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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 피가로스 바버아카데미 투어기
  • 그라피매거진
  • 승인 2018.05.2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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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오아카데미 최재영 원장이 작년 7월 네덜란드 스코름 바버아카데미 투어에 이어 올해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피가로스로 향했다.


에디터 장혜민

글·사진 최재영(준오아카데미)

6시간에 90만원?!
도대체 쟤들이 얼마나 잘하길래?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비싸게 받아? 사순 바버링 교육과 영국의 바버아카데미 2곳 그리고 네덜란드의 스코름 바버아카데미를 경험하면서 내 나름대로 교육비에 대한 기준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나치게 상회하는 비용은 기대와 신뢰보다는 불신과 반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시작은 이렇다. 바버링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바버아카데미를 알아보던 와중 포르투갈 리스본의 피가로스 바버아카데미를 접하게 됐고, 지난 4월그곳으로 건너가 3일간의 교육을 받고 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를 배출해낸 포르투갈은 대서양과 맞닿은 유럽 이베리아 반도 서부에 위치한 나라이다. 유럽 국가임에도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이긴 하지만 ‘유럽’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기대와 환상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또 최근 jtbc에서 방영한 <비긴어게인 2>에서 가수 로이킴과 김윤아가 버스킹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포르투갈이라는 나라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즐비한 노천카페, 곳곳의 버스킹 공연과 바닥의 아줄레주(Azulejo) 타일이 자연스레 유럽의 감성을 느끼게 만든다. 혹자는 포르투갈을 몰락한 양반의 국가라고 부른다. 체면과 허례허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직접 와 겪어보니 왜 그렇게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모스크바 공항을 경유하는 대기시간은 지루함보다는 유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렘이 더 크다. 영하 3℃의 모스크바에서 한국에서 출발할 때 입고 온 반팔 티셔츠가 야속하다. 주섬주섬 외투를 꺼내 추위를 녹인다. 밤 11시 20분이 다 되어 공항에도착해 우버를 타고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지만 우리를 반겨줄 호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알려준 주소지로 왔건만 불길한 예감이 든다. 설마 리스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이슬을 맞아야 하는 건가? “그래, 여행은 이 맛이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여행의 가치를 더해준다고 애써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겼고, 어렵게 연결된 호스트와의 통화 역시 언어의 한계로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받은 주소로 도착해 겨우 짐을 풀고 라면으로 출출함을 달래며 18시간의 이동으로 축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잠자리에 든다.

여행의 설렘인지 낯선 곳의 긴장감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아침 6시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창문을 활짝 열고 리스본의 붉은 지붕을 연신 휴대폰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지인은 가평 프로방스 마을에 왜 갔냐며 핀잔을 준다. 한국의 짙은 미세 먼지로 찌든 허파를 정화시키듯 리스본의 신선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함께간 동료는 조깅을 한다며 밖으로 나간다. 한국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짓(?)이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내일도 할 거야?”라고 물어보니 “당연하죠. 여긴 포르투갈인데 즐겨야 하지 않나요?” 하며 자신 있게 대답한다(하지만 그날 이후 그 친구가 조깅하는 모습은 누구도 볼 수 없었다). 그렇다. 여행지, 특히 유럽이라면 누구나 상상하는 낭만적인 풍경의 일부이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에 불과할 뿐 현실의 우리는 토종 한국인이었다.

피가로스 바버아카데미

리스본의 쇼핑가로 향한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 후 도시 재건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은 코메르시우 광장 개선문의 웅장함과 조각품의 디테일에 감탄한다. 대서양을 등지고 버스킹한 <비긴어게인>팀의 영상을 보며 우리도 한껏 폼을 잡아본다. 점심을 먹은 후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씩 마시며 리스본에서의 짧은 시간을 흘려보낸 후 바버아카데미로 향한다. 기대와 설렘을 가득 품고 도착한 피가로스 바버샵은 네덜란드 스코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다양한 크기의 액자와 스티커, 클래식한 소품과 박제된 순록으로 장식되어 있지만 더 이상 신선하지도 신기하지도 않다.

