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기
바버 브랜드 '리우젤', 린과 베르투스 대표를 만나다
  • 이미나
  • 승인 2020.03.09 15:5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세계 바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버 브랜드 리우젤의 공동대표 Leen&Bertus가 리우젤코리아 론칭 이벤트를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디아우트로 바버샵에서 세미나 전날 두 사람을 만났다.

베르투스(왼쪽)와 린(오른쪽)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은?
Bertus 공식적으로는 리우젤 코리아의 본격적인 론칭을 기념하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만나기 위해서 왔다. 그동안 소셜 미디어로 한국의 다양한 바버들과 교류하면서 헤어스타일 사진을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이 숍에서 어떻게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 알 수 없었다. 이번에 한국 바버 문화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네덜란드에서는 남자들이 바버샵 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가?
Bertus 흔하다. 하지만 30년 전 우리가 스호름(Schorem) 을 열기 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당시는 지금의 한국처럼 헤어살롱에 가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점차 바버샵이 늘었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도 바버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바버샵이 부흥기를 앞두고 있다고 느낀다. 점차 더 많은 남성들이 바버샵을 찾게 될 것이다. 갈수록 그들만의 공간과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버샵의 특별한 점은 남성을 위한 남성 전용 공간이라는 점이다.
 
Leen 얼마 전 2014년 이래 바버샵 성장률이 400%에 이르렀다고 전하는 네덜란드 신문 기사를 봤다.
 
Bertus 하지만 아직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당장은 미약하더라도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우리와 같이 자리를 하는 한국 바버들과 리우젤코리아 담당자들이 선구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성 고객의 경우 처음 바버샵을 이용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푸시(자극)가 필요하지만 일단 바버샵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이후 바버샵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남성들에게도 남성 전용 공간이라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바버샵이 많아질수록 남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곳을 찾아 나설 것이다.
 
미용실과 바버샵의 차이는 무엇인가?
Bertus
바버샵에는 바버의 정체성과 개성이 드러나지만 미용실은 디자이너의 정체성이나 개성이 바버샵만큼 강하지 않다. 바버샵에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맞춤 서비스가 있다. 따라서 고객과 바버 간 케미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버샵이다.
 
“Hairdressing is a form of art and barbering is craft. Those are two completely different things”라고 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소수 남성들이 바버샵에 다니고 소프트한 버전의 바버링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Bertus 오늘 서울에서 오전 1시간 30분 동안 조깅을 하면서 서울 남성들의 헤어스타일을 관찰했는데 클래식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우선 클래식 헤어에 대해 정의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 스호름 바버샵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있는 스타일뿐만 아니라 모든 남성 헤어 커트 스타일은 클래식이다. 다만 이 클래식 헤어 커트 스타일을 어떻게 응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소프트한 버전의 남성 헤어스타일도 결국 클래식에 기반한 것이다. 외국인이자 외부인의 관점에서 한국인들의 헤어스타일을 볼 때 대부분 타이트한 커트를 하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클래식 헤어의 표본이 되는 스타일이다.
 
바버들이 트레이닝할 때 특히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할까.
Bertus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기타를 산다고 누구나 록 스타가 되지 않는다. 도구에 집착하지 말고 언제나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Leen 지름길은 없다는 말이다.
 
Bertus 그렇다. 우리는 30년간 이발을 해왔다. 경험과 관록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7년 전 포스터를 만들 때 했던 헤어스타일이 당시에는 자랑스러웠지만 지금은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진화해야 한다. 절대 만족해서는 안 된다.
 
린과 베르투스
Bertus 세계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곳에 올라오는 헤어스타일 다수는 필터나 포토샵을 써서 실제 모습과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 사진이나 인스타그램에 의존하기보다 “작품으로 인정받으라(Let your workdo the speaking)”고 조언하고 싶다. 고객을 모으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찍히는 ‘좋아요’ 개수에 연연하지 마라.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가 많으면 자신감은 생길 수 있지만 정작 고객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고객 만족에 집중하라! 고객이 만족해야 바버샵이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만족이 언제나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Leen 목적의식 또한 중요하다. 내가 왜 바버가 되고 싶었는지, 이 일이 하고 싶은 이유를 떠올려보라. ‘유명해지고 싶어서’ 바버가 되려 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헤어 커트(이발)에 대한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 셀럽이 되기 위해 이 길을 간다면 그건 틀려먹었다.
 
Bertus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우리 직업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30분에 한 번씩 고객을 미소 짓게 할 수 있고 바버로서 정신적인 만족과 뿌듯함을 느끼지 않나? 이런 직업이 또 있을까? 이것이 바로 바버 정체성의 핵심이다.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에 목매지 말고 이러한 직업 정신에 집중해보라. ‘세계 최고의 바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바버’라고 답할 것이다.
 
Leen 어떤 사람들은 바버링 기술을 6개월 안에 마스터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7일 안에 마스터할 수 있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하지만 기술을 터득하는 데 지름길은 없다.
 
리우젤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왜 주기적으로 투어를 하면서 세계의 많은 바버들을 만나는가?
Bertus
리우젤 브랜드 세일즈를 담당하는 임원이 시키기(?) 때문이다.(웃음) 리우젤이란 브랜드는 스호름 부엌에서 첫 제품을 만들었을 정도로 작게 시작한 브랜드다. 모든 바버샵이나 브랜드가 다 그렇겠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는다는 것은 마치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과 같다. 아이가 작은 것을 해내도 마냥 자랑스럽지 않은가? 심지어 첫 똥을 싸도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주지 않는가.
리우젤 제품을 출시한 순간부터 우리는 이 브랜드가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가진 전 재산으로 만든 스호름과 마찬가지로 리우젤도 무한한 애정으로 성장시키고 있으며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전 세계 바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세계를 누비면서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초심을 간직하고 있음을 전하려 한다. 작은 나라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한 바버샵에서 시작한 우리의 이야기가 전 세계인들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일단 해봐! 망치면 뭐 어때, 일단 해봐!”라는 메시지로 전달됐으면 한다.
 
