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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 ①웃으며 버티자, 적극적으로!
  • 성재희
  • 승인 2020.08.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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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우리 매장에서 불과 이백삼십 걸음 쯤 되는 곳에 위치한 간판 없는 길거리 야채가게에 코로나가 덮쳤다. 온 동네 할머니들의 거점이자 수다마당이기도 한 야채가게 사장님의 어머니가 확진자로 밝혀지고 아드님에 이어 그 수다판의 멤버 어머니들이 줄줄이 확진자로 공개돼 온 동네가 난리 났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가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온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안 그래도 인적이 드문 뒷골목에 사람들이 사라졌다. 

49년 인생의 절반이 넘는 29년을 미용실에서 고객들과 만나고 특히 지난 8년간 강사 뚱 원장으로서 쉼 없이 달려온 어느 날 왼쪽 목에 잡힌 멍울 하나. 점점 단단해지고 커져감에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일만 하며 버티다 날벼락을 맞았다. 편도암 3기. 수술 불가한 상태. 딱 1년 전 일이다. 의사가 독하다고 할만큼 힘든 치료 과정을 웃음으로 버텨낸 결과, 몸속에 있던 커다란 암 덩어리는 깨끗하게 사라졌다. 일만 했지, 정작 내 몸 건강은 등한시해온 그간의 생활 방식을 바꿨고, 그것이 매장 운영에도 영향을 끼쳤다. 경대 5개의 12평 미용실. 지난 16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비록 작지만 지역에서 특색 있는 매장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번 기회에 건강까지 고려한 환경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내 건강만큼 고객 건강도 고려한 매장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신체에 닿는 소품을 1회용으로 사용하고 옷장을 스타일러로 교체해 살균된 가운과 옷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하고 일회용 조각 비누를 비치했다. 또 고객이 띄엄띄엄 앉을 수 있도록 100% 예약제로 전환했다. 내 몸에 갑자기 찾아온 암으로 인해 건강관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소중한 고객에게도 적용하고자 매장 환경과 운영 방침을 바꾸던 참에 코로나라는 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러자 개인위생, 손 씻기, 거리두기 이 세 가지 방침이 내 매장의 무기가 됐다. 인근 야채가게를 시작으로 코로나19가 동네전체를 덮친 상황에서도 우리 매장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신규 고객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으니, 급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상황에 무너졌다가도 이겨내는 것이 세상사인 듯싶다.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스스로 답을 찾기 마련이다. 코로나19라는 녀석은 우리 곁에 제법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며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혹은 다른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큰 변화를 겪고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과 소비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전 지구적 위기에서도 결국 이겨내는 사람은 어떤 부류일까? 아마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미 덮친 일을 한탄하기보다 방법을 찾고 고민하는 자세가 가장 필요한 때다. 

내 변화가 우리의 변화로 이어지고 사회 전체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19로 인해 혹은 다른 이름의 고난을 마주쳤을 때 모든 탓을 그것에 돌려버리고 합리화한다면 무너지기 쉽다. 반대로 잘 극복한 사람들의 모습이 결국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모습으로 남겨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탓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이겨내려는 의지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방사선으로 목의 피부가 녹아 내려도 ‘웃으며 버티자’ 하던 ‘웃버’ 정신으로 항암치료를 하며 극복했듯이, 기왕이면 웃으면서 이겨내자고 말하고 싶다. 우린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이미 그러고 있다.  

윤길찬 성남 아뜰리엔 원장이자 네이버 카페 ‘헤어쟁이들의 좋은 만남’ 운영자.

윤길찬 성남 아뜰리엔 원장이자 네이버 카페 ‘헤어쟁이들의 좋은 만남’ 운영자. 매일 매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하고 머릿속엔 늘 이상한 생각이 가득 차 있는 좁은 골목길 뚱뚱한 미용사.

에디터 성재희(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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