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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 극복 가능할까? 영화 리뷰 '그린 북' Green Book
  • 성재희
  • 승인 2020.04.0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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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 북 포스터 

MOVIE TALK
동행

따로 또 같이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말입니다. 출발할 때는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죠. 이 근사한 여정을 같이 걸어갈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 든든한 일입니다. 혼자 떠나는 먼 길만이 참된 여행이라 말할 순 없죠. 고독과 두려움 속에서 씨앗처럼 발아하는 삶의 통찰이 있는가 하면,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부터 여행의 여운까지 모든 게 달라지는 묘미도 있는 거니까요.

물론 동행이 항상 성공적인 여행을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잘 맞는 사람과 차곡차곡 추억을 공유하는가 하면, 티격태격 각을 세우다가 원망만 잔뜩 짊어진 채 돌아서기도 하죠. 언제나 그렇듯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노력의 열매는 꽤 달콤합니다.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닫혀 있던 삶의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되죠.

영화 그린 북 스크린 샷 

여기 두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피부색부터 성격, 식성까지 닮은 점이라곤 하나 없는 극과 극. 더 큰 문제는 두 사람이 함께 8주 동안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겁니다. 피터 패럴리 감독의 영화 <그린 북>(2018)은 이들의 특별한 동행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지난해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 각각 3관왕을 거둔 화제작인데요.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와 그의 운전기사 토니가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대작입니다.

재미있는 건 말이죠.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열에 아홉은 으레 백인 피아니스트와 흑인 운전사의 얘기일 것이라 짐작할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반대예요. 백인보다 더 백인 같은 흑인 피아니스트를 흑인만큼이나 우악스럽고 천방지축인 백인 운전사가 보필합니다. 마치 우리의 편견과 부주의에 일격을 가하겠다는 것처럼요. 흑인과 백인의 동행이 딱히 새로울 게 없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들의 목적지가 하필이면 미국 남부란 겁니다. 그것도 1962년, 인종차별이 여전히 횡행하던 시절에 말입니다. 

★이하 기사는 <그라피> 2020년 4월호 지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린 북 Green Book, 2018
감독 피터 패럴리
주연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

| 씨네쿠리 
영화, 음악, 자전거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잡식남. 물적 가난과 심적 풍요 사이에서 아빠 카드 긁듯 별 고민 없이 문장과 기억들을 소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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