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기
스승과 제자로 만난 송부자, 박철 그리고 콴 ②
  • 그라피매거진
  • 승인 2017.09.20 15: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움엔 끝이 없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송부자, 박철 그리고 콴.


보이드청담 박철 원장과 콴 이사가 요즘 송부자 선생에게 드라이와 아이론, 업스타일 교육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접했다. 가르칠 일만 있어 보이는 이들이 국내 업스타일 장인인 송부자 선생에게 과외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전에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비슷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이너에게 전수하겠다’는 송부자 선생과 ‘기본 기술 하나부터 헝그리 정신으로 배워가고 있다’는 박철과 콴. 아티스트 세 명의 열띤 교육현장을 급습했다.


에디터 장혜민 포토그래퍼 사재성

G: 두 아티스트의 개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스타일링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장단점이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송: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친구들이라서 내가 갖고 있는 걸 나누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신나요. 글쎄… 단점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사실 이 부분은 프라이버시라서….

콴: 선생님,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저희 괜찮아요.(웃음)


G: 두 분께서 직접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을 말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박: 음… 일단 저는 여성적이고 사랑스러운 감성의 헤어 스타일링이 조금 약한 것 같아요. 깨끗하고 모던한 느낌의 업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여성 디자이너들이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더욱 잘 살리고 싶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지금 열심히 배우고 있죠.

콴: 아이론은 제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스타일이 있어서 그런지 선생님께 배우는 기술은 새롭게 다가와 어렵더라고요. 왜냐하면 C컬도 다 같은 C컬이 아니잖아요. 콴만의 C컬 느낌이 있고 박 원장님만의 C컬 느낌이 있고 디자이너마다 모두 다르죠. 손 매무새부터 드라이를 쓰는 방법, 모발에 열을 가하는 포인트 등 모든 것이 다르니 당연히 느낌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우리는 송 선생님의 ‘느낌’이 살아 있는 C컬을 모르기 때문에 바로 그런 부분을 배우려고 하는 거죠.


송: 서로가 갖고 있는 장점들이 물론 조금씩 달라요. 박 원장은 스타일링을 정말 잘해요. 현장에서의 경험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조금만 다듬고 정리하면 뭐든지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콴 이사는 본인이 어떤 스타일을 공부하다가 이해가 안 가면 정말 끝까지 파고들어 물고 늘어지는 학구파라고나 할까요? 어느 날은 박 원장과 똑같은 스타일을 연습하고 있는데 박 원장이 한 드라이가 더 예쁘고 잘됐다 싶었는지 ‘선생님, 나는 왜 이렇게 안 돼요?’라며 끈질기게 묻더니 될 때까지 하더라고요. 그리고 결국은 그 스타일을 완벽하게 해내요. 그런 부분이 참 기특하죠.

G: 선생님의 교육 방식과 스타일은 어떤가요?

송: 노인네한테 배워서 옛날 맛 안 나냐고 좀 물어봐줘요. 하하.

박: 옛날 스타일이란 건 곧 ‘클래식’하다는 의미죠.

콴: 제가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그거예요. 저도 교육을 많이 다니잖아요. 그럼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디자이너들은 송 선생님을 아니까 많이들 묻죠. 그럼 저는 이렇게 얘기해요. 여러분이 지금 나에게 배우는 것도 클래식이고 올드한 거라고. 나에게 배운 것을 가지고 모던하게 푸는 건 개개인의 역량과 몫인 거고, 비달사순도 클래식과 컨템퍼러리가 있듯이 나도 선생님께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본 스타일, 곧 클래식을 배우고 있는 거라고.

송: 기본을 갖고 거기에 자기만의 감성을 얹고 혼합시켜 풀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콴: 맞아요. 그 부분에 대한 실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어떤 한 작품이나 스타일 하나만 갖고 올드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G: 교육 얘기가 나왔으니 이사님에게 묻습니다. 학생 신분이 아닌 같은 교육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느끼거나 깨달았던 부분이 있나요?

