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기
송종훈의 물음표 ⑥ 우리의 고객은 어디 있을까?
  • 성재희
  • 승인 2020.10.30 1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업의 핵심은 고객이다. 특히 불황에는 힘의 균형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간다. 코로나19와 같이 경제적 요인을 압도하는 외부 환경 요인이 작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기본적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고 규모가 줄어들어 예전 수준을 웃도는 혜택을 제공해도 고객들이 꿈쩍하지 않는다.

 

이렇듯 고객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도 의외로 나의 주 타깃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표적인 동네 상권 업종으로 중국집과 카페가 있다.

 

중국집과 카페의 차이는 고객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있다. 

회사 반경 100m 내에도 중국 음식점이 3곳, 카페는 10곳이 넘는다. 201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식전문점은 24,500개, 커피 전문점은 77,000개가 영업 중이라 하니 통계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중국집은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메뉴와 요금이 3곳 모두 대동소이한 반면 카페는 천차만별이다.

 

전국 동네 중식전문점 상황이 비슷해 하나의 프랜차이즈라 여겨질 정도라면 카페는 스타벅스부터 테이크아웃 전문점, 사랑방 스타일의 커피숍, 디저트 카페 등 모두 제 나름의 특색이 있다. 결국 생존한 중국집과 카페의 차이는 고객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있다. 

 

중국집과 카페는 다르다?

 

중국집과 카페의 이러한 차이는 창업 환경의 영향이 크다. 중국집은 사장이 주방장으로 시작해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도 심하지 않아 5년 후 생존율이 68%에 달한다. 그러나 기존 방식을 고수하면서 개선점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중식전문점이 요식 대기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카페는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극심하고 5년 이상 영업 지속율이 음식점 중 가장 낮은 26%지만, 핵심 고객을 정의하고 차별화해 살아남은 카페 중에는 큰 규모의 성장을 이룬 곳도 있다. 미용실은 대표적인 동네상권 업종이다.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지만 작은 규모의 창업은 쉬운 대신 경쟁이 심하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기존의 것을 고수하려는 경향도 흡사하다. 두 배로 힘든 셈이다.

 

중국집은 기술의 진입 장벽이 높아 5년 후 생존율이 68%에 달하지만 대기업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미용실에서 POS나 CRM 프로그램을 이용해 고객관계관리 관점에서 고객을 세분화하고 있다. 신규, 기존고객 또는 재방문을 시기별로 분류하고 커트/컬러/펌 등 시술 내역을 기반으로 분류한다. ‘거래 결과’나 ‘내역’에 따라 소비 패턴을 수치화해 고객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도록 헤어 디자이너에게 영업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규 고객이 무한정 유입될 수 없기에 기존 고객과의 관계에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판매자 입장에서 거래 결과에 바탕을 둔 가치 극대화가 소비자 입장에서 방문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고객 수 확대는 CRM기법을 통해 얻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고객을 아는 것보다 이해해야 한다?

 

최근 젊은 미용인들을 중심으로 CERM(고객경험관계관리) 관점에서 고객을 정의하고 타깃 고객이 찾아올 수 있는 콘셉트 마케팅을 하고 경우가 늘고 있다. 고객의 방문 동기와 감정 등을 파악해 미용실을 인지하는 단계부터 고객이 느끼는 바를 캐치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그라피>에 소개된 와이오유 같은 살롱이 대표적이다. 와이오유는 타깃 고객을 ‘분당과 판교 지역에 거주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중요시 여기는 30대 이상의 여성’으로 정의하고 살롱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CRM이 고객을 아는 것이라면 CERM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분당, 판교 미용실 와이오유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통신사 광고전화나 문자를 받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이용하고 경우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인데 왜 우리는 기분이 나쁜가? 그것은 나의 필요에 대한 고려 없이 판매자 관점에서의 일방적인 제안이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영업 파트너들은 가입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 결과인 구매 정보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만 고객의 필요와는 무관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세일즈를 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 코로나19가 불러올 가장 큰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변화된 소비 습관은 상황이 호전되어도 영구적인 소비 습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표준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비할 수는 있다. 우리 미용실에 맞는 주 타깃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 관점에서 이해하고 행동에 옮긴다면 코로나19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고객은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면서.

 

CRM과 CERM 비교

송종훈(소키와칸 본부장) 
조직문화, 고객경험, 질문, 헤어를 디자인하는 다방면의 숙련된 잡부.

 

에디터 성재희(beautygraphy@naver.com)


관련기사