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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마지막 장을 읽지 마시오' 제니퍼의 북리뷰 - 꿈의 서점
  • 이미나
  • 승인 2020.07.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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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서점> 하나다 나나코, 기타다 히로미쓰 외 1명/ 임윤정 역/ 앨리스 출판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로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있겠다. 혹시라도 꿈이 없거나, 지금 부지런히 꿈을 찾고 있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내게는 꿈이 있다. 나고 자란 양평에서 책방을 하는 것. 단지 책만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방을 찾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책방을 여는 게 오래된 꿈이다. 금사빠인 주인장 취향에 따라 매달 달라지는 <덕후를 위한 이달의 전시-에곤 실레 특별전>이라거나, 본인들은 책을 단 한 줄도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는 유튜브 대신 독서를 강요하고 싶은 부모들을 위한
<필독 도서 같은 소리만 안했어도> 같은 아이들을 위한 독서모임, 그리고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해서 글에 대한 평가 따위는 하지 않는 <내 맘대로 글쓰기 강좌>를 서점에서 나누고 싶다.
 
책 속의 한 문장으로 책을 선택하게 하는 <비밀의 책 배송 서비스>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과 함께 세상 하나뿐인 책을 제작하는 <치유록 프로젝트>, 헤드헌터인 점을 십분 활용하여 <점집보다 나은 커리어 코칭 서비스>도 겸한다면, 점점 더 종이책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서점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꺼이 그 누군가가 양평까지 찾아와준다면 말이다.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고, 책방이 들어설 터도 봐두었고, 미리 지칠 것을 대비해 한 달간 내 대신 책방을 운영해줄 지인도 미리 섭외 해두었고, 자금도 마련해두었는데 10년째 준비가 안 된 게 있다. 바로, 마음의 준비. 꿈을 좇는 삶을 동경하지만 실상은 언제나 먹고사니즘에 연연하고 있는 인생의 나날들. “서점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라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대꾸할 마땅한 답변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월급 따박따박 받는 회사인간에서 매달 임대료와 고정비로 지출되는 돈을 걱정해야 하는 자영업자가 될 용기가 아직 부족하다. 그러던 중 아주 작은 책방에서 <꿈의 서점>을 발견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일본의 기발한 서점 22곳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 하나같이 독특하고 기발한 콘셉트가 돋보이는 곳들로, 책방 주인 취향이 100% 반영된 서점들이었다. 마치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특한 콘셉트의 책방들. 기껏해야 책방 월세와 주변 유동인구를 따져가며 과연 한 달에 몇 권의 책을 팔아야 먹고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던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토록 특이한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들은 먹고살 수있을까?
 
님아, 그 마지막 장을 읽지 마시오
<꿈의 서점>에는 주인의 취향과 세계관이 반영된 독창적인 서점이 등장한다. 간판도 달지 않은 채 오직 입소문과 단골만으로 꾸준히 서점업계의 숨은 보석이 된 곳, 거주지를 책방으로 탈바꿈한 ‘생활밀착형 서점’,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조용한 장소에서 오직 책에만 집중하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공간을 빌려주는 서점’, 어지간해서는 쉽게 찾아가기 힘든 외딴 곳에 소재한 서점, 심령서점 등등. 공통된 특징은 매출에 연연하기보다 오직 ‘주인의 책에 대한 애정’을 동력 삼아 운영된다는 점이다. 단지 책을 팔고 사는 공간적 의미의 서점이 아니라 책의 미래나, 책방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 북큐레이션 방법 등이 담겨 있는 서점 이상의 서점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여타 다른 서점을 소개하는 책과는 다르다.

혹여 책이 팔리지 않더라도, 내 서가를 오래도록 빛나게 해줄 책을 고르는 작업이 즐거운 사람들과 그들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만든 공간. 그 공간을 채워주는 새소리, 바닷소리, 빗소리. 꿈의 서점을 상상하면 언제나 즐겁다. 하지만 즐거운 일도 매일매일 업으로 하면 하기 싫어지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 좋아서 시작한 서점이지만 과연 이 서점의 주인장들은 여전히 행복한지, 정말로 먹고 살 수는 있는 건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애석하게도 이 책에서 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유주얼 서스펙트>급 반전이 마지막에 있다. 차마 그 반전의 문장을 밝힐 수는 없으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뒷목 잡았다는 블로거 후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절대로 마지막 페이지부터 읽지 마시길! 모든 반전이 그렇지만 이책의 반전 또한 기대와 재미를 급 반감시킨다. (힌트: 이 칼럼 제목에 있으니 참고하시길!)

편애하는 밑줄
p132 그때그때 읽고 있는 책은 확실히 그 사람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 <Street Books>
p275 서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게 책이라는 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지요. 의식주는 물론 음악, 영화, 과학, 사상, 예술, 여행 그리고 스포츠까지. 그러니까 다양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책을 다루면 진정한 ‘혼야무라’, 즉 책방마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쭉 생각해왔어요. <혼야무라>
 
 제니퍼 (@Jennifersonata 책 읽는 헤드 헌터. 십지라퍼. 책방주인이 장래희망.)
 
에디터 이미나(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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