콴: 가장 좋았던 건 ‘결’에 대한 부분을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항상 커트의 형태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 텍스처나 마무리 터치 등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간과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부분들에 대해 학생들에게 디테일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됐어요. 드라이를 할 때에도 어떤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지 등에 관한 것을 조언해줄 수 있어 제 자신이 많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죠.

G: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는 어때요? 아까 살짝 엿봤는데 굉장히 유쾌해 보였어요.

콴: 유쾌함과 엄숙한 분위기가 오가요. 보통은 아까보다는 진지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긴 해요. 선생님이 데모하면서 설명해주실 때는 방금처럼 즐겁게 얘기도 하면서 “선생님, 이걸 어떻게 해요” “너무 어렵잖아요”라고 투정을 부리다가도 막상 본인 작품에 꽂혀 있으면 옆 사람이 뭘 하든 전혀 보이지 않고 온 신경을 자기 작품에 집중하게 되죠.

박: 또 수업이 좀 늘어진다 싶으면 선생님이 한 번씩 얄밉게(?) ‘이거 한번 보여줘볼까?’라는 느낌으로 정말 저희가 하기 어려운 작품을 쓱쓱 손쉽게 딱 만들어 보여주시고는 “너희 앞으로 이런 것도 해야 하니까 더욱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씀하세요.

콴: 그렇게 우린 또다시 좌절감을 느끼고… 하하.

송: 그게 바로 제 교육 방식 중 하나예요. 기본적인 내용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은 수강자들도 지치고 지루해하는데 그렇다고 또 저한테 말은 못하잖아요? 그런 게 내 눈에 너무 잘 보여요. 그럼 전 미용인들이 꼭 해보고자 하는 스타일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작품 하나를 만들어서 보여준 뒤에 “앞으로 여기까지 가야 돼”라고 말하죠. 그러면 다들 정신을 번쩍 차리더라고요.

G: 업스타일이 과거보다 다소 캐주얼해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는 어떠세요?

송: 기본적인 기술과 방법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의 스타일도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업스타일도 결국 시대에 맞춰 흐름을 타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딱히 특정 스타일에 대해 ‘옛날 것이다, 요즘 것이다’라고 나눌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G: 요즘 미용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송: 디자이너들이 요일제로 일하는 것이 정말 좋아 보여요. 자기 시간을 쓸 줄 아는 거죠. 저도 현재는 주에 3일 정도 내 시간을 갖게 됐지만 과거에는 정말 죽기 살기로 일을 해야 했어요. 왜 그렇게 시간에 쫓겨 살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그렇게 살면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 같아요. 너무 열심히 일에만 매달리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또 겸손하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 세대들은 내가 함부로 평할 수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모두들 각자의 몫을 너무 잘 하고 있잖아요? 우리 세대에는 갖고 있지 않았던 것들이 많죠. 젊은 세대들의 감성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요. 내가 오히려 그들을 따라가고 있고 또 배우고 있죠. 거울 하나 벽에 붙여놓고 의자만 있으면 미용을 할 수 있었던 세대에 미용을 시작한 한 사람으로서 현 미용계의 발전을 바라보면 굳이 왜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G: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은 없나요?

송: 너무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이 말은 비단 기술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에요. 개인의 인품이라든지 살롱에서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마인드도 모두 포함되는 거죠. 미용계의 화려한 단면만 보고 입문했던 친구들이 많다는 게 아쉬워요. 물론 숍 내부의 문제도 있겠죠.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꿈을 갖고 정진해나가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그렇게 결국 또 좌절하고 하루아침에 미용을 그만둬버리죠.

그런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보면 알게 될 거예요. 지금 나처럼 나이는 많은데 기술이 없으면 가사도우미로도 안 받아줘. 면접을 가면 다들 오지 말라 그런다고 해요. 그런데 미용은 정년퇴임이 있어 뭐가 있어? 이렇게 나이 들어서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몰라요. 물론 지금 나는 내 손님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수십 년을 봐온 진짜 단골 고객이자 인생 친구들이기 때문에 만나면 옛날 얘기도 하면서 머리도 예쁘게 해주고 그런데 또 주머니에 돈도 들어오고… 재밌지 뭐. 진짜 좋은 직업이야 헤어 디자이너라는 건. 진짜 좋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