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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사토 치에, BHA 챔피언 거쳐 아방가르드 헤어로 월드 클래스가 되기까지
  • 김미소 에디터
  • 승인 2020.04.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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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치에는 22세에 영국 토니앤가이 어시스턴트로 입사했다. 동양인, 여자, 나이, 실력 등 모든 장벽을 극복하고 그는 입사 5년만에 토니앤가이 서포트를 받는 아방가르드 헤어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2년 전 토니앤가이를 퇴사하고 현재는 아방가르드 헤어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토 치에. 그녀가 ‘아방가르드’라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분야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방가르드 헤어 디자이너 사토 치에
Chie Sato
일본 베르에포크 미용전문학교 졸업
2000년 영국 토니앤가이 입사 후 톱 아트 디렉터팀 리더로 활동
2014~2015년 브리티시 헤어드레싱 어워즈 챔피언
2018년 토니앤가이 퇴사
현재 프리랜서 뷰티에디케이터로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일본 등에서 교육 진행
 
처음에 영국으로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주 단순한 이유였다. 학창 시절, 미국에 처음 갔는데 공항에서 낯설고 두려운 마음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자라온 일본 이외에도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일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미용실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만난 원장님의 제안으로 아방가르드 헤어 작품을 제작했는데, 기획 단계에서 생각하는 이미지를 데생해 모두에게 발표하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내 데생은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창피하고 어디론가 숨고 싶었지만 ‘두고 보자’는 마음을 먹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사토 치에 작품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다. 유학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왕복 항공권만 가지고 떠났다. 숙소도 구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영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막막했다. 우여곡절 끝에 숙소는 구했지만 호기롭게 떠난 영국 유학과는 달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 너무 무서워 일주일 동안 외출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 밖으로 나갔고 조금씩 적응해갔다.
 
사토 치에 작품
용기를 내기 시작하고 처음 한 일은 무엇인가?
미용에서 의사소통은 필수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교를 다녔다. 어학교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아시아인들이 있었는데 영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 중국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1년 동안 일본어로는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한 번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꼭 해내는 성격이기 때문에 정말 1년 동안 영어만 사용했다.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한 건 아니었다. 영어도, 모국어도 잘 하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태가 됐을 때 엄마에게 전화해 엉엉 울기도 했다.
 
사토 치에 작품
토니앤가이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당시 이력서를 가지고 수십 곳을 찾아다녔지만 한 군데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4, 5개월 동안 계속 찾아갔더니 본사에서도 내 얼굴을 알 정도였다. 그러다가 7개월쯤 됐을 때 면접을 보자는 메일을 받았다.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으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대단하다. 당신은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다.
토니앤가이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쉬는 날에도 입고 다닐 정도로 정말 기뻤다. 그렇지만 입사 후에는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영국은 15세부터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내 나이 때면 시니어 디자이너 급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키도 작은 동양인 여자이고 영어도 원활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나에게 불리한 조건이었기에 더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사토 치에 작품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낮에는 살롱워크를 하고,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 작품을 만들었다. 이 생활을 하루도 쉬지 않고 3년간 매일 반복했다. 일이라는 생각보다 미용을 하면서 논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가 영국 헤어드레싱 어워즈에 응모했는데 상을 받게 됐다. 한순간에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토니앤가이에서도 좋은 제안을 해왔다. 서포트를 해줄 테니 작품을 만들면서 아카데미 교육을 병행하라는 것이었다. 서로의 니즈가 맞았고, 그렇게 교육에서도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사토 치에 작품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영감을 받기 위해 리서치부터 시작한다. 보통 자연이나 건축물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편인데 리서치 단계에서는 사물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샴푸대 천장 위에 거울이 붙어 있는데 거울 속에 비치는 샴푸대의 모양을 보면서도 영감을 찾는다.
 
사토 치에 작품
자연이나 건축물의 사진을 보고 어떻게 헤어 작품에 반영하나?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꽃이나 동식물을 확대하면 신비로운 형태를 볼 수 있는데, 그 속의 텍스처나 모양, 색감에서 영감을 얻는다. 내가 헤어 작품을 만들 때는 주재료로 머리카락을 사용하지만 그 외에도 글루건이나 와이어 등을 사용해 형태를 잡는다.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는데 4개 작품을 만드는 데 한 달 반 정도 소요된다.
 
사토 치에 작품
아방가르드 헤어 작품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처음에는 내 스타일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에 유럽 스타일의 빅 헤어나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스타일을 동경하고 따라 하려 했지만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아시아인이었고 특유의 섬세함이 무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크기와 상관없이 섬세하게 디테일을 살린 작업에 열중하다 보니 내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또 사람마다 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편이다. 내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토 치에 작품
우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자신의 스타일을 잘 모르겠다면 다양한 작품을 보고 여러 감정을 느껴봐라. 끌리지 않는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았다면 직접 작품을 만들 것!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분명 실력은 늘 것이다.
 
사토 치에 작품

에디터 김미소(beauty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윤채빈(사토 치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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