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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클래식이란 무엇인가, 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⑪
  • 최은혜
  • 승인 2020.02.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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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으로 배우는 미술사 ⑪ 

영국 대영박물관

클래식, 고전이란 무엇인가 2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좋다/ 나쁘다, 옳다/그르다 등의 서술어를 부여하는 것을 가치평가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수 ○○○는 노래는 잘하는데 못생겨서 맘에 안 들어”라는 말에는 연예인의 외모가 평범한 것은 바람직하 지 않다는 가치평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또 “예멘 난민들을 추방해야 한다”라는 주장에는 “예멘은 이슬람 국가이다.” → “이슬람교는 위험한 종교이다.” → “예멘 난민들은 이슬람교 신도들이어서 위험한 사람들이다.” → “위험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추방해야 한다”는 가치평가적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죠.

영어사전의 ‘classic’이 가진 ‘일류의’ ‘명작’이라는 뜻에다가 국어사전의 ‘클래식’이 의미하는 ‘서양의 전통음악’을 결합해본다면, “서양의 전통음악은 최고 가치를 가진 명작이다”라는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는데요. 여기에는 서양의 음악은 훌륭한 것이고 우리나라나 동양 음악은 상대적으로 열등한 것이라는 한국식의 가치평가적 시선과 서양에 대한 열등감이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서양의 음악이 들어옵니다. 그 시대에는 일본인이나 일본 유학파가 사회지도층을 형성해 그들 중심으로 서양음악이 유통됐고 상류층의 음악으로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반면 전통음악은 피지배계층의 문화에다가 일본 제국주의가 시행한 문화 말살 정책에 의해 핍박을 받으면서 열등한 음악이라는 가치평가가 따라붙게 되었죠.

해방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음악은 파괴되거나 변질되었고 차별적인 시선을 견뎌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국악기를 가르치면 학부모들이 기생들이나 다루는 천박한 악기를 가르친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반면 서양음악은 교과서나 학원에서 피아노 건반을 이용해 음악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고 음악교육계에서도 서양음악이 주류를 이루어 입시와 문화정책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죠. 그러다가 1989년, 가수 이동원과 성악가 박인수가 노래한 ‘향수’가 발표됩니다. 이 곡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악가와 대중가수가 공동 작업했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발표하고 박인수는 클래식 음악을 모독했다며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됩니다. 오페라 가수가 천박한 대중음악 판에서 어울렸다는 괘씸죄였겠죠.

하지만 이후 클래식 음악계에서 따돌림 받았던 그는 크로스오버의 상징이 됐고, KBS <열린음악회>의 주역이 됐습니다. 알고 보면 서양 사람들도 오랫동안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에 비해 자신들의 문화는 뒤떨어진다는 뿌리 깊은 피해의식이 1500년 이상 지속되어왔거든요.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1748-1825),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 1804년

영어의 ‘classic’ 항목에 ‘고대 그리스 라틴학’이라는 뜻이 들어가 있는 거 보셨죠?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쇤브룬 궁전의 넵튠 분수와 글로리에테처럼 유럽의 유명한 박물 관이나 궁전은 대부분 그리스 신전이나 로마제국의 건축물을 모방했고 대리석으로 만든 신들의 조각상이 가득합니다. 

그리스의 예술적 완벽함과 로마의 막강한 영향력을 소유하고 싶어했던 제왕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투사되어 있어서, 보고 있으면 좀 안쓰럽기도 하지요. 우리가 칼럼을 통해 살펴본 고대 그리스의 예술 작품은 서양인들의 일반적인 ‘클래식’의 개념에 부합합니다. 서양에서 그리스 로마의 유산이 재평가 받은 때가 르네상스 시대였는데요.

당시 인간주의적 사고방식은 고대 그리스 예술에 담긴 인간의 신체적 아름다움과 정신적 위대함에서 영향을 받았죠. 그런데 그리스인들은 고대 이집트 예술의 법칙을 익혀서 독창적으로 계승하고자 했고요. 또 고대 그리스 예술의 영향을 받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작품은 후대의 서양인들에게 위대하고 모범적인 ‘고전’으로 칭송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클래식’이라는 개념은 좁게 해석하면 극히 일부 시대나 지역의 예술 작품을 의미하지만, 근대를 지나 현대로 올수록 새로운 유형이나 작품이 추가되면서 차곡차곡 쌓여 형성된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고정불변의 것이지만 알고 보면 땅속의 마그마처럼 조용히 유동적으로 변화해 가는 개념인 셈이죠.

특히 오랜 시대를 거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치평가적 시선이 켜켜이 덧씌워져 그만큼 복잡해지고 쉽게 규정할 수 없는 개념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렀습니다. 음악, 미술, 건축, 패션 등 여러 분야마 다 ‘클래식’이 존재하지만 겉으로 일치하는 특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분업화 때문일 겁니다. 옛날에는 예술과 기술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근대로 오면서 예술과 학문, 실용 기술 등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발달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비슷한 시대의 작품인데도 음악에 서는 고전주의라 부르고 미술에서는 신고전주의라 부르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클래식 개념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이죠. 즉 클래식이란 현재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다른, 더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과거 시대나 지역의 문화 예술을 의미하는 가치평가적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시대의 문화 예술이 또 어떤 식으로 후대에 가치를 부여받아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글 지혜만 대표 (주)빗경 대표, 비아이티살롱 대표, 한성대학교 한디원 미용학과 겸임교수, 지혜림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석사), 한양대학교 음악사(박사과정), 다수의 음악사 강의 및 칼럼 연재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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