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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훈의 물음표 ② 미용사라는 직업은 미래에도 살아남을까?
  • 성재희
  • 승인 2020.07.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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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이곳저곳에서 어떻게든 대비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미래 예측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첨단 슈퍼 컴퓨터를 가졌다 해도 불과 몇 분 전에야 지진의 징후를 알아채고 위기 대응 매뉴얼을 따를 뿐이다.

그 동안 사라지지 않을 직업 리스트에는 늘 헤어 디자이너가 있었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가 여부로 직업의 존망을 따지기 때문이다. 그 기준으로 볼 때 헤어 디자이너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유망한 직업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기준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우리 미용실 경쟁 미용실은 어디?

월마트 소비물품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자가격리가 5주차에 접어들면서 염색약과 미용기기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용실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셀프 미용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고 그 경험들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제한령(lockdown)이 되지 않은 한국의 경우에도 고객들이 미용실 방문을 자제했는데, 그 과정에서 미용실 방문 사이클이 2~3배 이상 길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

고객 대부분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미용실을 찾아오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경험했던 상황이 앞으로의 고객 행동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해외에서는 자가격리로 인해 고객들과 만나지 못해 원격 시술 지원을 상품으로 내놓는 헤어 디자이너들이 등장했다. 유튜브를 통해 셀프 염색, 셀프 펌을 넘어 셀프 커트를 할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고객들과 디지털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과거에는 SNS 스타 헤어 디자이너들이 다른 헤어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것이 대중에게 전달됐다면, 이제는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경쟁 상대가 바로 옆 미용실을 넘어 수백 km 떨어진 미용실을 포함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소비자들도 전문적인 미용서비스 가치에 대해 새삼 체감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 노동 수준의 미용 서비스의 가치는 갈수록 낮아지더라도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컨설팅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미용의 본질로 자리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집에서도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지만 고급 음식점을 찾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물론 고객이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를 수 없고, 기계가 사람의 커트를 대체할 수 없으리라는 예견은 이제 수정해야 할 때가 됐지만 말이다. 

월마트 소비물품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자가격리가 5주차에 접어들면서 염색약과 미용기기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해답은 미래 고객에게 있다?

고객의 미용실 방문 주기가 길어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일반적 경우라면 ‘어떻게’에 의한 해결 방안(해답)을 먼저 찾게 될 것이다. 기간 할인 이벤트 문자 발송이나 신제품 들여놓기, 고객 이벤트 증정품 추가 등 즉각적인 방법에 몰두할 수 있다. 또 과거 반응이 있던 행사나 타 살롱에서 결과가 좋았던 마케팅 방안을 도입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우리는 생존자 편향*에 빠질 확률이 높다.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할 해법은 방문하지 않은 미래 고객에게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객들의 행동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미래 고객의 니즈를 묻고 해답을 찾는 게 맞다. 예측 가능하고 통제할수 있는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위기는 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된다. 대비는 비판적 사고를 할 때 가능하고 비판적 사고의 출발은 ‘질문하기’에서 비롯된다.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헤어 디자이너가 필요 없는 미래까지 염두한 질문도 던져봐야할 시기다.

생존자 편향*
생존한 케이스나 성공한 회사 또는 사람에 치우쳐서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적의 대공포로부터 비행기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무사귀환한 비행기의 피탄 자국을 조사해 통계를 내고, 피탄된 곳에 추가적인 방어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에 아브라함 왈드라는 한 수학 교수는 이의를 제기했다. 무사 귀환한 비행기의 피탄 자국은 보강할 곳이 아니라 적의 공격에도 위협이 없는 부분이므로, 피탄 자국이 없는 부분을 보강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 것이다. 성공은 취약한 부분이 공격받지 않았기 때문일수 있다는 것이 왈드 교수의 추론이다.

송종훈(소키와칸 본부장)
조직문화, 고객경험, 질문, 헤어를 디자인하는 다방면의 숙련된 잡부

에디터 성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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