Leen 세계 투어를 하며 느낀 것은 다양하면서 비슷한 점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바버샵이나 바버들 그리고 바버샵 특유의 분위기는 어딜 가나 비슷하다. 나는 이런 경험을 즐긴다. 
 
디아우트로 바버샵에 진열된 리우젤 제품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인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리우젤이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Bertus
내 인생의 대부분이 그렇듯 여자 때문에 시작한 인연이다.(웃음) 17세 때 나는 네덜란드 북부에 살았고 그때 ‘내 평생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어느 날 네덜란드 남부로 이사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를 쫓아 네덜란드 남부로 이사를 갔고 새로운 직장이 필요했다. 이미 바버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상태였는데 남부의 한 바버샵에서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길었던 Leen을 만났다. 우리는 첫눈에 반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면접을 보러 간 바버샵에서 나는 처음 만난 Leen과 5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눴다. 반전이지만 면접에 합격하지는 못했다.

Leen 그때 Bertus는 장미향이 나는 지금과 달리 냄새도 나고 정말 별로였다.
 
Bertus 맞다. 나는 모호크 머리를 한 펑크족이었다. 그때 Leen이 일하던 바버샵이 프랜차이즈 매장이었는데 Leen이 본사 임원에게 연락해줘서 다른 지점에서 일하게 되었고 덕분에 Leen과 자주 교류할 수 있었다. 이후 내가 로테르담에서 새로운 가게를 열었는데 머리는 잘했지만 사장으로서는 부족해 Leen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 사업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당시 잘되지 않아 다시 떨어져 있기도 했다.
스호름을 개업할 당시 우리는 스스로에게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지?” 하고 물었다. 대답은 ‘올드 스쿨 헤어스타일’이었고 ‘우리가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스호름의 전신이 되는 바버샵을 집에서 시작했다. 그때는 세금도 제대로 안 냈고 월세를 낼 필요도 없어서 수입이 꽤 괜찮았다. 처음 남성 전용 바버샵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10시간씩 줄을 서야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우리가 지난 8년 동안 배운 것은 ‘바버샵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계정(@the_bloody_butcher)을 보면 포토슈팅도 활발하게 하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Bertus 우리는 샵 계정, 리우젤 계정과 개인 계정 그리고 바버아카데미 계정 등 공식 계정이 다 따로 있는데 그 계정은 내 개인 계정이다. 포토슈팅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창작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숍의 포토그래퍼와 협업을 하면서 창작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리우젤 홍보에도 중요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리우젤로 가벼운 그루밍 스타일부터 하드코어 그루밍 스타일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어쨌든 포토슈팅은 내가 좋아하는 창작을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다. Leen Bertus는 마치 조커처럼 항상 창작에 대한 생각을 한다. 못하게 막으면 아마 화를 낼 거다. 
 
2018 KHA 바버포스터를 보고 있는 베르투스와 린
리우젤 제품을 활용하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면?
Leen
많이 사서 많이 사용하면 된다.(웃음)
 
Bertus 이건 다른 얘기지만 리우젤의 구매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의 34.8%가 소매 고객이다. 이것은 뷰티 비즈니스에서 남성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여성들이 뷰티와 헤어에 더 관심이 있고 잘 알지만 남성들은 어떤 숍에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하게 되면 그 스타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제품을 당장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 고객들은 물어본 후 바로 구매하기보다 아마존에서 가격 비교부터 하기 시작하지만 남성들은 다르다.
남성들은 숍에서 했던 그 머리스타일이 나오지 않으면 제품을 탓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제품이나 브랜드에 한번 신뢰가 생기면 남성 고객들은 그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거다. 남성 고객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경험과 어떤 문화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나처럼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펑크족은 반스(vans) 운동화를 신었고 나머지(좀 더 프레피한 사람들)는 에어워크를 신었다. 이게 바로 바버들을 위한 팁이다. 남성 고객들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고 머리가 마음에 들면 그 바버샵에서 알려주는 제품을 그 자리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어쩌면 게을러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제품 활용 팁을 물었는데 제품 판매 팁을 알려주셨다!(웃음) 2019년 코리아 헤어드레싱 어워즈 바버 부문 작품을 봐줄 수 있나? 심사한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할 건가?
Leen
사실 우리는 심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바버마다 구상하는 것이 다르니까.
 
Bertus 맞다. 바버마다 구상한 스타일이 있고 고객과의 이야기가 있는데 사진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진을 본 후에) 대부분 작품이 클래식 헤어 커트를 기반으로 스타일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아까도 말했지만 시대가 지나도 불변하는 클래식의 매력이 있다. 클래식의 매력은 어느 연령대가 해도 어색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 사진을 보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한국에 올 계획인가?
Leen
모르겠다. Bertus 우린 계획이 없다. (인사하며 나가는 리우젤 브랜드 세일즈 임원의 말) 다음에 코리아 헤어드레싱 어워즈 행사에 와도 좋겠네요!
 
 
에디터 이미나(beautygraphy@naver.com) 사진 사재성 장소 디아우트로 바버샵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