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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통해보는 헤어스타일, 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⑩
  • 최은혜
  • 승인 2020.01.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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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⑩

고대 그리스 풍의 엠파이어 헤어스타일 

클래식, 고전이란 무엇인가 1 
‘클래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베토벤을 비롯한 서양의 유명 작곡가들의 음악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면 ‘고전’이라는 말을 들으면 또 어떨까요. 이번에는 셰익스피어나 괴테 같은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떠올리게 될 듯합니다. 

영어의 ‘클래식’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전’이 됩니다. 똑같은 단어인데 하나는 음악, 하나는 문학이 연상되는 거죠. 그러면 베토벤의 작품과 괴테의 작품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또 어떤 점에서 비슷할까, 이것을 생각해보면 클래식이라는 말이 가진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단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서양의 전통적 작곡 기법이나 연주법에 의한 음악”이라고 나옵니다. 이번에는 ‘고전’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옛날의 의식이나 법식”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 “2세기 이래의 그리스와 로마의 대표적 저술” “옛날의 서적이나 작품” 등의 뜻이 보이네요. 

말하자면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서양의 전통음악이라는 아주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요, ‘고전’이라는 단어는 주로 서양의 오래되고 유명한 문학작품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서양의 전통적인 예술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번에는 ‘classic’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봤더니 명사로는 “명작” “모범” “고대 그리스 라틴학”이라는 뜻이 있고 형용사로는 “일류의” “전형적인” “유행을 안타는” 등의 뜻이 있습니다. 우리 말의 클래식과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하는 classic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영어의 ‘classic’은 예술의 범위를 벗어나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문화적 개념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일류”라는 뜻에서 보이듯 고급스럽고 훌륭한 성질이 포함되어 있겠죠. 그리고 “전형적”이고 “유행을 타지 않는다”라는 뜻에는 시대나 장소를 초월하여 꾸준히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특징이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classic’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classis’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고대 로마제국 시대 시민의 5가지 계급 중 최상위 계급을 부르는 명칭입니다. 이 단어는 태생부터 ‘최고’를 의미했던 것입니다. 로마제국 말기에는 표준적이고 훌륭한 작품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오랫동안 그 가치가 확인되고 모범으로 여겨지는 예술적 걸작’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클래식’을 네이버 패션용어사전에서 찾아볼까요? “전통적, 기본적, 정통파의 뉘앙스를 갖는, 시대를 초월해 이어져온 변하지 않 는 스타일”이라는 뜻이 있네요. 유행과 상관없이 오래도록 사랑 받는 기본 아이템을 활용한 패션을 의미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고대 그리스, 로마풍 또는 그것을 모범으로 한 엠파이어 스타일 등”이라는 뜻도 찾을 수 있는데요, ‘엠파이어 스타일’이란 나폴레옹 제1제정 시대(1804~1815)를 중심으로 한 19세기 초의 양식을 말합니다. 몸에 살짝 달라붙는 홀쭉한 형태에 가슴을 깊이 판 하이웨이스트의 간결한 드레스가 마치 그리스의 젖은 옷 스타일을 연상케 하지요. 

명화 속 엠파이어 드레스(Merry-Joseph Blondel-Felicite-Louise-Julie-Constance de Durfort)
명화 속 엠파이어 드레스 Portrait of the Empress Josephine

헤어스타일에도 ‘엠파이어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 역시 나폴레옹 1세의 제1제정 시대와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 시대에 유행했습니다. 나폴레옹 1세의 황후 조세핀이 즐겨했던 스타일이라는군요. 옆머리를 늘어뜨린 올림머리 스타일인데요. 머리를 그리스풍으로 모아서 머리 꼭대기나 뒷머리 부분에 올린 후 화려하고 독특한 헤어밴드나 리본으로 장식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즉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서도 클래식이라는 단어에는 유행을 타지 않고 고급스러우며 고대 그리스 로마를 연상시키는 의미가 포함 되어 있는 것입니다. 

나폴레옹 1세는 프랑스 혁명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탁월한 군사적 재능으로 평정하고 유럽을 제패하여 스스로 황제가 되었죠. 그렇지 않아도 고대 로마제국의 강력함과 탁월함을 여전히 동경하고 있던 유럽인들에게 나폴레옹은 그들이 살던 바로 그 시대에 로마제국의 실현을 몸소 보여준 셈입니다.

19세기 유럽 귀족들은 자신들이 사는 시대의 패션을 로마제국의 스타일과 유사하다며 자랑스러워했겠죠. 그리고 20세기 이후 경제공황과 세계 대전 등으로 피폐해지고 문화적 자존심이 무너져내린 유럽인들은 가장 최근에 누렸던 영광을 기억하며 나폴레옹 시대의 스타일을 모범적인 클래식으로 여기게 된 것이 아닐까요. 

지혜만 대표 (주)빗경 대표, 비아이티살롱 대표, 한성대학교 한디원 미용학과 겸임교수, 지혜림 칼럼니스트 고려대 학교 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석사), 한양대학교 음악사(박사과정), 다수의 음악사 강의 및 칼럼 연재

에디터 최은혜 이미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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