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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컷, 브리즈펌…헤어스타일 이름 어떻게 만들까요?
  • 최은혜
  • 승인 2019.12.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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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 살롱 메뉴가 개성 있는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다. 경쟁하듯 등장하는 헤어스타일 네이밍의 세계.
 
차홍아르더 ‘허쉬컷’의 홍보 이미지 
최근 주요 살롱 브랜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헤어스타일 이름. 보더펌, 슈슈펌, 룩스컷 등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스타일인지 짐작 가지 않지만 왠지 입에 착 붙고 기억하기 쉽다. 20년 전에는 매직, 디지털펌 등 시술 메뉴가 곧 이름이었다. 같은 시술이라도 결과는 디자이너에 따라 천차만별이었고, 고객들은 인기 연예인의 스타일 사진을 가져와 머리를 부탁했다. 헤어스타일에 이름을 붙인 브랜드 하면 차홍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머리가 아닌 저마다의 장점을 살리고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찾아야 합니다. 패션 분야처럼 베이식한 스타일부터 트렌디한 스타일까지 확실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해요.” 김우리(차홍아르더 에듀케이셔널 디렉터)
 
특정 디자인 포뮬러(레시피)의 이름에 대한 니즈도 있었다. 같은 단발이어도 디자이너에 따라 접근법은 천차만별인데, 이점을 통일해 ‘00커트’ 하면 커트는 디스커넥트 하게, 기장과 단차는 어느 정도로, 앞머리는 사이드뱅으로 한다는 식의 가이드를 세웠다. 2016년 봄부터 시작된 차홍의 디자인 연구는 그해 끝자락에 총 38선의 디자인 룩과 포뮬러로 완성했다. 살롱 헤어스타일은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디자인인 만큼 그레듀에이티드 보브, 레이어드 커트 같은 테크닉적인 이름보다  토털 룩의 느낌을 주는 이름을 붙였다. 이처럼 브랜드 차홍에서의 헤어 이름은 곧 디자인 포뮬러를 나타낸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이름은 빌드펌, 모즈 펌, 허쉬컷, 그레이스펌 현재는 윈드펌, 레인펌이다.
 
“처음 이름을 넣은 헤어 디자인 룩북을 SNS를 통해 선보였을 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고객들이 ‘빌드펌하러 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매년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보급해 4년째인 올해까지 65가지의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현재도 2020 S/S 스타일을 연구 중이고요.” (김우리)
 
컬처앤네이처 ‘글램컷’
이처럼 브랜드 차원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헤어스타일 이름 작업이 있다면, 청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인 살롱과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시그너처 스타일에 이름을 넣고 있다. 컬처앤네이처 신후 원장은 화려한 색(내면)의 연출이라는 콘셉트의 룩스컷을 만들었다. 고급스럽고 화려한(luxe) 커트 디자인으로 어떤 방향으로 손질해도 트렌디한 연출이 가능하다.
 
“헤어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연구하고 제안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나만의 상품을 갖고 있다면 전문가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쌤시크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이너를 찾아가는 시대에 맞춰 시그너처 스타일을 제시하며 저마다의 이름을 붙였다. 이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찾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며 브랜드 가치도 상승하는 3가지 효과를 주었다. 고객은 물론 디자이너들 또한 헤어스타일의 이름이 있으면 고객과의 소통이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엔 같은 스타일을 보고도 서로 스타일의 기준이 다르기에 조율이 힘들었지만 헤어스타일의 이름이 생긴 후로는 원하는 스타일의 방향을 찾기 편해졌고, 외국에서 오는 고객과 세미나 담당자와의 의사소통도 한결 수월해졌다.
 
쌤시크 ‘브리즈펌’ 홍보 이미지
반응이 좋았던 헤어스타일의 이름은 볼륨에어펌과 글로쉬펌, 브리즈펌이다. 그중 볼륨에어펌은 쌤시크 포트폴리오의 모든 기반이 되는 펌 스타일로 최초로 쌤시크 최초의 헤어스타일 이름이기도 하다. 글로쉬 펌과 브리즈펌은 여성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면서 유행과 계절에 구애 받지 않아 국내외 고객에게 두루 인기가 많고 글로쉬펌은 해외 세미나를 통해 알려져 직접 배우러 오기도 하는 스타일이다. 브리즈펌은 S컬과 C 컬이 섞인 미디엄펌 스타일로 상담 문의가 많은 스타일이다. 
 
스타일플로어 '슈슈펌'의 홍보 이미지
스타일플로어도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반영해 스타일의 이름을 넣었다. 자연스러운 컬과 사이드 다운펌으로 부드럽고 깔끔한 슈가펌, 레어어드된 롱헤어에 굵은 웨이브펌으로 풍성하고 로맨틱한 스타일인 그로우펌, 메시한 느낌에 모발 끝부분이 늘어지는 게 포인트인 가더스펌, 단발 기장에 앞머리인 듯 잔머리인 듯 베이비 헤어의 귀여움이 강조된 슈슈펌, 스타일 연출이 쉽고 유니크한 남자 머리인 코멧펌이 그것이다. 
 
