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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심리학을 만나다 ① 손상 모발 복구, 마음 치유의 첫발을 떼다
  • 최은혜
  • 승인 2020.09.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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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최민 원장(대구 뷰티봄)
손상 모발 복구, 마음 치유의 첫발을 떼다
2009년 발표된 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외모 만족도가 개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이때 외모 만족도를 측정하는 하위 요인으로 흥미롭게도 ‘머릿결’도 포함됐다. 또한 심리적 안녕감의 하위 요인 중 ‘자아 수용’과 가장 연관이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의미하는 자아 수용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수용의 개념과 유사한 의미다.
 
필자의 미용실에는 소위 시술 사고에 의해 손상된 모발, 선천적 문제성 모발(악성 곱슬 등), 반복된 시술로 누적된 손상을 입은 모발 등과 같이 정상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는 모발을 가진 고객이 95% 정도를 차지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 통계를 살펴보면 검색 유입에 사용되는 주요 용어 가운데 ‘미용실 시술 손해배상’, ‘미용실 손해 배상’, ‘미용실 시술 소송’ 등과 같이 미용실 내 시술 사고와 관련된 검색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는 최근 미용시장의 시술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시술 사고가 빈번하고 그에 따른 부차적인 문제도 생겨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필자에게 문의하는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술 사고 후 미용실의 대응 방법이 불만인 경우도 많지만 시술 사고로 인해 다시는 본래의 모발 상태로 회복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심리적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다. 전화로 문의를 하다가 울음을 터트린 고객들도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모발 상태가 물만 닿아도 녹을 것처럼 손상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집에서 손질 가능한 정도로 만들고 현재 모발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모발이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 정도로 심각한 경우는 1% 내외로 매우 드물기는 하다. 일반 미용실에서 ‘복구’라고 말하는 시술을 뷰티봄에서는 주력으로 하는데 이미 여러 미용실에서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들은 고객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높은 요금을 감안하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법과 통계를 바탕으로 잘 짜인 설문조사를 한 뒤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다면, 미용 시술이 삶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시술 일주일 후 반드시 모발 상태를 점검하는데 일주일 후에도 잘 유지되고 있는 모발 상태를 보며 시술자로서 보람도 느끼지만 기쁨의 ‘눈물’을 보이는 고객들을 보며 ‘모발 상태가 개인의 심리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크구나!’ 새삼 실감한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복구 시술을 진행하는 연령대이다. 20~30대와 같이 젊은 세대가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적극적으로 문의를 하는 것과 달리 실제시술을 받는 연령대는 40~50대가 가장 많았다. 이는 높은 시술 요금과 앞으로 모발을 기르면서 인내해야 하는 시간의 개념이 연령대별로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남성 복구 고객도 있는 걸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간에게는 외모, 특히 머릿결이 생각 이상으로 심리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구조화된 연구가 실행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일반화가 가능한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연구법과 통계를 바탕으로 잘 짜인 설문조사를 한 뒤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다면, 미용 시술이 삶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만난 고객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원장님, 여기 응급실 오는 심정으로 왔어요.” “원장님은 생명의 은인이에요.” “여기는 병원으로 따지면 대학병원과 같아요.” “머리카락이 손상되어 우울한 마음에 먹지도 자지도 못했지만, 원장님과의 통화 후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연구를 해보지 않아도 이런 고객들 덕에 미용이 사람의 외모를 아름답게 해주고 만족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심리적 안녕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이미 우리 미용인들은 개인의 심리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제는 우리끼리만 인정하는 일이 아니라 객관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연구가 필요할 뿐이다. 
 
[참고 문헌] *공영길(2009), <외모 만족도와 사회적 지지가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효과; 거부 민감성의 매개효과>, 한양대학교 석사논문.
[용어 정리] *심리적 안녕감: 심리적인 안정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
 
에디터 최은혜(beautygraphy@naver.com) 글, 그림 최민 원장(대구 뷰티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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