 유니레버는 2017년 9월 베인캐피털-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에 창업자 이상록 회장 몫까지 더해 카버코리아 지분 96%를 약 3조629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배인캐피털이 2016년 6월 카버코리아의 지분 60%를 인수하는데 들인 4,300억원에 7배가 넘는 비용을 투자한 것이다.
 
유니레버는 AHC를 앞세운 카버코리아의 중국 시장 내 인기와 경쟁력을 높이 샀다. 1986년 중국에 진출하며 나름대로 시장을 다져왔지만 치고 오르는 K-뷰티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다 아예 AHC를 사버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실제로 AHC는 올해 광군제에서 20만개에 달하는 참여 브랜드 중 판매 순위 4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한 중국 경쟁력을 과시하며 유니레버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대 화장품사인 로레알그룹이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전개하는 스타일난다 인수를 확정한 바 있다. 로레알 또한 3CE가 한국은 물론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라는 점을 투자의 배경으로 밝혔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들이 한국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인수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K-뷰티’의 가치와 경쟁력이 또다시 입증됐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번 사안을 마냥 영광으로만 받아들이기엔 찜찜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모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내 규모의 화장품 시장을 가지고 있고 세계 4위권 내 화장품 수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화장품사들 모두 우리 기업들의 경쟁자다”며 “그들이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더 크게 불리는 것에 경계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기업 관계자는 “3CE나 AHC, 닥터자르트 등은 남다른 상품기획력과 콘셉트로 ‘K-뷰티’의 성장을 이끌어 온 브랜드인데 그 노하우와 경쟁력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K-뷰티’의 인기와 함께 성장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언젠가부터 온통 투자나 매각, 창업자가 일거에 이룬 부(富)에 집중되는 듯한 풍토도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자료 : Women’s Wear Daily, WWD Beauty Report 2019,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재가공
자료 : Women’s Wear Daily, WWD Beauty Report 2019,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재가공. <단위: 억 달러>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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