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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훈의 물음표 ⑤ 당신이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 성재희
  • 승인 2020.08.3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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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회사에는 있으나 우리 회사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영업부서, 둘째는 관리직, 셋째는 매출 목표다. 업계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관리직과 매출 목표가 없는 것에는 수긍하다가도 영업부서가 없다는 것에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우리 회사에는 대신 영업부서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서로 오퍼레이팅그룹이 있다. 이 부서는 회원정책과 프로그램의 개발/개선, 회원 획득 및 유지, 회원 가입부터 재구매에 이르는 경험 프로세스 전반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그룹에서 8월부터 매달 이달의 사원을 선정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흔히 그렇듯이 숫자와 관련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까 짐작한 것과 달리 회원들로부터 ‘고맙다’ ‘감동이다’ 등 찬사를 받았는가로 선정 기준을 삼았다. 성과 기준이 매출 실적을 의미하고 파는 것이 목적인 전통적인 조직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발상이다.

우리의 일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당신이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일하느냐라는 질문에 “먹고살려는 거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쓸데없는 질문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은 일을 단순히 돈과 교환되는 노동력으로 보는 것이다.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어떤 마을에서 작업하고 있는 세 명의 석공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첫 번째 석공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생계를 꾸릴 돈을 벌고 있습니다. 저기 밭을 갈고 있는 소나 먹이를 사냥하는 하이에나와 다를 바 없죠.” 이어 두 번째 석공이 대답했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멋지고 훌륭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석공의 답은 간단했다. “대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석공은 조직의 비전이나 목표는 관심 없고 단지 자신의 이해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 하루치 일당 이상의 가치를 두지 않으니 일당만큼의 가치도 못할 수 있다. 두 번째 석공은 자신이 하는 일의 전문성에만 가치를 두고 대단한 일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물론 어떤 일이든 폄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의 가치는 조직 전체의 핵심 니즈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두 번째 석공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석공은 일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할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이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구에게는 그저 노동이고 누구에게는 사명이다. 일을 돈과 교환되는 노동 이상의 사명과 이타적인 목적으로 여길 줄 아는 사람은 단순히 제품 판매에 급급하지 않고 고객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솔루션을 찾는다. 고객을 판매 대상으로 보는 경우와 감동과 기쁨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면 고객이 만족할 확률은 분명 후자에 있다. 우리 회사가 영업부서를 운영하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 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구에게는 그저 노동이고 누구에게는 사명이다.

일을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일에 목적과 사명을 부여할 수 있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지위와 책임에 적합한 역할 수행이 전제되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밥값을 하는 방법이다. 첫째, 수행하는 일의 목적이 조직 내 주어진 역할에 부합되는 가치여야 한다.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고객, 고객만족, 전략,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상사의 심기, 가시적인 실적같은 자잘한 것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조직에는 사원이나 인턴의 일이 있고 스타일리스트, 임원, 경영자의 업무가 있으니 역할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가 매 순간 돌아봐야 한다.

둘째, 나의 핵심 역량이 바뀔 수 있다는걸 인지해야 한다. 나와 조직의 성장 단계와 고객의 니즈에 따라 일의 진행 방향과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어제 가치가 오늘 가치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제 우리 살롱을 성장시킨 요인이 오늘은 장애 요인일 수 있다. 일이 너무 익숙해졌다면, 눈 감고도 알 수 있다면, 바꿔야 한다.

셋째, 한 단계 위 역할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인턴은 디자이너, 사원은 팀장, 관리자는 경영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리를 주면 그 역할을 하겠다”가 아니라 현재 위치에서도 수행할 역량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넷째, 일의 완성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일의 노예로 있고 누군가는 일이 놀이와 같다. 이것은 선택이다. 일에 이타적인 목적을 부여한다면 매일 아침 기대감을 갖고 일터로 향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일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거대한 시간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가 위대한 일을 한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뿐이다.” 

송종훈(소키와칸 본부장)
조직문화, 고객경험, 질문, 헤어를 디자인하는 다방면의 숙련된 잡부.

에디터 성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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