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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디자인에 담은 전통미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19.10.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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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협옹주(1733~1752년)는 조선 21대 임금인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다. 11살 때인 1743년에 혼인하고 1752년 20살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화협옹주와 그녀의 남편인 신광수를 합장한 무덤은 경기도 남양주시 삼패동에 있다가 1970년대에 이장됐는데 2015년 발굴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유물들이 출토됐다.
 
기상천외한 원료의 옛 화장품
 
화협옹주의 무덤에서 출토된 화장품을 담은 용기(국립고궁박물관)
화협옹주의 무덤에서 출토된 화장품을 담은 용기(국립고궁박물관)
무덤에서는 화협옹주가 무덤의 주인임을 알려주는 회지석과 아버지 영조가 딸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묘지명이 담긴 묘지석이 나왔다. 화협옹주가 생전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화장품과 용기들, 거울과 거울집, 먹 등도 함께 출토됐는데 특히 화장품 용기 안에 내용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각별한 관심을 샀다.
 
청화백자 연꽃넝쿨무늬 합에는 갈색의 고체 내용물이 들어있었는데 지금의 크림과 같은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색회 등나무늬 합에는 파운데이션처럼 얼굴을 하얗게 만들어 주는 백색 가루가, 청화백자 칠보무늬 팔각호에는 액체류가 담겨있었다.
 
내용물의 구성성분은 최근 공개됐는데 국립고궁박물관에 따르면 백색 분말에는 탄산납과 활석이 1:1 비율로 혼합돼있고 적색 분말은 진사(辰砂)를 구성하는 수은과 황이 함유돼 있었다. 이들 성분은 인체에 유해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옛날에는 피부를 창백하게 혹은 발그스름하게 보이는 용도로 활용돼왔다.
 
강한 산성을 띠는 액체류에는 현미경 관찰 결과, 놀랍게도 수천만 마리에 달하는 개미가 머리, 가슴, 배 부분이 분리된 상태로 들어있었다. 여러 문헌을 살폈으나 이 액체류의 용도는 도통 알 수 없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첨단 성분 담은 예스러운 용기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예전 화장품에 사용했던 성분 가운데 상당수는 유해성이 밝혀져 사용 금지되거나 보다 뛰어난 효과를 지닌 원료로 대체되면서 현대 화장품에선 활용되지 않고 있다. 화협옹주의 화장품에서 검출된 수은이나 납, 황 등의 성분이 그렇다.
 
용기 역시 마찬가지다. 화협옹주의 화장품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만든 것으로 밝혀진 도자기와 목제합 등에 담겨있었지만 지금 대량생산되는 화장품에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같은 소재의 용기를 쓰지 않는다. 비록 성분이나 용기는 여러 이유에서 사용하기 어렵지만 옛 시대의 미적 감각을 계승한 디자인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설화수 '실란 콤팩트'와 '실란 컬러팩트'
설화수 '실란 콤팩트'와 '실란 컬러팩트'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는 한국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린다는 취지로 매년 전통 장인과 협업한 특별 기획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일곱 가지 아름다운 보석 빛깔을 담은 칠보(七寶)의 색채를 표현한 프리미엄 팩트인 '실란 콤팩트'와 '실란 컬러팩트'를 내놨다.
 
두 제품에는 색상의 깊이와 빛깔을 표현하는 전통 공예인 칠보 디자인이 적용됐다. 만개한 꽃잎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디자인으로 색채의 오묘함과 찬란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는 설명.
 
이번 작업에 참여한 노용숙 작가는 국내 유일의 전통 칠보 기능 전승자다. 디자인의 영감은 오랜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옛 그림 '석모란도'에서 얻었는데, 금빛 바탕의 '실란 콤팩트'에는 붉은
모란을 담아 화려하면서도 그윽한 아름다움을, 푸른 바탕의 '실란 컬러팩트'에는 분홍 모란을 담아 화사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각 제품의 성분도 엄선해 골랐다. 백옥같이 화사한 피부 표현에 초점을 맞춘 콤팩트에는 동양의 지혜가 담긴 인삼꽃과 매화추출물 그리고 은은한 펄감을 연출하는 화이트펄콤플렉스를 배합했다. 피부에 생기를 주기 위한 컬러팩트에는 자연스런 색감을 지닌 천연 유래 색소를 사용했다.
 
후 '공진향:미 럭셔리 골든 쿠션'와 '벨벳 립 루즈'
후 '공진향:미 럭셔리 골든 쿠션'와 '벨벳 립 루즈'
LG생활건강의 궁중 화장품 브랜드 후(Whoo) 또한 브랜드 콘셉트에 발맞춰 궁중의 기품을 담은 디자인의 화장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라 왕실의 장식 기법에서 착안해 용기를 디자인한 립스틱과 쿠션 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 8월 말 발매된 '공진향:미 럭셔리 골든 쿠션'은 멀티 글로우 콤플렉스가 들어있어 피부에 빛나는 윤기와 광채를 부여하며 강력한 커버력으로 주름과 모공, 잡티를 가려주는 제품이다. 궁중비방 성분인 공진비단과 행인 오일 등을 함께 배합해 스킨케어 효과까지 꾀한 이 제품은 특별한 용기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신라 왕실의 금속장신구 표면 장식기법인 '누금(鏤金)' 기법을 차용, 마치 왕후의 장신구와 같은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을 강조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후 벨벳 립 루즈' 또한 신라시대의 유물에서 영감을 얻은 용기 디자인이 특징이다. 스퀘어 타입 특유의 모던함과 세련미에 신라시대 금관에서 착안한 화려한 문양을 조화시킨 것. 여기에 브랜드의 심볼인 연꽃 문양까지 새겨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8종의 컬러로 구성된 '벨벳 립 루즈'는 벨벳 프라이머 크림 콤플렉스가 들어있어 뭉침 없이 부드럽게 밀착돼 입술 표면을 매끄럽게 가꿔준다. 한 번의 터치로도 생생하게 발색되는 컬러가 오랜 시간 선명한 입술을 표현해 준다.
 
제이준코스메틱 '인텐시브 브라이트닝 토너'
제이준코스메틱 '인텐시브 브라이트닝 토너'
제이준코스메틱은 특이하게도 중국의 유서 깊은 명승지를 디자인화한 화장품을 발매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이화원과 협업해 '인텐시브 브라이트닝 토너'를 선보인 것. 이번 신제품은 벚꽃추출물, 12가지 비타민 성분 등이 함유돼 피부의 생기를 주고 피부 결을 매끈하게 관리해주는 데일리 대용량 토너다.
 
제품의 디자인적 콘셉트는 견우직녀 전설이 얽힌 이화원의 '십칠공교'를 비롯한 러브스토리에서 착안했다. 십칠공교의 풍경을 담은 파스텔톤의 용기와 흔들면 벚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모습의 꽃잎 모양 하이드로겔 비드를 적용함으로써 로맨틱한 분위기의 패키지를 구현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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