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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반전 맞은 K-뷰티 '기로에 서다'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1.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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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홍콩 코스모프로프 한국관
2019 홍콩 코스모프로프 한국관

2000년대 초 국내 화장품산업은 고질적인 공급 과잉에 제살깎아먹기식 할인 경쟁이 난무하며 사실상 빈사 상태에 있었다. 일부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인 과점 체제가 확고한 가운데 산업 성장은 정체됐고 이대로라면 공멸할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했다.

그런데 한류 확산과 함께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면서 본격적인 수출길이 열린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매해 급증한 수출 물량 덕에 화장품산업의 외형은 빠르게 커졌고 화장품은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포화 상태의 내수시장에서 한때 도태를 걱정했던 한국의 화장품산업은 수출과 함께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그렸다. 하지만 반전은 다시 반전을 맞을 조짐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K-뷰티'의 성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65억4,700만 달러로 2018년에 비해 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10.3%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수치다. 그러나 예년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한참이 떨어진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 성장률은 2014년 52.5%, 2015년 54.7%, 2016년 43.1%, 2017년 18.3%, 2018년 26.5%를 기록한 바 있다.

단위 : 백만 달러 /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무역 통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재가공
단위 : 백만 달러 /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무역 통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재가공

수출 성장이 둔화되면서 기업 실적도 좋지 못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의 부진한 실적에 이어 2019년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2%, 영업이익은 29.7% 감소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수출 화장품의 공급기지를 맡으며 세계적인 화장품 OEM·ODM 기업으로 발돋움한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거침없던 수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건 중화권에서의 부진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중국과 홍콩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이들 국가로의 수출액이 전년에 비해 3.9% 감소한 것이다.

홍콩의 경우 혼란스러운 정국의 영향이 컸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에서 촉발된 시위가 장기화·격화되면서 경제활동과 교역까지 위축됐고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도 34.1%(1월~10월 기준)나 줄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지 점유율이 축소됐다.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이 폭증했는데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에 그친 탓이다. 국제 무역통계업체인 글로벌트레이드아틀라스(GTA)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0월 말까지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총 96억 7,597만 달러 규모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7%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4억3,369만 달러로 증가율이 14.0% 머물렀다.

중국 시장은 쟁쟁한 화장품 강국들의 격전지다.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이 10%대에 머무는 동안 일본(34.8%), 프랑스(39.8%), 미국(43.4%), 영국(61.6%)으로부터의 수입액은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은 2018년만 해도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의 1위였지만 2019년엔 25.2%(1월~10월 기준)까지 떨어져 일본과 프랑스에 밀릴 처지다.

이처럼 한국산 화장품 수입 열기가 한풀 꺾인 이유는 현지 시장 판도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비중이 커진 고가 화장품 시장에선 일본, 미국, 유럽의 글로벌 브랜드들에 치이고 그간 공을 들여온 중저가 시장에선 어느새 치고 올라온 현지 브랜드들과 버거운 싸움을 하는 형국이다.

다행스러운 지점은 지난해 3분기를 전후해 중국 수출 실적이 급상승세로 반등했다는 점이다. 11월 11일 광군제 행사에서도 한국의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이 괄목할 판매실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비슷한 기획과 콘셉트를 남발한 끝에 참신함을 잃으면서 'K-뷰티'의 수명이 다한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비관론은 다소 잦아들었다.

다만 올해도 지난해 하반기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진 미지수다. 업계 안팎에서는 작년보다는 낫겠지만 예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에는 홍콩 수출이 회복되고 수출지역 다변화 노력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이 2019년보다 6.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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