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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고민으로 인생 낭비하지 말아요! 국내 내추럴 사이즈 모델 1호 ‘치도’ 인터뷰
  • 최은혜
  • 승인 2020.04.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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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세상이 정해놓은 미의 기준을 따르기에 지친다면 그녀의 이야기에 주목해보자.

 

내추럴 사이즈 모델 치도.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알지만 내추럴 사이즈의 모델은 선뜻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마른 모델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중간이면서 우리 주변에 흔한 사이즈(66-77) 이지만 모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국내 내추럴 사이즈 모델 1호인 치도(본명 박이 슬)는 이런 사이즈를 ‘샌드위치 사이즈’라 부른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마른 모델이 되려고 준비하던 중 식이장애와 다이어트 강박증을 겪으며 몸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내추럴 사이즈 모델의 길을 선택한 그녀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무도 당신에게 관심 없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모델이자 유튜버, 그리고 문화 콘텐츠 제작자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는 내추럴 사이즈를 위한 코디를 소개하는 등의 패션 콘텐츠를 올리고,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태도)에 대한 각종 프로젝트를 하며 다양한 사이즈를 가진 이들이 모델이 되는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도 기획했어요. 현재 사진과 영상 스튜디오도 운영하면서 책을 쓰고 있어요. 

 

국내에는 내추럴 사이즈 모델이란 말이 생소한 것 같아요. 흔히 모델 하면 떠올리는 마른 사이즈의 모델이 되고 싶어 1년간 휴학하고 운동과 다이어트를 하며 헬스 장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야말로 하루 종일 다이어트 생각뿐이었어요. 당시 몸무게가 50kg 후반이었고, 지금은 60kg인데 과거에는 제가 늘 뚱뚱하다고 생각했어요. 40kg대로 내려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결국 식이장애와 강박장애를 겪었고 하이 패션모델은 될 수 없으니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할까 했어요. 그런데 플러스 사이즈 모델 분야에서는 제가 너무 날씬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알게 됐는데 마른 모델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중간이라고 보면 돼요. 해외에서는 이미 이 용어가 보편화됐고 많은 모델이 활동하고 있어요. 아직 국내에서는 내추럴 사이즈 모델에 대한 가이드가 정해진 게 없어 그야말로 길을 개척하는 중이죠.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외모 스트레스에서는 벗어 났나요? 저는 얼평(외모 평가), 몸평(몸에 대한 평가)에 민감했고 어딜 가든지 눈에 띄고 싶었어요. 식이장애와 강박증이 치유된 후 ‘남의 말에 민감해지지 말자’ ‘스스로 괜찮다고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껏 부족한 점만 생각했지 제가 가진 장점을 돌아본 적은 없었더라고요. 지금도 외모 고민은 있어요. 우리가 쉽게 하는 인사만 봐도 “이뻐졌다” “살만 빼면 예쁠 텐데” 등 외모 관련 언급이 많고, 살을 안 빼서 욕먹는 여자 아이돌의 기사가 나오죠. 거리 곳곳에서 ‘이걸 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라는 성형 광고에 너무 쉽게 노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민을 털어놓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으로 장문의 디엠을 종종 받는데, 모두 여성이에요. 한 의대생은 식이장애와 다이어트 강박증으로 공부를 못하겠 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외적인 것에 집착했던 시간들이 너무 후회스럽다 보니 이분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공부에 매진해야 할 의대생이 너무 허무한 것에 삶을 허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고민은 이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여성, 남성들이 겪고 있는 일이죠. 때문에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고 공론화할 필요성을 느껴요. 한번은 친구에게 식이장애, 다이어트 강박장애의 치유 과정 경험을 털어놓았는데 놀랍게도 자기도 겪었었다고 하더고요. 어릴 때부터 인기도 많고 예쁜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안타까운 것은 다들 이런 일을 겪으면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인데 말이죠. 또 외국은 조금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해외 구독자들도 제 영상에 많은 공감의 글을 달아줘서 놀라웠어요.

 

"우리가 쉽게 하는 인사만 봐도 “이뻐졌다” “살만 빼면 예쁠 텐데” 등 외모 관련 언급이 많고, 살을 안 빼서 욕먹는 여자 아이돌의 기사가 나오죠. 거리 곳곳에서 ‘이걸 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라는 성형 광고에 너무 쉽게 노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구독자 15만의 인기 유튜버인데 패션 콘텐츠가 정말 유용한 것 같아요. 평소 패션에 관심도 많았고, 내추럴 사이즈 모델을 알리기 위해 시작했어요. 유튜브에 패션과 연관된 영상을 보면 저와 같은 내추럴 사이즈의 구독자들에게는 동떨어진 정보 잖아요. 내추럴 사이즈도 다양하게 패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의상 협찬 없이 기획과 촬영, 편집 모두 제가 하고 있어요. 하나의 주제가 정해지면 여러 곳을 돌며 옷을 구입하고 실측 사이즈도 꼼꼼하게 재보고요. 콘텐츠 하나 만드는 데 2~3주는 걸리는 것 같아요.


피부 관리, 메이크업, 헤어 관리 등은 어느 정도 하고 있나요? 화장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뷰티 협찬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지만 제가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내 피부에 잘 맞는 제품을 쓰고 오늘처럼 촬영이 있으면 화장은 하고요. 머리는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시는 어머니 친구분께 맡기고 있어요. 제 머리에 대해 잘 아는 분이기도 하고요. 최대한 내추럴하게 유지해요. 예전에 머리를 잘 안 말려서 탈모가 온 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머리를 꼼꼼히 말리고 헤어팩도 가끔해요. 고데기, 염색, 펌 안한지 정말 오래됐네요.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식이요법보다 운동을 해요. 예전에는 식탐이 있었는데 몸이 회복되고 먹고 싶은 걸 제한하지 않으니 오히려 식욕이 줄어들었어요. 배부르면 내려놓는 자연스러운 식사 패턴이 잡혔죠. 운동은 필라테스, 요가를 하고 수영, 등산, 걷기, 달리기를 했어요. 오히려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나서 걷기를 좋아하게 됐고, 걸어보니 뛰어볼까 하고, 뛰어보니 산에 가볼까, 물을 좋아하니 수영을 해볼까 하는 식으로 운동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운동도 살을 빼려는 목적이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였지요. 


사실 뷰티 업계는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있는데, 이러한 틀을 깨고 극복 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요? 외모 강박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말도 들리 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어느 순간 조언이 필요한 때가 있을 거예요. 자신의 모공, 주름, 살찐 것까지 남들이 흉볼까 두려운 이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고요.


롤모델이 있나요? 자기개발서로 유명한 김수영 작가예요. 중학교 때 이분의 책을 보고 꿈 목록을 적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적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 고, 모델을 하고 싶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어요. 꿈 목록을 쓴 후로 성격도 바뀌더라고요. 


올해 계획은 어떤가요? 여름이 시작될 때쯤 책이 나올 예정이고, 책이 출간되면 보디 포지티브를 주제로 북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두 번째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도 열심히 준비 중이고요. 이 쇼가 화제가 되어서 9시 뉴스에도 나오고 실검에도 올랐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윤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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