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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시장에도 ‘90년생이 온다’ 미플래그 장지수 본부장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6.1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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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이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세대를 구분하는 별칭이 붙었다는 건 이들이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방식과 문화, 생활 패턴, 소비 경향은 그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어느덧 소비와 경제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롭게 떠오른 경제 주체들을 겨냥한 전략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새 세대는 브랜드 파워나 화려한 광고에 휩쓸리지 않는다. 트렌디해 보이지만 유행을 좇는 건 아니다. 품질이 좋다고 해서 마냥 통하는 것도 아니다.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 가격은 전제이고 자신의 피부 타입, 상태와 맞아야 한다는 건 기본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취향과 소신이 화장품 구매선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새 세대의 출현은 기존 화장품 기업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이제 시장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전면에 나선 스타트업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국내에도 주목할만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미플래그. ’미(美)‘의 정점에 ’깃발(flag)’을 꽂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담은 이름의 이 회사는 1990년생 장지수 본부장이 브랜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장 본부장과 함께 하는 10여 명의 팀원 또한 같은 또래, 밀레니얼 세대다. 미플래그가 전개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언리시아(Unleashia)는 국내 최초의 ‘글리터 전문 브랜드’다. 웬만큼 화장 좀 한다는 여성들에게도 글리터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이템이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한참 비주류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반짝반짝 빛나는 글리터에 왠지 어울리지 않는 비건(vegan) 콘셉트를 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미플래그 장지수 본부장(포토그래퍼 심균수)
미플래그 장지수 본부장(포토그래퍼 심균수)
먼저 ‘언리시아’에 관한 얘기부터 해볼까요. 어떻게 탄생한 브랜드인가요?
 
화장품 시장이 포화이고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저희도 차별화된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뮤직 페스티벌에 놀러 갔는데 웬 친구들이 네일 글리터를 물에 적셔 얼굴에 바르는 광경을 봤어요. 손톱을 장식할 글리터 가루를 얼굴에 바르다니. 좀 걱정스러우면서도 이런 축제의 자리에서 마음껏 안심하고 사용할 페이스와 보디용 글리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제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국내에도 글리터 전문 브랜드가 요구된다는 일종의 ‘니즈’를 확인한 셈이죠. 밀레니얼 세대들이 보다 과감한 스타일을 선호하기도 하고 파티 문화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규모지만 추세와 시장 지형을 살폈을 때 차별화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예상이 맞았나요?
 
사실 처음 나온 제품의 판매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의욕이 앞선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엔 컬러나 타입이 지나치게 과감한 면이 있었습니다. 제조사에서도 새로운 글리터 타입에 대한 연구·개발 경험이 적어 대응이 쉽지 않았을 거라생각되고요.
 
두 번째 제품은 론칭 일정도 멀찌감치 미루고 절치부심 준비했습니다. 아예 미국, 독일의 글리터 전문 원료사를 직접 접촉해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최상의 원료부터 수급했어요. 다소 과감하되 부담스럽지 않도록 글리터 입자는 키우고 투명도를 높였습니다. 이렇게 나온 제품이 ‘겟 루스 글리터 젤’인데 무엇보다 젤 제형에 글리터를 담아 가볍고 바르기 편하면서도 고정력과 지속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호평받으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히어로 아이템이 됐습니다.
 
조금은 낯선 아이템을 홍보하기 위해 SNS 콘텐츠 제작에도 공을 들였어요. 그런데 이 제품은 유독 코덕이나 인플루언서들의 자발적인 홍보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SNS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사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아이템으로 소구되지 않나 싶습니다.
 
언리시아는 비건 인증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채식주의자인가요?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비건의 삶을 따르려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저는 비건의 핵심 이념이 ‘생명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생명 존중의 신념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언리시아의 경우, 글리터 원료는 물론 색소나 젤과 같은 베이스에도 동물성 성분을 일체 배제했고 당연히 동물실험도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적인 면만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으면 원하는 컬러를 구현하기도 어렵고 원하는 제형을 만들고 유지하는 게 훨씬 까다롭습니다. 비용이 더 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비건 인증을 받기 위한 과정도 보통 일이 아니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건 핵심 시장인 중국 진출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저희는 고객들이 언리시아를 통해 부담 없이, 유쾌한 방식으로 비건의 삶을 체험하고 실천해보길 바랍니다. ‘비건’ 하면 지나치게 엄격한 삶의 방식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러니 시도할 엄두를 못 내고요. ‘비건 화장품이 유행이라니 한번 써볼까?’와 같은 가벼운 접근이라도 좋다고 봅니다. 이런 식으로 언리시아가 알려지고 좋아하는 고객이 늘면 비건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지 않을까요?
 
