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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그리스 신전 건축 양식, 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⑨
  • 최은혜
  • 승인 2019.12.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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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미술 3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의 인본주의적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한 아르키익 시기는 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0~479년까지)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당시 엄청난 위세를 떨치던 동방의 페르시아 제국과 이제 막 성장해가는 그리스 사이의 전쟁은 동쪽으로 세력을 확 장하려는 그리스와 이를 저지하려는 페르시아의 충돌인 셈입니다.
 
페르시아 전쟁 당시의 지도를 보면 에게해를 중심으로 서쪽이 그리스 본토이고 동쪽이 소아시아 지역입니다.(소아시아는 오늘날 터키 영토에 해당) 소아시아의 서쪽 끝 에게해와 인접한 지역을 이오니아 지방이라 하는데, 이곳에 도시 국가인 아테네가 진출하여 활발하게 식민지를 건설합니다.
 
마침 이오니아 지역의 여러 도시들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페르시아 제국을 향해 반란을 일으켰고, 아테네는 이들을 도와 줍니다. 이로 인해 페르시아는 아테네를 침략해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려 하지만, 몇 차례의 대규모 전투 끝에 아테네가 승리했고 본격적으로 그리스의 황금기가 찾아옵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을 선출하여 대신 정치하도록 하는 제도를 대의제, 또는 간접 민주주의라 합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제도를 만들고 의사 결정을 하는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스, 특히 아테네에서 가장 먼저 실행되었습니다. 
 
아테네의 민주주 의는 기원전 510년 무렵부터 싹이 트기 시작하여 페르시아 전쟁 이후 페리클레스(Pericles)가 집권하던 시기(기원전 461~429년)에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배심원 제도도 이때 완성되었습니다. 
 
우리가 고대 그리스를 상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 예를 들면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대영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조각품, 비극 <오이디푸스 왕>,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말을 남긴 철학자 프로타고라스 등은 모두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에서 탄생했습니다. 
 
파르페논 신전
올림피아 신전
정치적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었을 때 문화 예술 역시 절정에 이르렀죠. 아테네의 대표적 건축물인 파르테논 신전은 기원전 430년경에 완성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잘나가던 건축가인 익티노스(Iktinos)가 설계하고, 그 안의 조각들은 당대 최고 조각가이자 페리클레스의 절친 페이디아스(Pheidias,기원전 480~430년경)의 총감독 아래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큰 규모의 건축물을 떠받치는 것이지만 신전의 바깥쪽 기둥이 46개나 된다면 기둥 자체가 차지하는 면적만 해도 엄청날 것입니다. 거대한 신전의 지붕을 튼튼하게 지탱하면서도 정면에서 봤을 때 기둥이 답답해 보이지 않고, 또 안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따라서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은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점차 굵어지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기둥의 가운데 부분이나 아래에서 1/3 지 점이 가장 볼록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엔타시스(entasis) 또는 배흘림기둥이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전 대부분의 기둥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 기둥의 아래쪽에 비해 올림피아 신전 기둥의 아래쪽이 가운데 부분보다 살짝 가늘어 보이는 것 같죠? 
 
이렇게 배흘림기둥을 사용하면 기둥 위에 지붕이 가볍게 얹혀 있는 것처럼 보이고, 건축물이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게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수직 기둥이 평행으로 배열된 경우 중앙부가 오목해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하는 역할도 합니다. 
 
다음은 파르테논 신전의 지붕 구조를 볼 차례인데요. 먼저 신전 기둥의 유형에 따른 분류를 알아봅시다.
 
(차례대로) 도리스, 이오니아, 코린트
(차례대로) 도리스, 이오니아, 코린트
도리스(Doris) 사람들이 사용했던 양식을 도리아식(doria式), 영어로는 doric이라고 합니다. 도리스 사람들은 철기를 사용했던 용맹한 민족이며 이들이 그리스 반도에 건설한 대표적인 도시국가가 스파르타입니다. 신전 기둥의 윗부분에 별다른 장식 없이 바로 지붕을 올린 유형을 도리아식 기둥이라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군사문화에 바탕을 둔 종족들이어서인지 단순한 양식을 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둥 윗부분에 양뿔 모양의 장식이 있으면 이오니아식(ionia式) 기둥, 나뭇잎 모양이 화려하게 장식된 것은 코린트식(corinth式) 기 둥으로 분류합니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은 윗부분에 특별한 장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도리아식 기둥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올림피아 신전의 기둥은 코린트식이죠. 아마 파르테논 신전이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면 삼각형 지붕까지 잘 보존되었을 것입니다. 삼각형 지붕 안쪽을 페디먼트(pediment), 또는 박공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조각품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현재는 흔적만 남아 있고 대부분 대영박물관으로 옮겨졌습니다. 1805년 오스만튀르크 치하의 그리스에 영국대사로 부임한 엘진 경이 파르테논의 조각과 부조들을 상당수 뜯어서 가지고 간 결과입니다. 
 
페디먼트
대영박물관에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에 영국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수집해온 수많은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이 보관과 전시인가, 문화재 파괴와 약탈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과 다툼이 있습니다.
 
대영박물관은 19세기에 그리스 신전 양식을 모방했습니다. 이오니아식 배흘림기둥이 있고 지붕의 페디먼트에 조각품이 가득합니다. 또한 파르테논 신전에서 보이는 그리스 절정기 예술의 아름다움은 프리즈(frieze)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세로줄무늬 부분인 트리글리프(triglyph) 사이의 빈 공간을 메토프(metope)라 하는데, 이곳에 돋을새김(부조)으로 조각된 수많은 신화 속 장면들이 있었죠. 이 역시 대영박물관에 상당수 보존되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전은 정치, 종교, 예술 등 당대 인간의 문화생활이 완성된 상징적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오늘날과 달리 건축과 조각, 예술과 종교가 분리될 수 없었으며 하나의 실체로 존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전 건물은 아테네, 그 안의 조각품은 런던의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 오늘날의 현실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혜만 대표-(주)빗경 대표, 비아이티 살롱 대표, 한성대학교 한디원 미용학과 겸임교수, 지혜림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석사), 한양대학교 음악사(박사과정), 다수의 음악사 강의 및 칼럼 연재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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