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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용기에 ‘반환경’ 낙인? “산업 경쟁력 약화 심각할 것”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7.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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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사진 : 픽사베이
최근 화장품 업계는 친환경 용기 개발에 여념이 없다. 필(必)환경 시대를 맞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기 어려운 데다 친환경 소신을 따르는 소비 트렌드도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선 기업의 도의나 마케팅적 고려가 아니라 강력한 법적 규제 때문에라도 친환경 용기 사용을 미루기 어려운 형편이다.
 
제품 포장재마다 재활용 ‘등급’ 표기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및 표시’ 의무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제품의 포장재를 종이팩, 유리병, 철캔, 페트병 등 9가지로 분류하고 포장재별 기준에 따라 재활용 용이성을 평가해 등급(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을 매겨 그 결과를 제품 겉면에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등급을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고려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에 나서 결국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는 퇴출될 것이란 의도다.
 
이같은 내용의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 및 표시제는 개정안 시행 이후 오는 9월 24일까지 9개월여의 계도 기간을 가지며 사실상 유예된 상황이다. 평가 대상 업체와 제품, 포장재 수가 워낙 많은 데다 현실적으로 당장 적용이 어려운 산업계 현실을 반영해서다.
 
특히 화장품 산업은 그 특성상 새 제도 시행에 따른 기업 경쟁력 약화가 심각할 것이란 전망으로, 현재 보완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발표한 ‘화장품 용기ㆍ포장재 등급 표시 시행에 따른 산업계 동향 및 이슈’ 보고서를 통해 화장품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도안 (자료: 환경부, 보건산업진흥원 재가공)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도안 (자료: 환경부, 보건산업진흥원 재가공)
개발이 안 돼서, 너무 비싸서 못 쓰는 친환경 용기
화장품 용기 상당수는 재활용 평가에서 ‘어려움’ 등급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적으로 화려한 컬러가 가미돼있거나 기능적으로 스프링이 포함되기도 하고 거울이나 브러시를 부착하기도 하는 등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려움' 등급을 받으면 환경부담금이 최대 30%까지 추가된다. 부담금도 문제지만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표기가 낙인인 양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줘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친환경 화장품’으로 어필하는 제품의 경우, 원료와 성분은 ‘친환경’이지만 용기는 ‘반환경’인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재활용성이 우수한 용기를 사용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당장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친환경 용기 기술 수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거니와 용기 전환에 따른 비용적 손실이 막대하고 이미지 상품이기도 한 화장품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화장품 산업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해 제품 교체 주기가 짧고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로 이뤄져 신제품 용기 개발 및 포장재 변경 등에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가 클 것”이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용기 개발 및 기존 용기 변경은 상당한 시간 및 재정적 투자 필요한데 국내 화장품 기업 대부분이 중소, 영세 규모라 실제 개선에 이르기까지 비용적,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등급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명칭이라도 순화해야
이와 같은 문제를 보완하지 않는 한 ‘K-뷰티’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새 제도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를 쓰는 건 해외 브랜드나 국내 브랜드나 마찬가지인데 한국 제품에는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낙인이 찍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새 제도의 적용이 국내에 한정된 만큼, 수출용 제품을 따로 생산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또한 비용 부담이 커 중소 규모 기업들이 시도하긴 어렵다. 그나마 이 방법도 정작 수출 텃밭인 중국에선 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현지 수출 제품의 표기가 한국 내 유통 제품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른바 '짝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새 제도가 화장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고도 다양한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기·포장재 평가를 실시해 기업의 환경 문제 인식을 확대하되 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 한시적으로라도 평가 등급 표시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신 역회수 시스템 운영 등 기업 스스로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도록 하자는 것이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이다. 또는 평가 등급 명칭을 순화하면 브랜드 이미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환경보호라는 제도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제안이다.
 
중단기적으로는 리사이클 및 생분해성 플라스틱, 친환경 포장재 및 용기 소재 개발을 위한 정부 R&D 지원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미래 화장품 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지만 용기·포장재 소재 관련 지원은 2023년부터로 예정돼있어 실제 친환경 용기 개발 및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보고서는 “기업이 신속하게 도입·적용할 수 있도록 용기·포장재 정부 R&D 지원 일정을 앞당겨 추진해 실효성을 제고”해야 하며 “친환경 용기에 대한 트렌드 및 수요는 증가할 추세로 K-뷰티가 친환경 이미지를 선도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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