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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얼굴을 이식한 그루밍 플레이스
  • 그라피매거진
  • 승인 2017.12.0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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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얼굴을 이식한 그루밍 플레이스

개성 있는 소형 살롱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 작아서 더욱 빛을 발하는 소형 공간의 매력.

에디터 최은혜
글, 사진 이동헌 대표(스투디오 올라)


소형 살롱 인테리어의 진화 4
요즘 두 번 세 번 의뢰가 들어와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재의뢰를 해준 것 만으로도 우리 작업의 가치를 높게 인정해주는 것이고 공간 디자인의 덕을 보았다 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애정에 보답하고자 어떻게든 첫 의뢰 때 완성했던 결과물 보다 더 발전된 디자인을 선보이고픈 목표와 의지가 커지게 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업도 같은 원장님에게 두 번째로 의뢰받은 프로젝트였다. 첫 번 째 의뢰가 2호점이었고, 두 번째 의뢰는 기존의 헤어숍인 1호점을 리모델링하는 것이었다.

특이점은 내부 공간의 규모보다 외부 디자인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작업이었다.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헤어숍으로 2층 내부는 제외하고 1층 내부와 외부 파사드 디자인만을 손보는 것으로 디자인의 범위가 정해졌다. 2층은 어느 정도 격조 높은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 비해, 1층은 시술경대 3개소와 샴푸대 1대로 그 수가 적었고, 약제실의 먼 동선과 활용도가 떨어지는 너저분한 창고까지 여러 단점을 보완해야 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수직적으로 분 리된 1층과 2층을 모두 활성화시켜야 하는 점이었다. 또 외부 파사드 디자인을 주 목도가 높은 매력적인 얼굴로 다시 완성하고자 했다.


‘Old’를 디자인하고 그 위에 ‘New’를 이식하다.
‘오모쿠헤어’의 파사드 디자인은 이 국적 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 Old&New라는 콘셉트에서 old의 역할 그리고 new 의 역할을 배정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 요즘 사람들이 ‘예쁘다’라고 말하는 공간에서 그 ‘예쁨’을 유지하는 기간, 즉 디자인의 유효기간이 긴 공간 디자인의 공통점을 보면 ‘짧 은 기간’ ‘연출된’ 인테리어보다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오랜 기간 존재하며 그 속에 새 로운 조형들이 어우러지는 것이 더 매력적임을 보게 된다.

유럽의 노점상들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Old&New가 공존하는 공간. 과연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역사적으로 보존된 건축적 양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상업지역은 세월과 역사의 흔적이라곤 없는 재개발된 신축 근생 건축물들의 집합체이다. 게다가 이번 디자인의 콘셉트는 이국적인 문화 양식을 반영하기에 더욱 매치할 바탕의 대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메커니즘을 어떻게 적용해낼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이번 작업의 화두였다. 바탕이 될 ‘old’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old’를 직 접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의도적으로 연출된 ‘old’의 바탕 위에 ‘new’의 개념 이 덧대어진 느낌을 표현해보기로 했다. 이러한 디자인 개념을 현장 작업의 프로세스에 까지 적용해내는 것, 이번 작업의 의도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오모쿠헤 어의 메인 컬러는 오렌지이다.

오랜 시간 존재한 것처럼 유럽의 고성 같은 분위기를 바탕 에 두고 ‘오렌지 게이트’는 시간이 흐른 뒤 새로 붙인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다. 이와 같이 문화를 이식하는 방법을 적용하면서 그와 더불어 시간적인 차이를 표현해 파사드 디자인의 강렬한 흡입력을 실현하고 싶었다. 동시에 내부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 장소를 살리고자 했다.


