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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갈 길 잃었다면 새길 뚫어야죠” 해외 뷰티 전시회 주관사 코이코 '김성수' 대표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9.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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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 없고, 만날 수 없고, 모일 수 없는 시대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돌아가는 전시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유수의 전시·박람회가 대부분 연기되고 취소됐다. 상하이로, 볼로냐로, 라스베가스로, 홍콩으로 세계 각지를 누빈 ‘K-뷰티’의 종횡무진 행보도 멈췄다. 코이코(Koeco)는 해외 화장품·뷰티 관련 전시회에서 국내 기업들의 통합 부스인 ‘한국관’을 주관하는 회사다. 그간 K-뷰티가 펼쳐온 숨가쁜 레이스의 인도자이자 매니저이며 지원군으로 활약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시대의 변화를 한복판에서 겪고 있는 코이코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코이코 김성수 대표
코이코 김성수 대표
화장품은 대한민국 무역사에 있어 오랜 기간 천덕꾸러기였다. 광복과 함께 국내에도 화장품 회사가 생기고 제품 생산이 이뤄졌건만 늘 수출보다 수입이 많았고 이같은 무역역조의 역사가 70년 가까이 이어졌다. 화장품 수출이 수입을 처음으로 앞지른 해는 2012년이다. 이후 기세는 놀라울 정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실적은 65억2,479만 달러(7조6,086억원)에 달한다. 이는 가전제품 수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며 2012년과 비교하면 533%나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어느새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은 세계 4대 화장품 수출 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급증하는 수출 덕에 화장품 무역수지는 2016년 3조5,952억원, 2017년 4조2,601억원, 2018년 5조4,698억원, 2019년 6조1,503억원으로 매해 조 단위가 바뀌고 있다. 긴긴 세월 대표적인 무역역조 품목이던 화장품이 단숨에 수출 효자로 거듭난 것이다. 코이코 김성수 대표는 이같은 극적인 반전의 역사에 최전선에 있던 산증인이자 함께 신화를 써온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K-뷰티’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일찌감치 ‘K-뷰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K-뷰티’의 활로를 뚫는 데 매진해왔다.
 
해외 전시회 한국관 주관사인 코이코를 2006년 창업하셨습니다. 당시로선 낯선 사업 모델인데 창업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1997년부터 대한화장품협회에서 홍보 일을 맡았는데 2002년 즈음 신임 협회장이 취임하고 협회의 홍보 업무도 보다 미래 지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즉 해외 진출이었죠.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화장품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창구가 전시회였습니다. 그렇게 협회 차원에서 해외 화장품 전시회에 한국관을 마련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규모가 커지니 이걸 사업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협회는 다양한 역할과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해외 전시회에 역량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그래서도 안 될 상황이었어요. 협회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 화장품산업을 위해 제대로 된 해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해줬고 격려와 응원 속에 코이코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K-뷰티’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때라 초창기에는 순탄치 않았을 듯합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협회 업무를 통해 맺은 인연들이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해외 전시회에 나갈라치면 꼭 코이코부터 찾아주었죠. 문제는 바이어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바이어들이 한국관을 걸렀어요. 한국 제품을 잘 모르는 데다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죠. 오죽하면 참가사들이 차라리 부스에서 ‘코리아 파빌리온(Korea pavilion)’이라는 간판을 떼 내자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어요. 물론 실제로 간판을 내린 적은 없지만 방문객이 없어 썰렁한 부스를 봐야 하는 상황이 저에겐 무척 난처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K-뷰티 바람이 일기 시작했죠?
사업가는 운때가 맞아야 한다는 데 저는 큰 행운을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코이코를 창업할 즈음이 국내 화장품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산업 인프라가 급속히 확대되던 시기였거든요. 한국산 화장품을 경험해본 바이어들이 생각보다 뛰어난 품질에 놀라워했고 이에 힘입어 K-뷰티가 명성을 얻어갔죠. 거르고 지나쳤던 한국관이 어느새 필수 방문코스가 되고 바이어들이 쇄도했으며 그럴수록 우리 기업들의 해외 전시회 참가가 늘게 됐습니다.
 
