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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K-뷰티’의 향배, 핵심 포인트는?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3.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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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집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29억3,8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화장품 수출 세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엔 그 규모가 62억8,500만 달러에 이르며 영국과 이탈리아를 제치고 5위권까지 진입했다. 단순 수출액 규모론 싱가포르(67억8,500만 달러)가 4위이지만 중개무역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사실상 화장품 제조·수출 세계 4강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2019년 집계는 아직이지만 2018년의 프랑스-미국-독일-한국의 4강 구도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2019년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 성장률은 3.6%(관세청 집계)에 머물러 이전 몇 년간의 기록적인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일본도 근 몇 년간 화장품 수출이 크게 늘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한국의 연평균 화장품 수출액 증가율이 34.8%인데, 일본은 이보다 더 높은 35.4%를 기록했다. 한국이 다소 주춤했던 2019년에도 일본 화장품은 잘 나갔다. 리이치24시코리아 손성민 연구원은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19 한류백서’를 통해 “향후 국제 시장에서 ‘J-뷰티’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일본, 대만, 중국, 태국과의 경쟁 결과에 따라 ‘K-뷰티’ 성장 동력이 약화되거나 수출 성적이 부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손 연구원은 2020년 뷰티 한류의 핵심 포인트로 △아시아 파워 강화 △인디 브랜드의 홍수 △이머징 마켓의 부상 △럭셔리 마스크팩 시장 확대 △맞춤형 화장품 시장 도래를 제시했다.

'K-뷰티' 위상 강화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화장품산업 역량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 : 해브앤비)
'K-뷰티' 위상 강화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화장품산업 역량도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 : 해브앤비)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아시아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로레알은 2018년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를 전개하는 국내 기업 스타일난다를 인수한 데 이어 대(對)아시아 전략 수립을 위한 혁신 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로레알에게 있어 한국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럭셔리 스킨케어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 뱅크이자 테스트 베드로 여겨지는 듯하다.

한국 시장 및 ‘K-뷰티’ 위상 강화는 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개척한 마스크팩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태국 OEM 기업들이 적극 진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단순 소비시장으로 취급됐던 아시아는 이제 화장품 트렌드를 선도하고 수준 높은 제품들의 공급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또 로레알, 유니레버, 에스티로더 등 주요 글로벌 화장품 3사가 모두 한국 토종 브랜드 인수를 마친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다음 선택을 받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분화된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인디 브랜드가 속속 론칭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Z세대 남성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며 선보인 '비레디' (사진 : 아모레퍼시픽)
세분화된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인디 브랜드가 속속 론칭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Z세대 남성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를 표방하며 선보인 '비레디' (사진 : 아모레퍼시픽)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자 수가 어느새 16,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는 계속해서 늘 것이다. 최근 법 개정과 함께 고형비누 제조·판매·유통업자들도 화장품 기업 등록이 의무화됐다. 법 규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트렌드의 변화가 갖은 인디 브랜드의 출현을 재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메이저 브랜드의 일방적이고 식상한 메시지를 거부하고 있다. 작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자신의 니즈에 충실한 브랜드를 원한다.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그룹 내 인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기획·육성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체 인디 브랜드는 세밀한 타깃층을 목적으로 브랜딩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한두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했다. 각각의 브랜드가 기업색을 지우고 독립적인 아이덴티디를 확립, 콜라보레이션이나 기획 행사 등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과 CIS국가들이 'K-뷰티'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 젠피아)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과 CIS국가들이 'K-뷰티'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 젠피아)

국내 화장품 업계의 수출 텃밭은 중국과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이다. 지난해에는 일본으로의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모두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서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그런데 우리와 역사와 문화, 언어적, 심리적 거리감이 큰 러시아가 ‘K-뷰티’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우리 화장품 기업이 쉬 진출하기 어려운 나라지만 일단 교두보가 마련되면 소수의 중간 유통사를 통해 의도한 브랜딩 전략 및 공급정책을 수월하게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류’ 선호도가 높고 삼성을 비롯한 우리 기업의 이미지가 긍정적이란 점도 유리한 조건이다.

화장품 인허가 절차가 간소한 편이며 대규모 화장품 전시회인 인터참 코리아(Intercharm Korea)가 국내에서 개최되면서 양국 화장품 업계의 직접 접촉면이 넓어졌다는 점 또한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마스크팩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해왔으나 향후 고급화를 통한 혁신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 : 엘앤피코스메틱)
마스크팩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해왔으나 향후 고급화를 통한 혁신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 : 엘앤피코스메틱)

러시아 시장에서 K-뷰티가 각광 받자 인근의 폴란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동유럽과 CIS 지역으로의 화장품 수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키르기스스탄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2019년 기준 전년 대비 각각 116%, 111% 성장하며 사상 처음으로 주요 수출국 20위 내에 올랐으며 폴란드도 8.7% 성장해 20위권을 형성했다. 

마스크팩은 한국이 세계적인 화장품 수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품목이다.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이고 재미 요소까지 갖춘 마스크팩은 K-뷰티를 대표하는 품목으로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

전 세계인들이 마스크팩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되면서 국내 마스크팩 산업은 일대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 중국, 태국 등에서 만들어내는 저가형 제품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좋든 싫든 고급화 전략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이드로겔, 바이오셀룰로오스를 비롯한 시트 소재의 차별화와 함께 국산 천연원료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이 한국산 마스크팩의 재부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는 글로벌 화장품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 : LG생활건강)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는 글로벌 화장품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진 : LG생활건강)

2020년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도가 도입되면서 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에서 원료를 추가하거나 혼합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맞춤형 화장품을 제도화한 건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국내 소비자는 물론 내한 관광객들에게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을 비롯해 이와 비슷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로레알 비롯한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AI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한 맞춤형 화장품 기기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에 맞선 국내 기업들이 대응책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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