1층과 2층, 다층 공간의 상생
공간을 디자인함에 있어서 나만의 스토리와 방법론을 정해두고 일종의 원칙으로 지켜가면서 프로세스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개인적인 의도 이지만 나름 재미를 주기도 하고 작업 결과의 순도를 높이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는 공간의 뉘앙스를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그루밍족’ 을 반영해 ‘그루밍 플레이스(grooming place)’로 정했다. 그루밍족의 핫 플레이스로서 의 1층 공간, 그리고 그 매력에 이끌리는 여성 주체의 2층 공간으로 구성해서 2개 층이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1층에는 굳이 카운터가 필요 없다는 원장님의 의견으로 시술 경대를 하나 더 확충할 수 있었다. 대신 옷장들과 캐셔(cashier) 기능 공간 을 빛의 게이트로 강조해 리셉션 공간처럼 표현했다. 그리고 시술경 대수에 대비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학 시술석을 많이 구성했다. 기존의 2층 공간은 아늑하고 정적인 공간으로 유지하고 1층은 활발 하면서 고급스러우며 시술의 속도를 높이고 대기석으로 활용할 수 있 도록 했다.

기존의 공간이 시술경대 3대에 샴푸대 1대 구성에 2층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면 완성된 공간은 시술경대 4대, 샴푸대 2대, 거기에 화학 시술석과 대기석을 마련해 이제는 2층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1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1층을 품격 있는 헤어 시술 공간으로 완성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보면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헤어숍은 접근성이 높은 1층만 주로 활용하거나 인테리어가 잘된 2층만 부각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한 개 층만 활성화되고 나머지 층은 퇴보하게 된다. 따라서 최근 4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70평의 공간이 나 10평 남짓의 3개 층으로 이뤄진 40평 공간 등 다층으로 구성된 헤어숍을 디자인해야 할 때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주력했다.

이 때 각 층이 똑같은 공간의 반복이 되면 디자이너는 작업하기 편한 층, 고객이 선호하는 한 층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먼저 각 층의 테마를 다분화해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구성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 고객을 나누어 구획한다든지, 커트와 화학 시술의 공간을 구분한다든지, 대기 공간을 카페같이 편안한 분위기로 연출하는 등 시술의 격과 스피드에 따라 각 층을 나누어 더 고급화된 클리닉과 헤드스파 등의 공간을 구성하는 식이다.

현재 양분화된 미용 산업(박리다매의 대형 숍, 고급스러운 중소형 숍) 속에서 중간 소비층이 사라지는 상황은 하나의 그레이드만 수용할 수 있는 헤어숍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 공간 안에서 저가·중가·고가 모든 고객층을 수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또한 버려지는 공간을 막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음 칼럼에서는 대형 헤어숍 안에 여러 개의 소형 숍을 구성해 풀어낸 작업을 소개해 이 해법을 선보이고자 한다.


1인숍 ‘힙 플레이스’가 되다
어느 업종이건 ‘마케팅’이 중요하다. 가끔 광고 자체만 유명해지고 매출은 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간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헤어숍은 예쁜데 매출은 안 나온다? 헤어숍 공간 디자인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1순위는 완성한 헤어숍이 지역 상권에서 최고 매출이어야 한다는 점. 나아가 그 영향력 의 범위가 점점 넓어져 명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만 잘하는 헤어숍이 아니라 놀러 가고 싶은 ‘힙 플레이스(hip place)’가 되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소형화되고 1인화되면서 헤어숍은 ‘도시 속 의 거실’ 같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헤어숍 공간 디자인은 브랜드 하나를 탄생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브랜딩은 하나의 가치를 정의 내리는 일이다. 힘들지만 필자는 이 마음 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공간 디자인의 성과는 공간 디자이너의 역량 만이 아닌 의뢰인의 협업으로 완성되는 가치이다. 클라이언트는 디자인 과정과 공사를 진행하는 모든 순간을 함께 한다.

게다가 공간이 태어난 후의 파장은 의뢰인 스스로 일궈내는 고군분투의 결과로 발현되므 로 의뢰인과의 협업을 중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의뢰인을 고른다. 소통이 가능하고 디자인의 목적과 방향이 비슷한 분들을 선호한다. 상업 공간 디자인의 목적은 의뢰인이 그 공간으로 인해 덕을 보고 성업을 이뤄 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할 만한 사람만을, 의뢰인으로 고른다는 말, 그런 의미에 앞서 우리는 퀄리티 높은 의뢰인을 만나 마땅한 이들 이 되고자 한다. 매일 우리의 소중한 꿈에 가까워졌기를 바라며, 그래! 이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정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