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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 우리 앞에 다가온 그녀, 하리수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2.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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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MBC 장수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백미는 출연자가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가면을 벗기 위해 출연자가 뒤돌아설 때부터 패널과 관객, 시청자의 몰입도는 높아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베일을 벗는 순간 장내에는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일수록 함성은 커진다.

2019년의 마지막 <복면가왕> 방송에서 ‘역대급’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가면을 벗은 주인공은 하리수. 깜짝 놀랄 만한 가창력으로 노래를 마친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내 울었다. 그토록 오르고 싶었던 무대였기에 감격에 겨웠고 먼 길을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회한이 뒤섞여 절로 흐른 눈물이었다. 애초부터 가면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누구보다 솔직했고 또 누구보다 당당했던,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하리수의 못다 한 얘기를 들어봤다.

2018년 7월 <Re:Su-다시> 음반 발매 이후 한동안 소식이 뜸했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감사하게도 KBS 스포츠예술과학원 뮤지컬영화 액션과 교수를 맡게 됐어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감개무량하고 하루하루 보람을 느낍니다. 틈틈이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해외 활동도 하고 각종 시상식에도 참석하고 반려동물 사업도 진행하면서 나름 바쁘게 지냈습니다. 작년 말 ‘데일리이엔엠’이라는 기획사에 합류한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활동하려고 합니다. 음반 발매 계획도 있습니다. 먼저 발라드곡으로 인사드릴 것 같은데, 그간 댄스 가수로만 각인돼 다른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 연말 <복면가왕>에 출연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많이 좋아해 주시네요. 제 인스타그램에 방송 잘 봤다는 격려와 음반 활동을 기대하겠다는 응원 글이 꽤 달렸더라고요. 기쁘고 감사한 데…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온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해요.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노라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복면가왕>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좀처럼 무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는 MC분 말씀에 왠지 울컥했어요. 사실 1집 활동 때 공중파 음악방송에 출연한 건 타이틀곡 ‘템테이션’으로 한 번, 후속곡 ‘러브 허트’로 한 번, 두 번이 다였습니다. OST나 스페셜, 피처링 등 제가 낸 앨범이 12장 이상은 되는데 무대에 설 기회는 정말 없더라고요. 한국에선 ‘트랜스젠더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유독 강해서인지 정작 제가 가수인지 배우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그동안 해외 활동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중화권에선 활동이 좀 더 자유로웠습니다. 물론 그쪽에서도 처음엔 트랜스젠더로 소개되긴 했지만 2001년부터 광고와 영화, 드라마, 음반,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한 없이 활동했고 특히 배우로서 다른 여배우들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어요. 가수로서 무대에 올라 라이브 활동도 많이 하고 특히 홍콩 영화 <도색> 출연을 계기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시상식 무대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노래한 경험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해외에서 원 없이 활동했지만 정작 고국에선 기회가 드물었다는 게 뭔가 아쉬움으로, 허전함으로 남았던 것 같아요.

최근 화장품 브랜드 모델로 발탁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브랜드인가요?
홍보 기회를 주시니 사양하지 않을게요. ‘잇썸’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아쿠아 콜라겐 나이트크림’의 모델로 활동하게 됐는데 피부를 편안하고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입니다. 하이드롤라이즈드 콜라겐, 스쿠알란, 흰목이버섯 추출물, 카카오 추출물 등의 성분이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고 미백과 주름개선 인증도 받았습니다. 나이트크림은 유분이 많으니 자기 전 살짝만 발라도 다음 날 꿀피부를 느낄 수 있어요. 태국, 베트남 등지에 수출하고 있는데 현지에서 론칭 파티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메인모델로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화장품 모델 하면 지난 2001년 도도화장품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새빨간 거짓말’이란 카피와 함께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많은 분들이 그때 광고 화면의 제 목젖을 기억하시는데, 실은 제 목젖이 아니에요. 물론 광고 촬영을 한 건 저지만 목젖의 주인공은 당시 현장에 있던 남자 FD였습니다. 제가 촬영하기 전 남자 FD분이 제 자리에 앉아 뭘 찍고 있길래 조명을 맞추려나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합성을 위한 촬영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나중에 TV 광고 나온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는데 결과적으로 제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준 고마운 광고입니다.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미용사 자격증은 어떤 계기로 취득했나요?
고등학교 다닐 때 야간자율학습이 싫어 대신 미용학원을 다녔어요. 당시 시험을 따로 보지 않았는데 졸업 후 주변에서 아까우니 자격증이라도 따라고 권해 도전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자격증 따길 잘한 것 같습니다.(1994년 취득) 덕분에 외국 출장을 가거나 혼자 일할 때도 헤어든 메이크업이든 척척 해낼 수 있어요.

