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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넘어 세계로, 백승기 헤어 아티스트
  • 이미나
  • 승인 2020.02.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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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본코리아 DA 심사와 휴식을 위해 영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백승기. 노력파이자 즐기는 미용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인 그가 2019년 12월 13일부터 2020년 4월 5일까지 러시아 에라르타 뮤지엄(www.erarta.com)에서 세계적인 헤어 아티스트들과 나란히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 이 작품전은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를 만든 <Hairdresser Journal>에서 주관한 것으로 헤어드레서들의 작품이 모던아트로 인정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백승기 헤어 디자이너
영국 러시헤어 아트팀에서 활동 중인 백승기 헤어 아티스트 
 
여기 소개한 작품은 2017년 4월에 촬영한 Luminescent 컬렉션으로 자체 발광하는 바닷속 생명체와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UV 컬러를 이용해 Bioluminecsent(생물 발광) 컬러를 만들었고 다양한 텍스처를 통해 심해 생물들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백승기 작품
Hairdresser: Seung-ki Baek Photographer: David Sheldrick
Make-up Artist: Adelaide Filippe, Josie Chan Stylist: Tina Farey
백승기 작품
백승기 디자이너의 Luminescent 컬렉션
포토슈팅 몇 년 차죠?
2003년 영국에 와서 2007년에 처음으로 작품을 촬영했어요. 한국에서는 사이리즘 아카데미에서 교육실장으로 일할 때 영상 촬영 보조를 하면서 많이 배웠고요. 2007년 영국에서 만든 두 작품 중 하나가 러쉬 사내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때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BHA)의 Southern Hairdresser of the year 우승 작품을 보니 나도 그만큼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BHA에서 우승하려면 모델, 사진작가, 의상, 메이크업 등 최소 1천만원은 써야해서 회사에 지원 요청 했는데 이미 지원할 사람이 정해져 있어 혼자 준비했죠. 우선 4개 작품을 내고 파이널리스트가 되면 4개 작품을 추가 제출해요. 모델은 고객에게 부탁하거나 길에서 헌팅하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포토그래퍼는 지인에게 부탁했죠. 그렇게 준비한 작품이 2008년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 파이널리스트까지 올라갔어요. 회사에서 지원한 사람은 1차에서 떨어졌죠. 회사에서 꽤 이슈가 됐어요.
 
포토슈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예전에는 한 컬렉션을 만드는 데 1년을 준비하고 모델 1명 촬영하면서도 좋은 각도를 찾아 종일 고민했어요. 지금은 하루에 8개 작품까지 만들어요. 실수가 줄고 체계적으로 촬영하니까요. 초기에는 상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기 일쑤였어요. 머릿속 이미지를 표현하려면 100번 중 1번 성공했는데 지금은 3~4번 연습하면 원하는 스타일이 나와요. 타율이 좋아진거죠.
꾸준히 아트 작업을 하는 이유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헤어 기술 못지 않게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컬렉션을 만들어 히스토리를 갖게 되면 발전 과정이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죠. 비달사순과 토니앤가이가 그들만의 룩이 있듯이 나만의 시그너처 룩을 만들어야 해요. 비록 힘들어도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쾌감이 꾸준히 아트 작업을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살롱워크와 아트워크 병행에 어려움은 없나요?
시간 분배와 작품 활동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살롱워크는 하루 9시간씩 주 5일간 풀타임으로 하고 있어요. 아트워크는 취미생활이죠. 좋아서 하는 거예요. 일이면 못할 것 같아요. TV 드라마 틀어놓고 만들어요. 아이디어를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 살롱에서도 고객이 없으면 작품에 필요한 도구나 오브제를 만들어요.
 
아트워크를 하다 보면 소속 살롱에서 나와야겠다는 분들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작정 독립하면 금전적인 문제와 손발을 맡아줄 사람이나 관리가 필요해서 힘들 것 같아요. 전 주 5일 근무하고 휴일의 하루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쉬어요. 프리랜스가 되려면 그쪽으로 일을 늘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될 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라면 공부하고 노력해도 원하는 헤어 디자인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러한 시기를 어떻게 보냈나요?
'왜 이렇게 못 하나, 나는 바보인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끈기로 버텼던 것 같아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지 않을 때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요. ‘기구나 제품을 잘못 썼나’ 하는 생각이 들면 바꿔보면서요. 100번 중 99번의 실패가 결국 공부에요. 잘못된 이유를 알면 실수를 줄일 수 있죠. 때로는 실패한 결과가 더 좋을 때도 있어요. 예전에는 실패하면 화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겸허히 받아들여요. 동료들과 함께 해결해 가는 분위기도 생겼고요.
 
