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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 1천만원 쓰고 느낀 점
  • 성재희
  • 승인 2020.10.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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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통업계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 ‘일점호화 소비’라는 것이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하나의 상품군에큰 투자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것은 아끼더라도 신발에는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점호화 소비’는 최근에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사실 내가 대학생 때부터 그렇게 소비해왔던 곳이 있다. 바로 미용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콤플렉스 중 하나로 이마가 넓고 앞머리 숱이 적어서 머리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남자들이 탈모관리에 큰돈을 지불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대학 합격 후 가장 먼저 갔던 곳이 이대 앞에 있는 이가자 미용실이었다. 거기에 4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클리닉부터 펌까지 받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서울에 있는 미용실을 하나씩 섭렵했다. 잘한다는 소문이 난 곳은 거의 다 가봤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대 앞 프랜차즈 미용실을 몇 군데 다니다가 나중에는 홍대쪽이나 청담동 쪽까지 확장해서 1인 미용실까지 모두 다녔다. 특히 청담동 쪽 미용실에서는 한 번에 70만원 이상도 쓴적이 있다. 중요한 날이서가 아니라 그냥 평소에 하고 다닐 머리를 위해 이 정도 금액을 지출했으니,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과한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꽤 큰 금액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에 콤플렉스가 있는 내 입에서는 한번 머리를 해서 만족하면 최소 몇 개월은 기분 좋게 다닌다는 생각에 이렇게 큰 금액을 지불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는 때때로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까지 았으니 아마 지금까지 미용실에 쓴 돈을 계산해보면 최소 천만원은 넘을 것이다.

이렇게 미용실에 1천만 원 이상을 쓰고, 심지어 최근에는 미용실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도하면서 느낀 점을 하나로 정리하자면 ‘실패하지 않는 미용실은 없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아무리 비싼 돈을 지불해도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미용실에서 하는 시술은 결국 사람이 하는 무형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고객 관리를 잘하는 미용사는 일지를 쓰고 고객에게 한 가지 이상의 칭찬을 한다. 

그날의 상황에 따라 같은 미용실의 같은 미용사라고 하더라도 서비스에 차이가 발생한다. 요즘은 미용실에서 다양한 시술을 하지만 헤어, 메이크업이 가장 주요한 서비스이다. 특히 헤어 서비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경험이 많을 것이다. 혹시 단골인 미용사가 있는가? 그렇다면 단골로 다닌 기간을 돌이켜 생각해보자. 확신하건대, 누구든 한 번 이상의 실수는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골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수를 처리하는 방식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또는 고객 입장에서 단순히 귀찮기 때문일 수도있다. 미용실이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다른 미용사를 알아보기 귀찮아서.) 고객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그 고객이 다시 올지 말지가 결정된다. 이건 극도로 높은 수준의 대인관계 기술이 필요하고, 엄청난 정신적 자원이 드는 일이다.

최근에 내 미용 관련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을 시도했다가 현재는 중단한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 (지금은 고객 개개인에 맞춰 상품 추천을 하는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다.) 미용 서스는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품은 MD가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추천하면 추천받은 사람도 비슷한 경험을 할 확률이 높다. 적어도 상품 그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스는 다르다. 그날 고객의 기분, 미용사의 컨디션, 날씨, 미용도구나 약품의 상태 등 서비스 퀄리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렇기에 냉정하게 사업적으로 판단했을 때 단순히 추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서비스화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을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미용업계에서 일하는 분들과 직접 호흡해보니,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노력은 고객 응대가 필요한모든 직종에 적용할 수 있다.)

내가 비싼 미용실을 찾는 이유는 가성비보다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중 내가 진정으로 감동한 미용인들의 노력 3가지는 아래와 같다. 첫째, 고객 관리를 잘하는 미용사는 일지를 쓴다. 고객과 했던 사소한 이야기까지 기록해두고, 나중에 그 고객이 다시 찾아왔을 때 기억해 두었다가 얘기를 꺼낸다. 내가 고객의 입장으로 미용실을 방문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었다. 신기해하면서 ‘정말 기억력이 좋다!’라고 감탄했는데, 실제로는 이렇게 관리를 했다.

둘째, 고객에게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칭찬을 한다. 사실 미용 서비스는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장점을 찾아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고객이 오면 반드시 한 가지 이상의 칭찬을 하도록 교육받은 분들이 많았다. 사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말이지만 칭찬 한마디에 그날 고객의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니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우! 이런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부분이었다.

셋째, 시술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청결하게 관리한다. 고객 입장일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미용 서비스에도 필요한 도구들이 정말 많았다.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이 모든 것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보니 여기에도 엄청난 노고가 들어갔다.

식당에 설거지가 계속 쌓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은 그나마일반 사람들도 직접 요리를 하니 간접 체험이 가능한데, 미용 서비스는 일반 사람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는 한 사람에게만 미용 서비스를 제공해도 엄청난 허드렛일이 쌓인다. 고객이 지불한 가격에는 이 일에 대한 금액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단골 미용실을 찾고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감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능가해서 항상 일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고객의 입장일 때는 한번 실망하면 다시는 그 미용실에 가지 않다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고객 관리를 잘하는 미용사는 일지를 쓰고 고객에게 한 가지 이상의 칭찬을 한다.
미용 요금에는 단순히 미용사의 기술이나 사용하는 약품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동네의 저렴한 미용실에 가지 않고, 차라리 돈을 좀 더 모아서 한번 갈 때 비싼 미용실에 간다. 이건 내 머리가 자주 손질하지 않아도 되는 긴 머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고, 가치관이 담긴 행동이기도 하다. 가성비보다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용 요금에는 단순히 미용사의 기술이나 사용하는 약품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포함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대접받는 경험, 그 서비스를 이용하며 얻는 정체성 같은 것이 요금에 반영되어있다. 물론 여타의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과하게 비싼 요금이 책정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상품이든 서비스든 요금이 비싸지면 그런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대부분의 경우 ‘퀄리티는 요금으로 나타난다’라고 생각하기에 가끔 한번 지출할 때 크게 쓰게 된다.

아직 단골로 다닐 만한 미용실을 찾지 못했기에 앞으로도 나는 좋은 미용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용사도 옷처럼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 콜리젯에서 상품을 추천하듯이 언젠가 미용 서비스도 추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미용 서비스를 찾아 연결하고 있다. 더 고도화된 추천이 가능해지면 별도 서비스로 오픈할 예정이다. 그런 방법을 찾게 된다면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글은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배문주 콜리젯COLIZET CEO. 콜리젯은 패션 큐레이션&스타일링 스타트업으로, 패션상품을 엄선해 고객 개개인에 맞춰 추천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에디터 성재희(beauty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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