왜 대부분의 바버샵은 스코름을 따라 할까? 다시 한번 스코름의 존재감을 상기하면서 구석구석을 누비며 눈으로 담아둔다. 함께 간 동료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정신이 없다. 건네주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마치 이곳의 올드스쿨을 마음껏 즐기라고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것만 같다. 시끌벅적한 수다는 점점 잦아들고 어느덧 교육시간인 6시에 가까워지는데 웬걸?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교육 준비도, 안내문도, 브로슈어도 없다. 몇몇 바버는 밖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 도대체 누가 교육하는 거지? 궁금증은 점점 커지는데 시간은 이미 20분이 더 지났다. 참다못해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가서 수업을 왜 시작하지 않는지 물어본다. 그런데 아주 쿨하다. 손님이 있어 늦어진단다. ‘제기랄! 이게 뭐야, 18시간을 날아왔는데 첫날부터 늦는다고… ’. “아, 그래요?”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내 영어 실력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90만원짜리 교육이 이래서 되겠어?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렇게 늦게 시작한 교육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멀리서까지 피가로스 바버아카데미를 찾아와주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사 소개나 교육프로그램 안내와 같은 오프닝을 기대했지만 서론은 물론이고 타임테이블, 프로세스, 이론수업, 헤드시트까지 무엇 하나 갖춘 게 없다. 설명 없이 바로 들어가는 데모에 한숨만 푹푹 나온다. 좋다. 이곳의 스타일이 그렇다면 존중하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촬영하며 한 동작 한 동작 유심히 지켜본다. 그러나 역시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 경험했던 다른 아카데미들과 비교가 되어서인지 강사로서의 프로페셔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멋진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열정적인 모습과 뛰어난 테크닉과 표현력이 담긴 결과물은 21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아카데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교육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교육 체계는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함께 간 바버 4명과 디자이너 4명 모두 열심히 영상을 녹화한다. 섹션은 어떻게 나누는지 빗과 클리퍼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롱 트림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솔직히 특별한 것은 없다. 앞머리를 제외한 모든 헤어를 연결시켜주는 과정을 반복하며 형태를 만들어 간다. 한국의 이용 테크닉과 꽤 비슷하다. 반면 마무리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느낌을 표현하고 있어 신선했다. ‘그래, 저거구나’라고 감탄하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한다. 2명의 데모를 끝으로 첫날 수업을 마무리하고 우리 팀은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온다.

다음날 아침 벌써 익숙해진 창밖의 풍경과 공기, 침대와 식탁을 뒤로하고 바버샵 투어를 떠난다. 2017년 네덜란드 스코름에서 함께 공부한 포르투갈 친구가 일하는 바버샵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1년 만에 다시 만난 기쁨을 나눈 뒤 우리는1886년 오픈한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바버샵인 CAMPOS로 자리를 옮긴다. 경험 삼아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다. 피가로스와는 완전히 다른 고급스러운 기품과 전통이 느껴지는 바버샵이다. 커트 후 #이집잘해 #젤라토맛집 해시태그를 붙일 수 있는 젤라토 가게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길게 늘어선 줄이 #맛집인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공장지대를 개조해 마치 한국의 성수동 카페와 비슷해 보이는 LX팩토리라는 핫 플레이스에서 오후를 보내고 우버를 타고 바버샵으로 이동하는 동안 기사와 포르투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 날부터는 2명의 모델 워크 세션을 시작한다. 인터넷을 통해 섭외한 모델들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교육을 실제 모델로 진행할 수 있는 문화가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모두 능숙하게 커트하면서 스타일을 만들어간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역시 한국인의 손재주와 기술력은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강사가 돌아다니면서 한 명씩 주의 깊게 지켜보며 잘하지 못하거나 테크닉이 어설픈 경우 다시 한번 설명하고 데모를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알려준다.

다음 날 우리는 수도원으로, 아니 사실은 그 옆 골목의 유명한 에그타르트 맛집으로 가기 위해 수도원으로 향한다.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축물 앞에는 이미 입장시간이 2시간은 걸릴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에그타르트이기에 한줌의 미련 없이 뒤돌아선다. 한국의 다소 퍽퍽한 타르트와는 차원이 다른, 한 겹 한 겹 쌓아 구운 크루아상보다도 바삭한 식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없다. 에그타르트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는 동료는 연신 “음~ 내 스타일이야”라며 감탄했다.

워크 세션을 진행하고 3일간의 교육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디플로마를 나눠주며 우리들에게 직접 이름을 쓰라고 했을 때 또 한 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너희가 써줘야 글씨체가 동일해 보이지 않겠느냐며 디플로마를 다시 돌려주고단체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5일간의 바버 교육과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밤,우리는 교육에 대한 갑론을박 토론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전 세계 여러 바버아카데미를 다니는 동안 많은 이들이 나에게 묻는다. “또 가? 배울 게 또 있어?”라고. 하지만 부족해서 배우는 게 아닌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배우러 간다고 말하고 싶다. 이 열정은 전 세계 모든 바버아카데미 교육을 이수함으로써 비로소 끝이 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