가장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크리에이티브 사진의 대가인 팀 워커(Tim Walker)요. 최대치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사진 작가입니다. 예를 들면 미리 모델의 그림자를 그리고 까만색 종이로 그림자를 잘라 바닥에 붙인 뒤 모델이 그림자를 따라하게 한 다음 촬영하는 거죠. ‘아, 그 작품!’ 하고 알만한 것도 많아요. 최근에 영감을 많이 받는 사람은 유리 조형의 거장인 치훌리(Dale Chihuly)예요. 이 사람 작품은 큐 가든(Kew Garden, 영국 런던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식물원)과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등 많은 곳에 전시되어 있는데 색감과 형태가 정말 멋져요. 유리로 만들었지만 머리 같기도 한 이분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건축가 가우디가 있어요. 초현실주의자의 상상을 건축으로 표현해내기가 정말 어려운데 가우디의 건축이 그래요. 지금은 사전 설계 장비가 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지금까지 짓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설계할 때 중력에 맞는 완벽한 설계를 위해 모래주머니를 실에 연결하고 거꾸로 추를 달아 실의 밸런스로 지붕 무게를 계산해 균형을 맞췄다고 해요.

작업할 때 어떻게 영감을 받고 아이디어를 얻나요?
예전에는 가만히 앉아 뭘 만들까 궁리했어요.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냈죠. 그러다가 좋아하는 사진작가 팀 워크가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플래닝 노트를 쓴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손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혹은 길을 걷다가도 ‘이거다’ 싶은 게 보이면 스마트폰에 아이디어를 그리거나 메모해요. 습관처럼요. 좋은 작품도 많이 보려하고요. 전시회도 많이 가나요? 시간 나면 가요. 특히 로열 알버트홀은 제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이죠. 알렉산더 맥퀸 전시회도 여기에서 했어요. 런던에 올 일 있으면 꼭 가세요. 지금도 팀워커(2월 중순까지)와 매리콴(3월 초까지)의 전시가 있어요. 입장료도 1만5천원에서 2만원으로 부담없고요. 회사에서 주니어 아트팀 교육시킬 때 이런 곳을 데려가요. 비달사순에서 6개월 과정을 공부할 때도 전시회 두 번 가기가 포함돼 있었어요. 전시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그림으로 그려 오라고 한 뒤 머리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을 그려오라고 하죠. 미술 작품을 헤어 작품으로 연결하는 교육이에요.
 
장차 작품 방향이 궁금합니다.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를 만든 <헤어드레싱 저널> 주관으로 저의 UV 작품이 다른 4명의 아티스트 작품과 함께 12월 13일부터 2020년 4월 초까지 러시아에 있는 에라르타(Erarta) 뮤지엄에서 전시를 해요. 작품 사진 3장과 실제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어요. 요즘은 헤어드레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트작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저는 결국 헤어드레서에요. 헤어드레싱에 초점을 두고 아티스트로 나갈 수 있는 부분과 확실히 분리해 일하고 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Southern Hairdresser of the Year 참가를 위한 살롱워크 스타일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Avantgarde hairdresser of the year도 준비하고요.
 
포토슈팅 크리에이티브 작업은 여러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과 작업할 때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콘셉트로 이끌어가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다들 바빠 커뮤니케이션할 시간이 적어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드보드를 잘 만드는 거예요. 내 머릿속 이미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이해할 수 있도록 무드보드를 통해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줘야 같이 촬영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방향을 결정합니다. 촬영 콘셉트가 분명해야 팀원이 서로 협조하고 조언할 수 있어요. 완벽하게 내 의견이 전달됐을 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거죠. 확실히 원하는 것을 그림이나 데생, 사진 등으로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게 중요해요. 결과물이 안 나오는 건 다 내 잘못이에요. 원하는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거니까요.
 
최근 새롭게 집중하고 탐구하는 분야가 있나요?
너무 많아요. 몸에 맞는 형태 즉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sculpturing)과 다양한 소재를 연구하고 있어요. 
 
