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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디자이너 재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은서, 포토그래퍼 문독이 만든 예술 세계, 모슐랭 프로젝트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20.03.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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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슐랭 프로젝트
모슐랭 프로젝트
우선 이 글을 읽기 전에 <그라피> 2월호 표지를 확인하길 바란다. <그라피>에서는 본래 외부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지 않지만 2월호 표지는 모(毛)슐랭이라는 팀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례적으로 외부 사진을 표지로 선택한 것이다.

헤어 디자이너 이재영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은서, 포토그래퍼 김문독으로 구성된 모슐랭은 매달 한 번씩 모여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한다. 미용인들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그들은 어떤 계기로 모이게 되었을까.

미슐랭의 ‘미’를 ‘모(毛)’로 바꾼 팀명이 인상적이다. 모슐랭 팀은 헤어와 메이크업, 사진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포’슐랭이나 ‘메’슐랭과 같은 팀명도 후보에 있었나?
문독: 모슐랭이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헤어스타일이 워낙 특이해 ‘헤어 맛집’이라고 농담을 하며 모슐랭이라고 불렀는데 팀명에 만족한다.
재영: 일반적으로 화보 작업을 하면 디렉터 주도하에 스타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슐랭 작품은 헤어스타일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메이크업과 사진 분위기를 결정한다. 헤어 디자이너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촬영하는 경우는 드문데 그런 점에서 멤버들에게 정말 고맙다.

모슐랭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문독: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무서워하는데 재영 실장님에게는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카코포니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형광 헤어스타일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침 재영 실장님이 작업한 스타일이 내가 원하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재영: 문독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내 조건은 함께 화보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처음 작업한 작품이 2019년 KHA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원래는 한번만 작업하기로 했는데 현장에서의 팀워크는 물론 결과물이 너무 좋아 매달 프로젝트로 진행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모두 흔쾌히 찬성하면서 팀이 탄생했다.
문독: 우리는 순식간에 친해졌다. 원래 알고 있던 사람처럼. 합이 좋았다고 할까. 은서와 나는 1년 정도 함께 작업을 했다. 둘 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재영 실장님은 우리와 비슷한 에너지를 풍기고 있었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줘 믿고 작업할 수 있어 좋다. 각자의 머리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한데 모은 것이 우리의 작품인데 두 사람 덕분에 더 다양하게 촬영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촬영을 시작하면 밤샘은 기본이라던데, 피로도 잊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은서: 표현하고 싶은 간절함과 함께 이뤄낸다는 성취감. ‘해보고 싶다’에 그치지 않고 해냈을 때의 뿌듯함이 좋다.
재영: 머릿속에서만 구상한 모습을 모델 이미지에 맞게 연출하는 건 쉽지 않다. 디테일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서로의 협업이 필요하고 만족할 만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함께 노력한다. 그렇게 계속 시도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계획된 시간보다 늦어질 때가 많다.
문독: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모슐랭 촬영 이후 바뀐 점이 있다면?
재영: 살롱워크만 하던 나에게 새로운 작업 방법과 넓은 시야를 일깨워줬다. 디자인 범위가 넓어지면서 내 방식만을 고집하던 모습은 사라졌고 협업의 시너지를 알게 해줬다. 촬영을 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미용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문독: 혼자 하는 작업이 건물을 지어가는 과정이라면 협업은 그들이 만들어낸 건물을 다이너마이트로 터트리는 느낌이다. 폭발 후 잔재처럼 혼자였다면 표현할 수 없었던 결과물을 만든다.
 
(왼쪽부터) 이은서, 이재영, 김문독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각자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 각각 자신의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재영: 부모님이 모두 미용을 하셨다.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미용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진로를 정해야할 시기에 공부보다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분야를 알아봤는데 보고 자란 영향 때문인지 결국 미용의 길을 걷게 됐다. 처음으로 내가 1등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분야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은서: 헤어와 메이크업 중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하고 싶은데 미용실에 취직하면서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결국 헤어를 선택했는데 메이크업도 포기할 수 없었다. 운이 좋게 공부하던 아카데미 팀장님이 만든 프리랜서 팀에 들어가게 되었고 헤어와 메이크업 둘 다 할 수 있었다. 모슐랭에서는 메이크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지만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 모두 병행하고 있다.
문독: 대학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평범하게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었는데 디자인에 들어갈 소스를 직접 찍으면서 우연한 기회에 브랜드 룩북까지 찍게 됐고 사진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은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문독 포토그래퍼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프리랜서 시장에서 살아남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은서: 팀을 나와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1년 동안은 아르바이트 2개를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업이 필수였다. 지금은 모두 그만뒀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독: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는 수입이 불안정한데 정기적으로 나가는 금액은 매달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재영: 상업적인 작업을 많이 하면 그만큼 수입이 더 생기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기 힘들어진다.

곧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도 대부분 프리랜서로 근무하는데 어느 직장에도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인가?
재영: 지금 미용계에서는 살롱에서 근무하는 헤어 디자이너와 화보, 룩북 등의 촬영을 집중적으로 하는 프리랜서 헤어 디자이너가 극명하게 갈린다. 많은 사람들이 모슐랭의 작품을 보고 헤어에 감탄을 하곤 하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헤어 디자이너 중에는 그 정도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이다. 실력을 기반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나조차도 4년 전부터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슐랭 멤버처럼 합이 맞는 팀을 꾸리는 것도 중요한데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은서: 포트폴리오만 있다면 홍보는 예전보다 손쉬워졌다. 인스타그램이 곧 내 포트폴리오가 되니까. 요즘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도 인스타그램을 보며 미팅을 한다.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활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문독: 인스타그램이 곧 내 명함이 됐다.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부터다. 초반에는 아이폰으로 찍어서 사진을 올렸는데 촬영 의뢰가 들어왔다.

앞으로 각자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재영: 우선 모슐랭 멤버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의 작품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방향을 잡고 있다. 나중에는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에이전시를 구축하고 싶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열정 페이를 받고 일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은서: 재영 실장님과 비슷한 생각이다. 프리랜서 시장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있을 묵묵히 해나갈 생각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보그> 이탈리아 뷰티와 작업해보고 싶다.
문독: 포토그래퍼가 된 것도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지 깊게 고민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성격상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는 편이 아니다. 단지 28년 인생에서 가장 오래한 일이라 그런지 사진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만 있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이은서, 이재영, 김문독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심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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