그렇다 해도 화려한 글리터와 비건 콘셉트의 조합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글리터가 갖는 속성 때문인지 언리시아는 사람으로 치면 잘 놀고 예쁘장한 이미지예요. 그런데 저희가 꿈꾸는 언리시아는 겉만 예쁜 게 아니라 나름의 신념과 가치관을 지녔고 똑똑하게 꾸밀 줄 아는 사람입니다.
 
환경적 요소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마침 생분해되는 글리터가 개발돼 있긴 한데 아직 제품화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친환경도 좋지만 안전성을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연구해서 생분해 글리터 제품을 연내 꼭 선보일 작정입니다.
 
용기는 친환경 플라스틱과 종이 소재를 함께 검토·추진 중이에요. 비닐 접착테이프를 두르지 않아도 튼튼하게 사용할 수 있는 특허받은 택배 박스도 찾아놨고 앞으로 모든 제품의 패키지는 기술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하려고 합니다. 이상은 높지만 소비자 편익과 사업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계속 진화해가야죠.
 
스킨케어 브랜드 ‘리듀어(Reduire)’는 어떤 제품인가요?
 
리듀어 또한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서부터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을 충분히 경험해 봤어요. 유해한 외부 환경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피부가 민감한 경우가 많고 유명한 제품보단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으며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편안한 스킨케어를 원합니다.
 
리듀어는 프랑스어로 ‘줄이다, 축소하다’란 뜻인데, 그 이름처럼 스킨케어 상의 유해 요소를 배제한 ‘미니멀리즘’을 지향합니다. 다만 맥락 없이 줄이고 축소하는 게 아닌 나를 위한 덜어냄, 즉 ‘MEnimalism’을 표방하고요, 고객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비건 뷰티를 실현하는 브랜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의 국내외 시장 개척 성과는 어떻습니까?
 
리듀어의 경우, 국내 H&B숍에서 판매 실적이 좋습니다. ‘무자극주의’를 표방하고 실제로 뷰티 앱이나 전문가가 이 점을 검증해주고 호평한 덕분인지 특히 클렌징 라인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H&B 입점 채널이 확대되면서 코로나19 여파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죠. 해외에선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이 많은 미국이 주력 시장이고 중동 지역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릴 듯합니다.
 
한국 여성들의 화장법을 주목하는 아시아 지역에선 언리시아가 인기입니다. 일본, 싱가포르, 대만에서의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에도 역직구 형식으로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온라인 판매가 꾸준하고 이달 대형 H&B숍 입점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젊은 나이에 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팀원들 나이 차가 크지 않은 데다 조직문화 자체가 수평적이고 저 또한 지향하는 바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라면 별나면서도(eccentric) 조화롭고(harmonious) 재밌는(fun) 조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비춰 지금 우리 팀은 감히 ‘어벤져스’라고 자부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셨고 이모는 헤어 디자이너여서 어렸을 때부터 뷰티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땐 방학 때마다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죠. 대입이 뜻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 잠시 방황하기도 했지만 마음잡고 공부해 화장품 회사에 입사하고 원하던 화장품 개발 일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친언니와 함께 네일숍을 운영해보기도 했고 이전 회사에선 세포라와 공동 브랜드 개발에 참여하는 기회도 누렸어요. 모두 소중하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경험이죠. 본부장이라서가 아니라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미플래그는 미니멀리즘 스킨케어 브랜드 ‘리듀어’와 글리터 메이크업 브랜드 ‘언리시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리듀어의 히트 제품인 ‘리프레싱 타임 클렌징 워터’와 언리시아의 히트 제품인 ‘겟 루스 글리터 젤’. 언리시아는 국내 최초의 글리터 전문 브랜드로서 비건 인증을 더해 시장의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플래그는 미니멀리즘 스킨케어 브랜드 ‘리듀어’와 글리터 메이크업 브랜드 ‘언리시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리듀어의 히트 제품인 ‘리프레싱 타임 클렌징 워터’(사진 왼쪽)와 언리시아의 히트 제품인 ‘겟 루스 글리터 젤’. 언리시아는 국내 최초의 글리터 전문 브랜드로서 비건 인증을 더해 시장의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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