본인 작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트워크를 그만두려고 할 때 뜻밖에 나온 아이디어로 만든 UV작품은 제가 가장 힘들 때 저를 일으켜준 작품이에요. 당시 친구에게 크레이지 컬러, 네온 컬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고 물었는데 친구가 알려준 사이트에서 매니패닉이란 제품을 발견했죠. UV 라이트를 쬐면 색이 바뀌는 건데 그것을 발견하고 작은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제대로 만들어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에 출품했는데 그 작품으로 파이널리스트가 됐습니다.
 
백승기 작품
백승기 디자이너의 Luminescent 컬렉션
백승기 작품
백승기 디자이너의 Luminescent 컬렉션
백승기 작품
백승기 디자이너의 Luminescent 컬렉션
‘장비가 없어서, 촬영 환경이 안 돼서, 사진을 몰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포토슈팅을 어려워하는 디자이너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망설이는 디자이너들에게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노하우(?)’ 또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첫 촬영 때 작은 플래시 라이트 밖에 없었는데 낮은 천장에 라이트를 역반사시켜 촬영해 첫 우승 작품을 만들었어요. 돈 안 들이고 지인에게 부탁해서 찍은 사진이지만 고퀄리티의 작품이 나왔죠. 센스가 생길 때까지는 굳이 투자 안 해도 돼요. 실력이 안 되는데 장비만 좋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거든요. 가지고 있는 장비를 활용해 찍어보면서 하나씩 늘려가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렵게 접근하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요. 포토그래퍼와 작업을 해야 한다면 가급적 헤어 전문 포토그래퍼와 작업하기를 권해요. 영국에는 일반 뷰티(메이크업) 촬영작가, 헤어 촬영작가가 따로 있어요. 아무래도 헤어 촬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헤어 촬영작가가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잘 맞춰 촬영해주죠.
 
2020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정말 많은 계획이 있는데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건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용인 중 매년 트렌드를 보거나 공부하러 비달사순과 토니앤가이에 가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계획한 것은 좀 달라요. 요즘 디자이너들은 촬영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룩북을 갖기 원하잖아요. 영국 러쉬 아카데미에 와서 교육을 받고 그것을 응용해 작품을 만들고, 사진 작가와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모델까지 고용해 사진 촬영을 하며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드는 전과정을 트레이닝하는 교육을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사진 작업을 하는 분들은 많지만 컬렉션까지 만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제가 작업한 노하우를 공유하면 조금이라도 도움 될 것 같아요. 미용사로서 컬렉션까지 만든다는 건 머리를 잘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에게 자기만의 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을 거예요. 매년 또는 분기별로 개인이나 회사의 컬렉션을 만들고 고객에게 트렌드로 제시하면 그것이 각 회사나 디자이너의 시그너처 룩이 될 겁니다. 과거 영국도 연예인 헤어스타일이나 셀럽 머리를 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달라요. 헤어드레서가 고객을 컨트롤해야죠. 이것이 바로 제가 예상하는 미래의 헤어 트렌드입니다.
 
백승기 선생님 머리는 누가 해주나요?
지금 머리가 너무 잘 어울려요! 아내가 제 전속 미용사예요. 아내가 진리죠.(웃음)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풀어요?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 한국 드라마를 봐요. 집중할 수 있는 운동도 자주 하는데 요즘은 암벽타기에 빠져 있어요. 일단 고민을 끊어버리죠. 생각을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때로는 고객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주절주절 많이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설명하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생각이 정리되는 경우도 있어요. 현재 저는 일반 미용과 세션 스타일리스트를 동시에 하고 있어요. 우리 나라에서 세션 스타일리스트는 생소한 직업인데 일반 미용 말고 패션쇼의 패션 촬영이나 헤어 쇼를 위해 다채로운 스타일링이나 가발 작업 등을 하는 일이에요. 다양한 기술은 물론 응용력이 필요한 작업이죠. 패션에 민감해야 하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해요.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면 힘들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어떤 작품 하나를 만드는데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있기 때문에 100% 외로운 직업이에요. 결과에서 느끼는 기쁨은 배가 되지만요.
 
한국 미용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이 길을 가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저는 매일 정말 신나게 하고 있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미용의 기쁨을 다른 이들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다들 신나게 자신의 일을 즐기고 본인만의 컬렉션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한국에 가면 이런 부분을 같이 얘기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백승기를 기억하게 될 하나의 문장을 쓴다면?
"그 사람은 지금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팀 워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멈추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사람이요. 좌우명은 계속 변하니까. 현재는 그래요. 
 
에디터 이미나 포토그래퍼 사재성(인터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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