평소 자신만의 스타일링 노하우는 무엇일까요?
어떤 일이든 잘하려면 반복 학습이 중요하죠. 본인 얼굴에 맞춰 때로는 과감히 변신해보는 용기도 필요하고요. 일단 어딘가에 관심이 생기면 푹 빠지는 타입입니다. 관련 영상이든, 블로그 글이든 죄다 찾아보고 직접 해봅니다. 제가 파고들었던 것 중 하나가 스모키 메이크업인데요, 브라운이나 블랙은 물론 핑크, 블루, 실버까지 무궁무진한 스모키를 다 섭렵했어요. 개인적으로 골드와 브라운이 섞인 스모키를 가장 좋아합니다.

선호하는 헤어스타일과 헤어 관리 방법이 궁금합니다.
사실 전 웨이브 컬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심각한 직모라 펌이 나오지 않아요. 웨이브를 해놔도 날씨가 조금만 습하면 다 풀려버리는 통에 생머리를 할 수밖에 없어요. 헤어 관리는 별다를 건 없는데 샴푸 후 린스 대신 데일리 트리트먼트로 마무리해요. 트리트먼트도 바른 후 10초 정도 있다 헹궈냅니다.

체형 유지나 외모 관리 팁도 소개해주세요.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데 40대 중반을 넘다 보니 나잇살은 어찌할 수가 없어요. 별수 없이 평생의 숙명인 다이어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침이랑 점심은 평소대로 먹고 저녁은 하루 잘 먹으면 다음 날엔 고구마나 달걀로 때우고 있습니다. 먹는 걸로 지나치게 스트레스받으면 오히려 독인 듯해 적당히 하고 있어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외모 관리는 거의 안 해요. 스케줄 외에는 화장품을 거의 안 바르고 세수하면 끝입니다. 저희 엄마가 올해 팔순이신데 아직도 얼굴에 모공이 거의 안 보이시거든요. 다행히 엄마로부터 좋은 피부를 물려받은 것 같아요.

중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국내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비결이 뭘까요?
감사할 따름이죠. 열심히 꾸준히 활동한 보람을 느낍니다. 2001년부터 국내와 대만에서 활동을 병행했고 2006년부터는 중국 본토에 들어가 사드 문제가 터질 때까지 활동했으니 중화권에서 적어도 17년 정도 일했습니다. 처음엔 정말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돌아보니 추억이네요.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던데요.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특정한 누군가가 그 사람이 속한 성별이나 계층, 직업을 대변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유튜브 세상에선 유튜버 누군가가 저에 대해 한마디 하면 그게 곧 ‘트랜스젠더는 다 그렇지 뭐!’ 이런 식으로 치부되더라고요.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은 나 혼자인데. 모든 여자가 마돈나가 될 수 없고 모든 남자가 슈퍼맨이 될 순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저만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재미 위주가 아니어서 좀 지루할 수 있어요.

짧은 기간 적잖은 영상을 올렸던데 어떻게 운영하나요?
직접 촬영하기도 하고 매니저가 촬영한 걸 제가 편집해 올리기도 합니다. 따로 편집을 배운 적이 없어 아직 엉망이고 가끔 자막에 오타도 있지만 너그럽게 봐주세요. 저는 무엇이든 스스로 배우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아직까진 즐겁게 하고 있어요.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포토 : ap studio, 헤어&메이크업 : 순수

지난해 강아지 의류 브랜드 론칭 계획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누에보 페로(NUEVO PERRO)’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고 잘 안다 자부하지만 더욱 전문적이고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의사 하지영 님과 협의하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제 반려동물이 사용할 제품이라 생각하며 만들고 있어요. 강아지 의류 사업부터 시작했지만 머지않아 샴푸, 사료 등으로 품목 범위를 넓힐 예정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반려동물의 삶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반려동물 용품 하면 ‘누에보 페로’가 가장 먼저 떠오르도록 인정받는 브랜드를 만들겠습니다.

방송인으로서 올해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요?
계획이 있다기보다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팬들과 더 많이 소통하는 게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가수로서 한 번 더 무대에 오르고 싶고 반려동물 사업이 순항해 유기견 보호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의 모든 분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길 소원합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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