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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 김도현 에디터
  • 승인 2020.10.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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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7일 열린 ‘제2회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응시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시험 관련 커뮤니티마다 원성의 글이 넘쳐나고 시험 주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 게시판은 항의글로 도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수험생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제2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글
제2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글

국민청원 게시판에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을 주제 삼은 글이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22일 진행된 1회 시험 때는 당초 시험운영본부가 고사장을 서울과 대전, 두 지역에만 설치하기로 하면서 그 외 지역 응시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를 개선해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여럿 올라왔었다. 대구 지역 응시자들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로 1회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이들을 위해 8월 1일 열린 특별 추가시험에서는 시험 도중 수차례에 걸쳐 문항을 수정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은 줄곧 논란이 되고 말썽을 빚어왔다. (관련 기사 : 비싸고 불친절한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 ‘왜?’)

이번 2회 시험에서는 ‘난이도’가 도마에 올랐다. 한 마디로 1회 시험과 비교해, 그리고 1회에 비해 어려웠다는 특별 추가시험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난해한 문제들이 출제돼 합격률이 크게 낮아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도저히 합격할 수 없는 시험을 치렀다는 게 응시자들의 주장이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의 과목은 총 4개다. 시험에 합격하려면 전 과목 총점(1,000점)의 60%(600점) 이상을 득점하고 각 과목 만점의 40% 이상을 득점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1회 시험 때는 총 8,837명에 응시해 이 가운데 33%인 2,928명이 합격했다. 당시에도 시험이 예상보다 어려웠다는 게 응시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33%라는 수치 또한 미용 분야 시험의 1회 합격률치곤 낮은 편이었다.

식약처는 1회 때와 달리 특별 추가시험에서는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시험운영본부에 별도로 문의한 결과, 특별 추가시험의 합격률이 2.7%에 그쳤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1회와 특별 추가시험 간의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화장품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는 시험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2회 시험 응시자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부분은 단순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다. 지문이 거의 한 페이지에 달하는 문항이 있는가 하면 조제관리사 실무와는 무관하거나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항들이 줄을 이었다. 나아가 시중 교재에서도, 이전 시험에서도 전혀 보지 못했던 생경한 유형의 문항들이 속출하면서 형평성과 일관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현재 3,337명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글 게시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준이 있어야 가닥을 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시중 교재에도, 인터넷 강의에도 안 나오는 내용과 유형들을 어디서 찾아 공부하며 식약처가 여름부터 낸다던 교재는 왜 나오지 않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게시자는 “합격할 수 없는 시험을 치른 불합격자들이 또다시 10만원(응시료)을 내고 응시를 반복하길 바라는 것이냐”며 “수험생들 가지고 돈벌이하는 이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싶다”라고 적었다.

운영본부가 가이드 삼아 제공한 예시 문항을 토대로 시험 유형을 파악하고 대비해왔다는 한 응시자는 “고작 19개밖에 공개되지 않은 예시 문항이었지만 이를 기준 삼아 공부했는데 실제 시험은 생물, 화학 전공자들이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나왔다”면서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기에 비싼 응시료를 감수하고서도 수험생들이 몰렸는데 이쯤이면 사실상 자격 제한을 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식약처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공부하고 노력한 게 아쉽긴 하지만 둘쭉날쭉한 기준에 앞으로의 시험에서도 또다시 뒤통수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재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떨어뜨리는 게 목적인 시험이다. 시중 학습서의 범위와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식약처가 공식 학습자료를 내놓고 조제관리사에 걸맞은 적정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시험운영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매회 제시하는 예시문제의 유형을 보다 다양화해 수험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올 연말쯤 자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획한 교재를 출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제2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과 관련해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유게시판
제2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과 관련해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자유게시판

에디터 김도현(cosgrap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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