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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화장품’이되 ‘마약 화장품’은 아닌 ‘헴프 화장품’ CBD의 모든 것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4.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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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최근 국내외 화장품업계에서 가장 핫한 소재를 찾는다면 단연 ‘CBD’를 첫손에 꼽을 수 있겠다. 금단의 영역에 있는 대마에서 유래한 성분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그 효능과 안전성을 두고 전문가 의견이 분분한 상황임에도 소비자들이 열띤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기대는 CBD 화장품이 정말 마약과도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지니고 있느냐에 모아지는 듯하다. 한편으론 마약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꺼림칙하다는 반응도 있다. 금기의 식물 대마는 어떻게 화장품에 쓰이게 됐을까?

CBD 개념 정리

CBD 화장품에 대해 알아보자면 몇몇 용어와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CBD는 ‘칸나비디올(cannabidiol)’의 약자로 칸나비디올은 대마에 존재하는 천연 복합물이다. 그런데 대마의 복합물은 CBD만 있는 게 아니다. 대마에는 500종이 넘는 복합물이 있고 그중의 100여 종은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s)라 불리는 특별한 복합물이다. CBD는 100종이 넘는 대마 특유의 칸나비노이드 중에서도 주류를 이루는 성분이다.

그리고 CBD만큼이나 비중이 높은 성분이 있으니 바로 문제의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delta-9 tetrahydrocannabinol)다. THC는 향정신성 효과가 강력한 성분이다. 대마의 수지를 가루 형태로 만든 해시시, 대마잎을 잘게 썬 마리화나 등 우리가 아는 마약의 도취와 환각 증세는 THC가 일으키는 작용이다. 반면 CBD는 이같은 정신적 흥분 작용과 관련이 없고 오히려 환각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cannabis, 칸나비스)는 크게 인디카(indica)종과 사티바(sativa)종으로 나뉘는데 두 종은 THC와 CBD 함량에서 결정적 차이를 보인다. THC 함량이 높은 인디카의 또 다른 이름은 마리화나(marijuana)다. 헴프(hemp)로 통칭하는 사티바는 CBD 함량이 높아 이른바 ‘산업용 대마’로 재배·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허용됐다는 CBD오일은 이처럼 산업용으로 가꾼 헴프에서 추출한 것이며 THC 농도 가 0.3% 미만이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이 있다. 즉 ‘CBD 화장품’은 대마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대마 화장품’인 건 맞다. 그러나 정신적 부작용을 일으키는 THC를 배제했기에 ‘마약 화장품’은 아니며 헴프종에 추출한 CBD를 배합했으므로 ‘헴프 화장품’이라 명칭은 가능한 셈이다.

사진 : 닥터브로너스
사진 : 닥터브로너스

우리 몸과 친숙한 CBD

대마가 가진 신비한 성분인 칸나비노이드는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체내에도 존재하고 생성된다. 이른바 ‘엔도칸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다. 체내에는 칸나비노이드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도 있다. CB1이란 이름이 붙은 수용체는 신경계에, CB2로 명명된 수용체는 면역계에 주로 분포한다. 엔도칸나비노이드는 CB1 혹은 CB2와 결합해 긴장 완화, 경련 진정, 통증 경감, 염증 감소,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작용을 한다. 이를 엔도칸나비노이드 시스템이라 하는데 이 체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신체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THC, CBD와 같은 대마의 칸나비노이드는 체내에서 CB1과 CB2의 기능을 활성화하며 엔도칸나비노이드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즉 엔도칸나비노이드가 부족하거나 그 시스템이 무너져 생기는 고통과 질병을 대마의 칸나비노이드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7년 11월 약물의존성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의료용 대마가 알츠하이머병, 파킨스병, 다발경화증, 정신병, 암, 염증성 질환, 당뇨병 합병증, 메스꺼움, 우울증,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전 세계 의약계는 이 같은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대마 성분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마에 엄격한 우리나라도 환자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꾸준한 요구가 이어진 끝에 THC 및 CBD 기반의 해외 의약품 수입을 지난해 3월부터 허용했다. 다만 그 대상은 4종으로 한정됐다.

