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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억눌린 상반기, 대응역량 엇갈린 화장품 ‘빅2’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8.0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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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모든 걸 집어삼킨 2020년 상반기. 생각지도 못한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화장품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에게도 코로나19는 극복하기 어려운 초대형 악재였다.

다만 충격의 강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선방’이라 표현해도 좋을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6,795억원.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와 거의 같은 수준의 매출을 유지한 것도 놀라운데 이익은 늘렸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증가하며 6,370억원에 이른 것이다. 또다시 반기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와 달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실적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4% 감소해 2조4,601억원, 영업이익은 67.0% 줄어 1,041억원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영업이익률은 4.2% 수준으로, LG생활건강의 17.3%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화장품 '빅2' 2020년 상반기 경영실적

LG생활건강도 화장품사업에선 쓴맛을 봤다. 상반기 화장품 부문(Beauty) 매출은 1조9,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15.3% 줄어 3,998억원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면서 면세점 매출이 큰 타격을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면세점 경쟁 상대인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선 것과 달리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정가 판매를 고집한 탓에 타격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화장품 부문의 고전과 대조적으로 생활용품(Home Care & Daily Beauty)과 음료(Refreshment) 사업은 전에 없던 호황을 구가했다. LG생활건강 생활용품 및 음료 사업 부문 상반기 합산 매출은 1조6,8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2,372억원으로 성장율이 56.4%에 달했다.

화장품 기업이긴 하지만 생활용품, 음료 부문까지 사업 영역이 다각화된 덕에 코로나19 충격을 상쇄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60.7%에 달하던 LG생활건강의 화장품사업 매출 비중은 올 상반기 54.1%까지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화장품 외 다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차(茶), 용기 제조, 인쇄 등 사업 분야도 이채롭다. 화장품 사업 부문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LG생활건강처럼 치약, 샴푸 등의 생활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다만 그 비중이 미미해 코로나19 충격을 분산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회계상의 이유까지 겹쳐 올 상반기 아모레퍼시픽그룹 매출에서 화장품 사업(뷰티 계열사)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를 넘겼다. 사실상 거의 모든 매출이 화장품 분야에 몰린 셈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초대형 이슈에 취약성이 크다는 평가다.

전체 사업 비중뿐 아니라 화장품사업의 구조에서도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오프라인 유통 비중이 유독 크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왔다.

국내외에 구축한 방대한 오프라인 유통망은 다소의 고정비 지출 부담은 있었지만 막강 브랜드 파워의 원천이자 안정적인 매출 기반으로 회사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또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온라인 전환을 추진해왔으나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가 갑작스레 터졌다. 급속히 확산하는 비대면 쇼핑 트렌드에 대응하기에는 디지털화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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