SNS 시대, 헤어스타일의 이름을 넣는 작업은 서울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부산 더민헤어 센텀트럼프점 모모 원장은 40~60대 고객을 공략한 에이징 커트를 만들었다. 활발한 사회 활동과 자신을 꾸미고 아름답게 하는 미의식의 변화, 어려 보이고 젊음을 유지하기 원하는 중년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 단순히 트렌드 스타일을 제안하기엔 모발의 양과 모발의 강도(가늘어짐), 얼굴형의 변화 등을 고려해 각 고객에게 맞춤옷을 입은 것 같은 스타일을 위해 만들었다. 헤어스타일의 이름도 나이를 거스른다는 의미의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를 넣기 보다는 고객만의 커트, ‘나답다’는 의미로 에이징 커트라고 지었다.
 
전주 오아세 소유 원장의 '소유펌'
전주 오아세 살롱 소유 원장은 초급 디자이너 시절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궁금해하는 고객의 질문 때문에 이름을 넣기 시작했다. 같은 스타일의 펌이나 드라이여도 미세한 커트의 감성이나 웨이브의 흐름으로 또 다른 스타일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만든 디자인의 독창성을 표현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넣어 소유펌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특히 소유펌은 시술 후 뒷모습만 보면 누가 소유 원장이고 누가 고객인지 모를 정도로 그녀와 비슷한 분위기를 원하는 고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나만의 무언가를 첨가하여 고객에게 디자인하면 고객은 특별대우를 받는 느낌이 들뿐더러 아티스트를 신뢰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아티스트는 안주하는 디자인이 아닌 개척하는 디자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 차홍에서 헤어스타일 이름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먼저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완성하고 차별화를 만든다. 차홍아르더의 첫 룩북인 디자인 38선 또한 차홍아르더를 구성하는 모든 디자이너가 연구에 동참하여 1년 이상의 연구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스타일의 이름은 먼저 아트팀에서 디자인맵을 작성한다. 스타일의 큰 틀이 결정되면 교육팀에서 도해도 연구를 진행한다. 항상 같은 퀄리티의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스텝바이스텝(포뮬러)을 만든다. 
 
차홍아르더와 차홍룸의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스텝바이스텝 영상을 통해 한가지 룩을 완성하는 모든 테크닉(커트, 펌, 업스타일, 컬러)을 학습한다. 그 후 팀원들과 함께 연상되는 단어를 나열하고 어감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의견을 나눈다. 또한 브랜드의 상품으로써의 네이밍은 쉽게 연상하고 기억할 수 있는 단어나 고유명사를 사용한다. 분기별로 나오는 뉴 디자인의 경우 같은 무드나 콘셉트로 이름을 짓기도 하고 돌림말이나 어미에 맞게 선정해 컬렉션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차홍의 트렌드 작업> 
1. 아트팀: 디자인맵 설정 > 스타일 요점 설정 
2. 교육팀: 도해도, 테크닉 연구 
3. 이름 결정 
4. 교육 영상 제작 
5. 배포 
6. 매 시즌 이미지 리뉴얼 및 분기별 뉴 디자인 제안
 
헤어스타일에 이름이 붙어 편리한 점은 고객의 편의가 증대된다는 점이다. 검색 시 ‘중단발 레이 어드 C컬 히팅펌’이 아닌 ‘보더펌’이라는 짧은 키워드 하나로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이름으로 카테고리가 정리되어 고객은 스타일을 찾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것은 기본이며, 단일 단어로 검색되는 해시태그 기반의 검색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 내부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사용해 해당 스타일의 고유성을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름은 부수적인 것이며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줄만한 이상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네이밍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쌤시크 역시 트렌디하고 독창적인 헤어스타일에 대한 개발을 우선으로 한다. 아무리 헤어의 이름이 좋아도 스타일이 완벽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을 정하면 촬영에 들어가고 전체적인 느낌과 관련된 단어를 찾아본다. 그 후 가장 스타일과 일치되는 3가지의 단어를 추출한 후 단어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과 독특함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헤어스타일의 이름을 정한다. 
 
소유 원장은 결국 디자이너 스타일과 비슷한 분위기의 고객이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보통 고객들은 헤어스타일, 패션, 메이크업, 가치관, 마인드 등에서 자신과 맞는 디자이너를 찾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디자이너 시절 소유펌을 했던 고객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오아세를 방문하고 있다.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도움말 모모 원장(더민헤어), 신후 원장(컬처앤네이처), 소유 원장(오아세), 김우리 디렉터(차홍아르더 에듀케이셔널), 이연주(쌤시크), 스타일플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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