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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불친절한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왜?’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09.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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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법에 규정된 ‘맞춤형 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 타입이나 선호도 등을 고려해 화장품 내용물 간 또는 내용물과 색소, 향료, 기능성 원료 등을 혼합하거나 △화장품의 내용물을 작은 단위로 나눈(소분) 화장품을 말한다. 이때 혼합, 소분 등의 업무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이하 조제관리사)’만이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조제 권한을 엄격히 제한한 것이다. 막중한 역할이 부여된 만큼 조제관리사는 국가전문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시험은 올해 2월 22일 처음으로 열렸다. 그리고 오는 10월 17일에는 2회 시험이 열린다. 중간에 임시로 열린 특별 추가시험까지 포함하면 벌써 세 번째다. 그러나 시험을 둘러싼 불만과 논란은 여전하다.
 
거듭된 운영 난맥상에 불만 속출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국가전문자격시험은 출발부터 순탄치 못했다. 1회 시험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논란이 번졌다. 시험을 치를 고사장을 서울과 대전, 두 지역에만 마련한 탓이다. 그 외 지역 응시생들은 교통비, 숙박비 등의 지출 부담과 시험 당일의 컨디션 조절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올 정도로 반발이 커지고 응시자 수가 예상을 초과하자 결국 전국 11개 권역으로 응시 지역이 확대됐다.
 
그나마도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비상이었던 대구 지역에선 시험이 무산돼 난항이 거듭됐다. 취소·환불 문제와 함께 추가 시험의 난이도가 원래 시험과 동일한 수준이냐를 둘러싸고 타 지역 응시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험 준비를 위해 제공하겠다던 가이드라인이 끝내 나오지 않은 데다 이의신청 게시판마저 막힌 게 논란을 키웠다.
 
서울 명동 ‘아이오페랩’에서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8월 1일 열린 특별 추가시험에서는 시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무려 4차례에 걸쳐 문제를 수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운영 난맥상이 거듭되면서 불만은 불신으로 이어졌다. 국가전문자격시험, 그것도 응시료가 10만원에 달하는 시험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문제은행 방식이 문제다?
 
수험생과 응시자의 불만은 철통같은 ‘비공개’ 방침으로 집중되고 있다. 조제관리사 자격시험은 시험 종료 후 곧바로 시험지를 회수한다. 문제나 답안을 따로 메모하는 것도 부정행위로 간주해 엄격히 막고 있다. 문제마다 배점이 다르다면서도 어떤 문제가 높고 낮은지 알려주지 않는다.
 
문제와 정답, 배점이 모두 비공개인 탓에 출제 시비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쌓이고 실제로 이의신청을 할 길도 막막하다. 수험생의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시험 문항의 적합성을 검토해 보완할 수 있도록 문제와 정답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험을 주관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채택한 다른 시험도 다 그렇다”라는 답변뿐이다.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을 따르는 시험의 비공개 기조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 가운데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이며 여기에 시험도 포함된다. 과거 사법시험, 치과의사시험 등에서 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라며 제기된 소송이 번번이 이 법 조항에 막혀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다.
 
문제은행 방식은 매번 직접 출제하는 방식에 비해 효율성과 객관성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출제 문제가 공개되면 해당 문제를 다시 낼 수 없게 되고 이게 반복되면 결국 문제은행 방식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조제관리사 시험 운영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조제관리사 시험은 현재 문항을 만들어 축적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문제 수가 충분하지 않아 더욱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고충을 감안해 내년 시행되는 3회 시험부터는 배점이라도 공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문항 번호를 기억하지 못해도 근거가 확실한 경우엔 이의신청 기회를 주고 향후 예시문제를 보다 다양하게 제공하며 조만간 교재도 선보이겠다는 해명이다.
 
문제은행 방식이 정착되면 또 하나의 불만 사항인 비싼 응시료 문제도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응시료는 문제 출제 및 감수 비용, 고사장 임차료, 감독위원 인건비 등을 따져 책정하는데 지금은 수시로 출제위원들이 합숙하며 문제를 생산하고 있어 출제비 지출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은행이 어느 정도 채워지면 합숙출제 빈도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응시료를 내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파격적인 응시료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현재 조제관리사 시험의 응시료는 영양사, 환경영향평가사 등 다른 국가전문자격시험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라며 “응시료가 유난히 낮은 시험은 응시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거나 국가 보조금이 지원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포토그래퍼 윤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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