코이코가 주관한 해외 전시회 한국관 전경
코이코가 주관한 해외 전시회 한국관 전경
보람 또한 컸을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로, 중동으로, 러시아 연방으로, 아프리카로 코이코는 매년 새로운 지역의 전시회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매해 참가하는 국내외 전시회가 50개를 헤아리게 됐죠.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새로운 전시회에 참가하는 건 늘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해에는 참가사가 10곳도 되지 않는 게 보통이에요. 제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썰렁한 한국관의 모습이 종종 연출되기도 하죠. 그래도 묵묵히 진행하다 보면 10개사가 20개사가 되고, 30개사, 40개사로 늡니다. 그리고 어느덧 국내 화장품 수출통계를 들여다보면 저희가 개척한 지역과 국가로의 실적이 크게 늘어있어요.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코이코의 공로라고 보진 않습니다. 다만 K-뷰티가 세계 각지로 뻗어 나가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지난 1월 일본에서 열린 ‘코스메도쿄’ 외에 제대로 진행된 전시회가 없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 전시회로 꼽는 ‘중국 상하이 화장품·미용박람회’는 원래 5월 개최 예정이었는데 7월 초에야 겨우 열렸죠. 이 전시회의 코이코 한국관에 우리 기업 220개사가 참여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연기된 행사에 20개사 정도밖에 참가하지 못했어요. 저희가 220개사와 일일이 접촉해 필요한 부분을 모두 지원하겠노라 약속했지만 양국을 오가는데 한 달가량의 격리 기간이 소요되는 문제도 있는 탓에 결국 현지법인이나 대리상이 있는 곳들만 참가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인 우리 입장에선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반기 남은 전시회들도 주최사에선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지만 녹록지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향후 전시산업은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소비자(참가사·바이어·참관객)의 태도가 바뀌었으니 그에 맞춰 상품(전시회)도 바뀌어야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시산업 또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유서 깊은 화장품 전시회인 ‘코스모프로프 볼로냐’의 주최사는 올해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참가사 모두를 모은 온라인 전시회를 열고 바이어 매칭을 진행했어요. 혹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온라인으로의 이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다만 온라인 일변도의 전시회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적절히 결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변화에 발맞춘 코이코의 대응책은 무엇입니까?
주요 전시회에 한국관 설치가 번번이 불발되다 보니 해외 바이어들도 비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저희에게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요. 그래서 준비한 게 비대면 비즈니스 플랫폼 ‘K-뷰티 커넥터(K-Beauty Connect, KBC)’입니다. KBC는 말 그대로 해외 바이어와 국내 화장품·뷰티 기업을 온라인을 통해 매칭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바이어가 거래를 원하는 기업을, 혹은 구매를 원하는 품목을 검색하면 관련된 정보를 한 번에 제공해주고 가장 적절한 공급처의 컨택 포인트까지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향후 화상 통화를 통해 양 자간 상담과 협의까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KBC’에 많은 바이어가 찾아오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겠군요.
우선 저희가 15년 정도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구축한 방대한 바이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려고 합니다. 또 글로벌 웹 검색 엔진에서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어요. 여기 검색 엔진의 한국 관련 서치 가운데 K-뷰티와 연관된 내용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KBC를 홍보하고 바이어 매칭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향후 저희가 한국관을 주관하는 전시회에는 해당 행사 홈페이지에 KBC 입점 기업들을 위한 배너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바이어가 배너만 클릭해도 필요한 한국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우리 기업의 온라인 홍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K-Beauty Connect 소개 배너
K-Beauty Connect 소개 배너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으프라인 전시회에 나갈 수 없게 됐으니 기대가 높지요. 일단 9월까지는 입점 기업들의 온라인 부스 개설을 비롯한 제반 사항을 저희가 다 준비해드리고 바이어 매칭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참가 기업들은 KBC의 효용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검토해본 후 유료 전환 여부를 결정하면 됩니다.
 
일각에서는 ‘K-뷰티’ 위기론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이는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거듭 말씀드렸듯이 세계 각지의 바이어들이 여전히 한국의 화장품을 애타게 원하고 있습니다. 위기라면 오히려 2017년 이른바 ‘사드 사태’ 때가 더 심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중국 바이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죄다 거래 거절을 통보해 와 K-뷰티가 이렇게 주저앉나 싶었죠. 코로나19를 비롯해 이런저런 어려움은 있지만 우리 화장품 기술력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수출 의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K-뷰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도 수출 대상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제품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소홀하다는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 ‘우리 제품 정도면 무조건 통하겠지’하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전시회에 오곤 해요. 해외 바이어들이 품질 자체는 만족해도 자국의 기후나 인종, 문화와 맞지 않아 거래를 퇴짜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지역의 전시회를 발굴하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해당 국가의 정보를 끊임없이 찾고 수없이 분석합니다. 그럼에도 막상 현지에서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나 황당한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현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합니다. 
 
사업의 원칙 혹은 철학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많은 이들이 저에게 화장품 사업을 권유합니다. 적당히 제품 만들고 지금껏 확보한 해외 바이어 네트워크 활용하고 해외 전시회에서 가장 좋은 부스 차지해 홍보도 하면 어느 정도 성공은 보장된 것 아니냐고들 얘기하죠.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솔깃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상식적이지 못한 일은 반드시 화를 부르거든요.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원칙도 ‘상식’과 ‘정직’입니다. 제조판매사에서 시작해 협회를 거쳐 코이코까지, 제각각 다른 일을 하는 회사고 조직이지만 어쨌든 33년 동안 화장품 한 우물만 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은 많지만 선을 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 기업들은 해외로 나아가야 하고 누군가는 징검다리가 돼줘야 합니다. 코이코는 앞으로도 화장품·뷰티산업을 위한 민간 KOTRA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겁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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