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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 ⑪포스트코로나 시대 미용실 인테리어 해법에 대한 고찰
  • 성재희
  • 승인 2020.09.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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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전문인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만큼이나 자신의 공간에 대한 일종의 ‘로망’을 갖고 있다. 상업 공간의 디자인은 의뢰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름다운 공간을 구현하고 의뢰인의 성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뢰인의 소중한 꿈과 로망을 사려 깊게 공간에 담아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주거와 업무 공간의 구별이 모호해진 1인 가구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헤어살롱은 원래부터 참으로 ‘주거’스러웠다. 다른 어떤 상업시설보다 그 공간을 소비하는 고객과 운영자가 머무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접할 때마다 건축가가 주택을 의뢰받은 것처럼 헤어살롱 공간을 풀어왔다. 더불어 미용실 인테리어에서 반드시 고수한 원칙이 있다.

아무리 개성 강한 공간을 의뢰받았어도 그 공간을 소비하는 고객이 무의식중에 느낄 수 있는 불쾌감의 요소가 있다면 설득을 통해 지워버렸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미용실인테리어의 해법은 고객 배려와 존중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 시술 경대와 샴푸대가 한 대씩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접객의 독립성과 프라이버시는 완벽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헤어디자이너와 살롱 규모, 상권에 통하는 것은 아니므로 1인 미용실(소형 공간)의 독립적 공간 개념의 메커니즘을 중대형화하는 해법이 필요하다. 미용실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란 다른 고객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느냐 여부다.

모발에 펌이나 염모제를 바르고 중화 과정에서 비닐캡이라도 쓰고 있으면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기 마련이다. 필자가 양면 시술 경대를 지양하는 이유는 대각선으로 마주 보게 될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그게 어렵다면 경대 간격은 가급적 멀리 두는데, 반대로 헤어 디자이너는 모든 고객을 한눈에 케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공간 디자이너의 숙제다. 미용실 인테리어를 의뢰받으면 두 가지 질문부터 던진다. 미용요금 수준과 디자이너의 최대 인원 수다. 전세보증금, 권리금, 월세나 분양일 경우 월 은행 이자까지 묻는다. 이런 개인 정보까지 알려는 이유는 경제성 없는 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중앙 공간은 줄이고 시술 경대를 바깥으로 적용해 시술석의 프라이버시를 구현하는 것이 최근 살롱 인테리어의 흐름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디자이너 수의 두 배로 경대 수를 적용해선 안 된다. 공간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대 수는 극복할 수 있다. 요즘 고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리에서 시술받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시술 경대는 커트를 위한 곳을 두고 화학 시술 공간은 확장해야 한다.

디자이너 수의 두 배로 시술 경대를 적용하기보다 시술 경대를 디자이너 최대 인원으로 두고 고객을 이동시킬 것을 제안한다. 고객 공간을 보다 다양하게 연출하면 동시에 시술할 수 있는 고객 수를 최대화할 수 있다.

중앙 공간은 줄이고 시술 경대를 바깥으로 적용해 시술석의 프라이버시를 구현하는 것이 최근 살롱 인테리어의 흐름이다. 또 고객의 아이레벨과 시선방향을 디자인하는 것이 미용실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요소다. 고객이 앉아있거나 서서 이동할 때 눈높이, 누워 받는 샴푸 서비스의 눈높이를 고려하면 프라이버시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미용실 운영의 핵심은 공간 전체를 지휘함과 동시에 고객 개개인에 대한 집중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고객을 한곳에 몰아두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불편한 소통보다 편리한 단절’을 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몰이나 마트에 존재하는 인숍보다 로드숍, 다운타운 상권보다 주거 상권을 주목하는 추세다. 대형보다는 고급스러운 소형 공간을 지향하고 대형 공간은 소형 매장을 통합한 개념으로 갈 것이다. 필자는 올해 초 감사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많은 미용실이 매출 반 토막이 되거나 삼분의 일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필자가 디자인한 공간의 미용실은 매출을 유지하거나 더 올랐다고 한다.

충성 고객의 방문 주기는 길어졌지만 신규 고객이 늘었고, 이는 경대 사이가 멀고 샴푸대가 분리된 미용실을 찾는 수요 덕분이다. 준비된 사람에게 위기는 기회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측하고 공간 디자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애초 의도한 공간 디자인의 결과다. 공간 디자이너는 사적인 공간을 설계할 때도 공공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간이 완성되는 순간 그 자체로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용실 공간 디자인은 임의의 다수 소비자가 점유하는 공간에 사적 공간을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 상업 공간은 소비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에 두고 디자인해야 한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 아마 헤어 디자인도 그럴 것이다. 고객의 머리카락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프라이드를 디자인하는 일이다. 

스튜디오 올라 이동헌 대표

이동헌 스튜디오 올라 대표. 여백 있는 무채색의 인테리어, 그에 어울리는 필력을 지냈다. 

에디터 성재희(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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