CBD의 스킨케어 효과

이처럼 의약학적 활용도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진 칸나비노이드는 피부 개선에도 남다른 효과를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칸나비노이드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피부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장품에 함유된 CBD가 이 수용체와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면 차별화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인의 대표적 피부 고민인 여드름은 모낭 내 박테리아균들이 일으킨 면역학적 반응이 염증으로 발전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앞서 살펴봤든 CBD를 포함한 칸나비노이드는 항염 효과가 우수하다. CBD가 CB2와 같은 피부 내 수용체와 결합해 체내 천연 항염증 물질을 보다 많이 만들어내고 엔도카나비노이드의 기능을 촉진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면 여드름 개선에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의 CBD 화장품 후기를 살펴보면 여드름에 효과를 봤다는 사용담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나아가 CBD는 항산화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DNA, 단백질, 세포외벽, 세포기질과 같은 세포 구성요소를 무너뜨려 노화를 촉진하는 자유라디칼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는 것이다. 즉 CBD를 활용한 안티에이징 화장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진균, 미생물에 강한 CBD는 습진, 접촉성·지루성 피부염,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에도 특효 성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메가3, 오메가6 등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다는 사실은 보습 성분으로 가치가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CBD는 그 자체로 천연물이자 문제 세포에만 작용하는 특성이 있어 피부 자극의 우려도 덜 수 있다. 또 심신의 평안을 추구하는 최근의 웰빙 트렌드와 연계시키기에도 수월하다. 실제로 CBD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serotonin)이나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가바(gamma-aminobutyric acid, GABA)와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CBD오일 기반 화장품 (사진 : 각 브랜드 홈페이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CBD오일 기반 화장품 (사진 : 각 브랜드 홈페이지)

국내서는 요원한 CBD 화장품

미국은 2018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농업진흥법에 서명함으로써 산업용 헴프 재배와 여기서 얻은 CBD의 활용이 합법화됐다. 이를 계기로 CBD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화장품시장에서도 CBD 열풍이 불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도 CBD 화장품을 마냥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건 아니다. 연방법은 개정됐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은 주법이 있기에 주에 따라 유통 현실이 제각각인 것이다. 나아가 CBD 제품의 안전성이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경고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불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CBD 제품은 마약과 동급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대마초와 그 수지, 이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 그리고 이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 및 이 모든 것을 함유한 혼합물질 또는 혼합 제제’를 ‘대마’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마를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하는 행위’ 또한 엄격히 금지돼있다. 미국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CBD오일을 아무 생각 없이 직구했다간 졸지에 마약사범이 될 수 있는 것이다.

CBD 화장품 또한 제조는 물론 수입·유통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고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류’를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서도 ‘헴프씨드(hempseed)’가 슈퍼푸드로 알려지며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며 사랑받고 있다. 이는 식품위생법에서 포엽과 외종피 등 껍질이 완전히 제거된 대마씨앗은 식품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같은 헴프씨드에는 THC는 물론 CBD도 거의 들어있지 않다.

근래 국내에서 하나둘 선보이고 있는 ‘헴프씨드 화장품’도 당연히 헴프씨드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다. 헴프씨드 역시 필수 지방산을 비롯한 영양성분이 풍부한 원료다. 먹거나 바르면 그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같은 헴프에서 나왔더라도 CBD와는 전혀 다른 소재다. 헴프씨드 화장품에도 그 나름의 효능이 있겠으나 CBD 화장품과 혼동해서는 곤란한 것이다.

물론 그럴 일은 웬만해선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헴프씨드 화장품을 내놓은 모 브랜드 관계자는 “‘CBD’가 들어있지 않으니 CBD 화장품이 아닌 건 맞지만 ‘헴프’라는 용어 사용조차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제품명에는 물론 홍보자료나 광고에도 ‘헴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식약처의 당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포의 소재인 대마를 수확하는 안동 농민들. 안동시는 CBD 화장품을 포함한 대마의 산업적 활용을 위한 '대마산업 규제자유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 안동시)
안동포의 소재인 대마를 수확하는 안동 농민들. 안동시는 CBD 화장품을 포함한 대마의 산업적 활용을 위한 '대마산업 규제자유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 안동시)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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